
하지만 지식정보화에 바탕을 둔 정부혁신의 성과와 결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속 빈 강정’의 양상을 드러냈다. 노무현 정부는 제5공화국 시절부터 행정개혁의 핵심 이념으로 작용하던 ‘작은 정부’ 이데올로기를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정부의 크기를 떠나 효율적으로 일 잘하는 정부가 좋은 정부’라며 이를 국정기조로 삼았다. 행정개혁이라는 용어보다 정부혁신이라는 용어를 강조하면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를 중심으로 개혁활동을 전개했으며 거버넌스 이론을 도입하면서 정부-시장-시민사회의 협치(協治)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반(反)시장적 정부규제나 시민사회에 대한 정부 우위 및 독선적 행태로 일관해 부정적 인식이 고조되면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국정지지도나 만족도, 신뢰도를 통해 드러나듯 정부 자체 인식과 커다란 격차를 보인다. 지난 대선 결과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부 능력도 국가역량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2006년 세계 192개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13위 국가다. 하지만 정부경쟁력은 2006년 41위에 그쳤다. 2007년에 31위로 상승했지만 금융, 노사관계, 교육 부문 등에서 여전히 정부 주도의 관행과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
지방자치의 경우 국가 전체 세(稅)수입의 80%를 중앙정부 재정이 차지해 지방자치 발전을 제약한다. 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약속했지만 정작 분권은 사라지고 지역균형발전만 부각됐다. 오히려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강변됐다.
또 규제 강화에 따라 관치경제가 심화돼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분배정의 구현을 위한 지출도 재정의 제약성, 조세저항 등으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결과로 저성장, 빈부격차 심화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의 양극화 심화는 정부의 무능력, 그리고 지식기반경제에 부적합한 정책을 시행한 정부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중앙행정기관의 충청권 이전, 공공기관 비수도권 이전과 시도별 혁신도시 선정, 부동산투기 억제정책 등의 추진과정에서 행정·재정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집권 후반기로 가면서 관료 및 정치권의 이해타산 구조 때문에 중앙정부의 기능 확대 추세를 완화하거나 중단하기 어려웠고, 이는 중앙정부조직 팽창과 인력 증대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