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12월 1일 대한민국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미군으로부터 환수한다. 그날부로 한미연합사는 해체되고, 합참이 한국군에 대한 전시·평시 작전권을 모두 행사한다. 미군은 한국사령부(Korea Command)를 만들어 주한미군을 지휘하며 유사시 한국군을 지원한다. 이는 한국에 두 개의 최고사령부가 존재하게 된다는 뜻이다. 한반도 전쟁은 북한이라는 하나의 적과 싸우는 것인데, 합참과 미군(한국사령부)이 따로 대응하게 되었다.
전쟁을 하거나 대비할 때 지켜야 할 대원칙 중의 하나가 ‘지휘의 통일’이다. 하나의 전구(戰區)에 두 개 이상의 지휘부가 있으면 혼란이 일어나므로 반드시 한 개 지휘부만 유지한다. 2015년 12월 이후 한반도 전구에는 두 개의 지휘부가 존재한다. 물론 한국사령부는 직접적인 전투를 회피하겠지만, 공격받으면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양국은 군사협조기구를 만들어 지휘의 통일을 지향하기로 했다.
군사협조기구의 대표는 중장으로 할 예정이다. 양측 중장이 만나 합의한 내용을 대장이 이끄는 합참과 한국사령부가 따르라는 것인데, 계급을 중시하는 군 속성상 유사시 이는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양측 지휘관이 대등하게 만나면 의견이 갈릴 때 해법을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지휘관 사이에 차등을 둔다. 한미는 연합사에 같은 대장을 보내지만, 사령관은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은 한국군 대장이 맡게 한다. 의견이 갈리면 미군 대장이 결정하도록 해놓은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민족 자존심을 해친 것으로 보았지만, 전쟁을 아는 전략가들은 강한 전력을 내놓은 쪽이 사령관을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전력이 강한 쪽이 사령관을 하지 못하면 연합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합사는 지극히 실전(實戰)적인 조직이다. 미군은 걸프전, 코소보전, 이라크전 등에서 ‘지휘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 사령부를 구성했다. 그때마다 롤 모델로 삼은 것은 한미연합사였다. 이러한 연합사를 민족 자존심 때문에 해체하고는 위기 대응이 염려돼 군사협조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 노무현 정권의 국방개혁이었다. 하지 말았어야 할 개혁을 돈 써가며 해놓고, 군사협조기구를 만들어 다시 지우는 격이다.
‘한 지붕 두 가족’ 사태는 이것만이 아니다. 전작권을 환수해도 한국 공군은 전·평시 모두 미 공군과 연합작전을 하기로 했다.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인데, 이렇게 된 이유는 미 공군이 제공하는 화력과 정보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전투에서 이기려면 지피지기(知彼知己)해야 한다. 적의 치명적인 약점을 파악해 표적으로 정하고, 추적 관리하고 있어야 한다.
표적정보 운용 제대로 못하는 한국
미 공군은 표적정보를 많이 확보하고 정확히 파악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미 공군은 표적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KH-12와 라크로스 정찰위성, 정확한 좌표를 잡아주는 GPS 위성, 적진에서 실시간 정보를 보내주는 고고도 무인정찰기 등을 운용한다. 특수목적용 항공기도 많아, 미 공군과 연합해 싸우면 적은 희생으로도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이러니 연합공군의 지휘권은 미 공군이 행사한다. 한국 공군은 합참과 미 공군 양쪽의 지휘를 받게 돼 유사시 혼선이 생길 수 있다.
미 공군이 확보해주는 표적정보는 유도탄사령부(유도탄사)를 비롯한 육군과 한국형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해군 이지스함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육·해군도 미 공군의 표적정보에 의존하기 때문에 한국군은 전작권을 가져와도 미 공군의 지휘를 받는 처지가 된다. 결국 한국군은 중요한 작전은 미 공군의 통제를 받고, 소소한 작전은 합참이 지휘하는 2중 구조의 ‘샴쌍둥이’ 군대가 되는 것이다.
인류 전쟁 역사는 지휘 계통이 통일되지 않은 군대가 패배해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연합사처럼, 한쪽을 사령관으로 하면 다른 쪽은 부사령관 식으로 두는 지혜를 택했다. 사령관의 판단이 틀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로 인한 혼란보다는 대등한 두 지휘관이 대립함으로써 오는 혼란이 훨씬 크기에 차등을 선택했다. 현실이 이렇다면 자존심 때문에 연합사를 해체할 이유가 없는데도, 노무현 정부는 이를 추진했고 이명박 정부가 추수(追隨)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외 VIP가 이용하는 서울공항의 정식 명칭은 공군 성남기지다. 공군기지 중 휴전선에 가장 가까이 있다. 유사시 한미 공군은 북폭(北爆)을 시도하고 북한은 총력으로 방어할 것이므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폭격이나 공중전에 들어간 전투기는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급격한 회피기동을 하므로 연료를 금방 소진한다. 연료가 떨어지면 돌아와야 하는데, 연료 사정이 급박하면 휴전선에서 가장 가까운 성남기지에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