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이렇게 응답했다. “지금 상태에서 만약 여당이 대통령이 된다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날 것 같고 야당이 대통령이 되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것” “차라리 그럴 바에야 무소속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해나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저도 정당정치를 믿는 사람이다. 정당이 없으면 직접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제가 꼭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무소속 대통령이 존재한다면 국회에 협조를 요청해 협조를 많이 받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문제를 더 많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무소속 대통령이 더 잘할 수도 있다는 언급이다.
안 후보는 여기에서 한발 나아가 이런 지적까지 내놓았다. “지난 10년 대통령이 속한 당이 다수당이 되도록 국민이 힘을 모아줬는데 압도적인 다수당이 되자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 “같은 정당 안에서 패가 갈리고 손가락질하고 대통령 탈당하라고 요구했다. 정당 대통령을 스스로 무소속으로 만들었다.” “지금 와서 정당론을 꺼내는 게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정치에서 정당이 어떤 책임을 졌느냐?” 닥치고 정치 혁신과 변화 요구에 대해 답을 내놓으라고 한 셈이다.
공방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문재인 후보는 안 후보의 지적에 대해 “아유 정말, 그렇게 험한 말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문 후보 캠프 특보단장인 신계륜 의원은 “무소속 대통령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이상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문 후보 캠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무소속 대통령이 국가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왜 무소속 대통령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왜 안 후보는 무소속 대통령이 오히려 낫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일 것이다. 첫째, 단일화 협상에 앞선 주도권 경쟁이다. 둘째, 안철수 후보는 정말로 끝까지 무소속 후보로 갈 계획도 갖고 있는 것이다. 좀 더 가능성이 높은 쪽은 당연히 전자다. 안 후보가 끝까지 무소속 후보로 나갈 계획이라면 굳이 문 후보 측의 공세에 대응할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안 후보의 무소속 대통령 주장은 계산된 발언이다. 어떤 계산일까?
친노 손잡으면 보수층 등 돌려

이들 중 다수는 안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는 것 자체에 부정적이다. 단일화 협상에 돌입하는 순간 이들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개연성이 높다. 또 단일화 과정에서 다행히 이탈하지 않은 나머지 보수 지지 세력은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결정되고 난 이후 무소속이 아니라 민주당에 입당해 최종 출마할 경우에 추가로 떠날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안 후보는 정치권 혁신을 명분으로 사실상 민주당의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쇄신 노력을 보이지는 않고 오히려 역으로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으로 역공을 펼치자 이를 반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민주당은 정치혁신 먼저 해라.
친노(親盧) 색깔도 좀 빼고.
그래야 단일화 협상에 임할 수 있다.
나는 보수세력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
이것이 안 후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민주당을 주도하고 있는 친노계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라는 점이다. 2008년 총선거에서 모조리 금배지를 잃었다가 겨우 되찾았고 이제 친노계 대통령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그 권력을 내려놓으라니…. 그들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