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박지원 당선자의 복당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반대 기류가 강하다. 전남 목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박 후보가 환호하고 있다.
박 당선자가 민주당 복당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그가 내세운 복당 명분은 ‘DJ 정신의 계승 발전’이다. 또한 1997년 정권교체에 일익을 담당한 경험을 살려 강력한 야당 건설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도 피력하고 있다. 그는 DJ 재임 5년 동안 온갖 음해성 루머에 시달렸다. 그러나 DJ의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끝내 DJ 곁을 지켜냈다. 18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낙천을 딛고 무소속으로 당선, 끈질긴 생존력을 과시했다.
민주당 사정에 정통한 한 원로 정치인은 “박지원씨가 기어이 정치권, 그것도 민주당에 컴백하려는 이유를 단순히 DJ를 대리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은 단견”이라며 “‘정치인 박지원’의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돌아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당선자 측 역시 당권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인사 가운데 박 당선자와 가까운 인사가 적지 않다”며 “복당이 이뤄지면 단기간에 세를 규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자신했다.
박 당선자 측이 이런저런 인연으로 가깝다고 손꼽는 인사들은 비례대표로 원내 입성을 앞둔 박선숙·안규백·김유정 당선자, 수도권에서 당선된 김희철(서울 관악 을)·백재현(경기 광명 갑) 당선자, 광주 광산갑에서 당선된 김동철 당선자 등 10여 명에 달한다. 복당한 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독자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가 구축돼 있는 셈이다.
당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 중진들이 박 당선자의 복당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세 규합 가능성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자칫 ‘호랑이’를 대신한 ‘여우’인 줄 알고 받아들였다가 나중에 ‘호랑이’로 성장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무소속 당선자의 입당은 일러야 전대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대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된 뒤 18대 국회 개원 준비 시점에 복당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인사는 “원 구성 시점에는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을 배분하기 때문에 단 몇 석이 아쉬울 수 있다”고 했다.
無계파 시대의 수장은?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세력판도가 급변하면서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확실하게 거머쥘 만한 인물은 몇사람 되지 않는다. 손학규 정동영 김근태 한명숙 등 계파 수장 노릇을 할 만한 인사들이 모두 낙선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구 공천 과정에 무소불위의 공천 칼날을 휘두른 ‘박재승의 난(亂)’ 을 겪으면서 기존 계파들이 와해된 점도 유력 당권 주자를 점치기 어렵게 만든다.
다만 현역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민주당의 각 지역 당원과 대의원 분포를 살펴보면 과거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지낸 정세균·문희상 의원이나, 구 민주당을 이끈 박상천 대표, 비례대표 등을 통해 다수의 당선자를 배출한 손학규 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손 대표는 이미 이번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대선까지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끈 정동영계는 공천 과정에서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고, 재야 수장이던 김근태계 역시 공천과 총선을 거치는 동안 생존자를 손에 꼽을 정도로 위축됐다.
공천을 마무리한 뒤 공심위원들은 “이렇게까지 계파를 무력화시켰는데도 (총선 이후에) 당권을 잡는 사람이라면 정치력이 뛰어난 인물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심위가 공천 목표를 ‘계파 파괴’에 둔 것은 특정인 중심의 계파가 잔존하는 한 민주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날 수 없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