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기자실 폐쇄 등에 항의하는 대한언론인회 회원들.
언론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쇳소리’는 더 시끄러웠다. 이 때문에 국력낭비도 심했다. 이른바 ‘언론개혁’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인 탓이다. 게다가 ‘오보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언론과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했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것도 모자라 민·형사 소송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 보장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개혁’이라 보기도 어렵다. 또한 우호적 언론은 개혁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이중성도 드러냈다.
낡은 권위주의 언론관
다른 건 제쳐놓고 정책의 정당성, 즉 효과나 효율성 측면에서 봐도 실속이 없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언론정책은 실패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새 정부에서 전면 재검토가 확실시되는 신문법과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다. 이 모두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 초기에 언론정책의 기조로 밝힌 취재환경 개선이나 언론대응 시스템 마련의 일환으로 강력히 추진된 것이다.
우리는 언론을 중요한 사상적 혹은 이데올로기적 기구이자 도구로 인식한다. 또한 권력의 매개체(agent of power)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일정부분 맞는 말이다. 이 때문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언론을 자기편으로 포섭하거나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이 진보진영으로선 건국 이래 처음으로 권력을 쟁취한 김대중 정부와 그 뒤를 이은 노무현 정부가 집권 초부터 언론개혁을 시도한 것은 이해될 만하다. 새로운 진보적 정치환경에 기성 언론을 길들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때껏 ‘언론권력’의 오·남용도 없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우선적 개혁 대상으로 여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언론이 ‘제4부(府)’로서 헌법적 특권을 보장받는 이유를 조금만 파악했더라면 언론개혁을 그렇듯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꿔 말해서 민주정부라면 언론을 굴복시키려는 갖가지 유혹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했음에도 지난 5년 동안의 현실은 역주행 그 자체였다.
노 정권은 언론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비판적 언론의 목소리를 낮추기 위한 정책에 집착했다. 그 내용이나 추진방식은 개혁이 아니라 혁명에 가까웠다. 집착이 도를 넘다보니 언론탄압의 성격까지 드러냈다. 이는 노 대통령의 잘못된 언론철학이나 상황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심하게 말하면 언론을 단지 주인을 즐겁게 해주는 애완견(lap dog)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한마디로 낡은 권위주의 언론관(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모든 개혁이 그렇듯, 언론개혁도 그 자체가 진정성을 갖지 못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경우 또 다른 병폐나 파행을 초래할 뿐이다. 그랬기에 사회적 공감을 얻기보다는 저항과 반발이 심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결과는 있었다. ‘아군 대 적군’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기초한 심각한 갈등구조가 확실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언론의 관계는 심각한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