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 목사를 찾아간 4월11일, 교회 진입로에는 박영선 통합민주당 의원의 당선사례 현수막이 나부꼈다. 박 의원 특유의 활짝 웃는 얼굴이었다. 한나라당 공천이 잘못됐다며 연일 쓴소리를 내뱉던 인 목사의 교회 앞이기에, 어색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기묘한 풍경이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 과정에서 인 목사의 발언은 자주 화제가 됐다.
“계파 간 나눠먹기 공천이 된다면 한나라당 후보를 찍지 않겠다.”
“사람을 공천해야지, 새를 공천하면 어떻게 하느냐.”
“공천심사가 끝이 아니다. 후보자 중 처벌 전력을 고의로 누락한 사람은 끝까지 추적해 당권을 정지시키는 중징계를 하겠다.”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언급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나가 지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에 취임한 것은 2006년 10월. 재임 1년 반 동안 경선과 대선을 치렀고 총선을 겪었다. 언론에 비친 그의 모습은 돈키호테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돌적이고 무모해 보이는 ‘투사’였다. 그의 창은 언뜻 위협적이었지만 대체로 허공을 찌르는 것이었다. 과연 재야운동권 출신 목사의 정치실험은 실패로 끝난 걸까.
실세 꼬리표 달고 온 후보들
그의 첫인상은 짐작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같은 이미지. 넉넉하고 인자하면서도 때로 매섭게 회초리를 들 법한.
▼ 오늘 출근할 때 삼청동 길로 넘어왔는데, 꽃들이 아주 좋더라고요.
“봄이 됐어요. 어느새 봄이 돼 가지고….”
▼ 꽃구경 좀 하셨습니까. 여의도에 벚꽃이 한창인데.
“못 했어요. 선거 전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제 조금 조용해지지 않을까, 당만 조용해지면. 그런데 조용할 것 같지 않아 걱정입니다. 내 역할이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가장 좋아하는 꽃을 묻자 줄장미라고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수목장(樹木葬)에 쓰이기 때문이란다. ‘수목장을 실천하는 모임’에 참여할 정도로 그는 수목장에 조예가 깊다. 요즘엔 시체를 얼려 분골하는 빙장(氷葬)에도 관심을 갖고 국회 입법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장례법은 빙장과 수목장의 결합이다. 자신도 죽은 다음 빙장 처리된 유해가 장미나무 밑에 묻히길 바란다고 했다.
▼ 장미 얘기하다가 화장으로 화제가 넘어갔네요.(웃음) 오늘 인터뷰 주제는 재야운동권 출신 목사의 정치실험입니다.
“정치실험이라… 실험은 실험이지요.”
그가 호탕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