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을 놓고 교원단체와 갈등을 빚었다.
우리 교육은 어떤가. 인문 숭상 풍조와 학벌사회의 오랜 모순이 아직도 ‘뿌리 너무 깊은 나무’로 역한 숨을 내뿜는다. 산업화를 넘어 지식정보화니 지구화니 하는 문명 전환의 파고가 높은데 산업시대의 구태의연한 숨에 헐떡인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인성(人性)도, 그렇다고 쓸모 있는 인재도 기르지 못한다. 게도 구럭도 놓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잘못된 경쟁에 쏠린 교육 탓에 숱한 사람이 실패자, 낙오자로 전락한다. 이에 따른 그릇된 의식 탓에 가장 가까운 부모 자식 사이, 스승과 제자 사이가 벌어지다 못해 뒤틀린다.
한국 교육의 고질병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과목을 가장 오랜 시간 공부하건만 실력이 없고 제 또래에 맞는 삶을 살지 못해 흐트러진 존재로 망가지거나 심지어 죽어간다.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한 아이들을 가려 뽑건만 대학의 경쟁력은 여전히 바닥을 기고, 기업은 기업대로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요컨대 교육 때문에 당사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모두가 불행하다. 이렇게 신주단지 위하듯 하는 교육은 모두에게 애물단지가 돼버린 지 오래다.
사정이 이쯤 되니 정권만 바뀌면 맨 먼저 교육개혁의 깃발을 올리고,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 적어도 1995년 문민정부가 ‘교육 대(大)개혁안’을 내놓은 뒤로 어느 정권이고 교육개혁을 부르짖지 않은 정권이 없다. 그뿐인가. 유난히 수명이 짧기만 한 교육부 수장이 바뀔 때마다 크고 작은 개혁을 내걸고, 또 꾀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할 뿐이고 교육현실은 암담할 따름이다.
한국 교육은 그 병이 너무 깊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다. 경제고 뭐고 떠들지만 정작 그 바탕인 교육이 이대로 가면 선진국 꿈이고 강대국 비전이고 모두 허황되다. 정작 사람다운 사람, 사람 대접하고 사람 생각하는 삶터를 바라기는 아예 글렀다. 가뜩이나 깊은 병을 더친 것이 다름 아닌 개혁 병이다.
사실 이 병은 그 병세가 너무 깊고 복잡해서 이제 외과적 수술이나 한두 가지 증상만 다룬 처방으로 낫게 할 수가 없다. 오로지 뿌리를 갈고 체질을 바꿔야 다스릴 수 있다. 그렇다고 하루, 아니 잠시도 쉴 수 없는 교육을, 또 날마다 불거지는 문제를 그냥 둘 수는 없다. 여기서 어떤 교육개혁도, 아니 교육정책 자체가 딜레마에 부딪히게 된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과 개혁 또한 이 딜레마에 치여 죽도 밥도 아닌 어정쩡한 성과에 그치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