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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미개’ 발언…아들과 부인이 잘못한 것 같다”

‘세월호 수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국민 미개’ 발언…아들과 부인이 잘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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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몽준의 눈물? 나이 들면 눈물 많아져
  • ● 정말 말씀을 마구 해
  • ● 자기 얼굴에 침 뱉지 말고 품격 갖추길
  • ● ‘대선 출마’ 질문에 시인도 부인도 안 해
“‘국민 미개’ 발언…아들과 부인이 잘못한 것 같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건 5월 13일 낮이다. 새누리당 서울시장후보 경선에서 정몽준 후보가 김황식·이혜훈 후보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여당 후보로 확정된 다음 날이다. 박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았다. 시정(市政) 업무도 보면서 선거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서울시청 6층 시장 집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한 뒤 인터뷰에 응했다.

박 시장은 전날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지금, 작고 조용하고 돈 안 드는 선거를 치르자”고 여당에 제안했다. 네거티브도 하지 말자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정몽준 후보를 자극적으로 공격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 후보가 후보수락연설에서부터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해선 매우 서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정 후보가 박 시장의 안보관, 국가관을 거론하며 공세를 펼친 대목에는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고 반격했다. 또 “제발 서울시민을 모독하지 말고, 객관적 사실을 가지고 진지함과 품격이 있는 태도로 선거를 치르자”고 직격탄을 날렸다.

▼ 정몽준 후보가 김황식 후보를 3배 이상의 득표 차로 따돌리고 여당 후보가 됐습니다. 예상하셨나요?

“대체로 그렇게 예상들은 했지요. 그래도 현장(경선 투표장)에서 뭔가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 않을까, 이런 정도였는데….”



정 후보 수락연설의 압권은 ‘눈물’이었다. 정 후보의 막내아들은 SNS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희생자 가족에 대해 언급하며 “국민이 미개하니, 국가가 미개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 후보의 부인은 이후 “(막내아들이) 바른 소리 했다고 격려해주시고 위로해주시는데 시기와 말 선택이 안 좋았다”고 했다. 이에 정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막내아들의 철없는 짓을 사과드린다. 제 막내아들을 너그럽게 용서해달라”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자주 눈시울을 붉혔다.

“진실은 별과 달같이 빛나”

▼ 정 후보의 눈물에 여러 말이 있는데,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보나요?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눈물을 그렇게 마음대로 흘릴 수가 있나요? 당연히 그런 감정에서 그랬겠죠. 그리고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져요. 남자도 가끔은 웁니다. 저도 사실 눈물을 많이 흘려요. TV에서 가슴 찡한 프로그램을 보다가 누가 있으면 못 울지만 혼자 있을 때는 맘껏 펑펑 울기도 하죠.”

▼ 중년 남자의 눈물과 정 후보의 눈물은 다른 거 아닌가요. 일각에선 정 후보가 ‘눈물 마케팅’을 한다고들 하는데요. 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하려는….

“저는 사람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무엇이든 긍정적이고 신뢰를 갖고 봐야지… 전 그렇게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봐요.”

▼ 정 후보 아들이나 부인의 말을 이해한다는 의미인가요?

“사실 제 아이들이나 집사람을 봐도 무슨 죄가 있습니까. 우리는 가만있는데, 온갖 음해를 다 했잖습니까. 가장이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가족은 참 힘들어지는 거 같아요. 물론 (정 후보 아들과 부인이) 어떤 잘못은 있었던 거 같긴 한데…. 가족에 대해선 관용의 눈으로 잘 봐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 그럼 앞으로 선거운동을 하면서 정 후보 아들 발언은 거론하지 않을 건가요?

“그럼요. 전혀 안 할 겁니다. 제가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 어떤 철학과 원칙을 가졌는지를 한번 보시면….”

▼ 참모들한테도 그 문제를 언급하지 말라고 할 건가요?

“당연히 제 생각을 따르겠지요. 저는 네거티브 하지 말자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잖아요. (조금 정색하며) 근데, 오늘 아침 신문에도 보니까 정 후보님은 정말 말씀을 마구 하시데요.”

“내가 명색이 검사 출신”

정 후보는 경선 승리 직후 후보수락연설과 잇단 언론 인터뷰에서 박 시장을 겨냥해 맹폭을 퍼부었다. 표적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박 시장의 시정(市政) 역량에 대한 비판이다. 정 후보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주요 사업들을 지체시켰다. 시민단체 일만 하다보니 남이 하는 일을 간섭하고 잔소리한다. 직업병 같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이념 검증이다. 박 시장이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했던 것을 문제 삼아 “서울시가 왼쪽으로 기울었다”고 했다. 정 후보 측은 “박 시장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일성 만세를 부를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몰아붙였다.

▼ 정 후보에 따르면 시장께선 서울시민이 원하는 일을 열심히 했다기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한 시장인데요.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실은 알 수 있잖아요. 서울시 공무원이 자치구까지 합치면 4만7000명이 되는데, 우리 직원들이 제가 한 일을 모르겠습니까. 지금은 모든 문제를 개인 프라이버시나 안보에 관계되지 않은 한 시민이 요청하지 않아도 전부 공개하게 돼 있거든요. 모든 게 다 드러나 있어요. 진실은 하늘의 태양, 밤하늘의 별과 달같이 빛나고 있는데, 그걸 논쟁할 이유가 없죠.”(박 시장은 자신이 임기 중 달성한 구체적 성과를 알려주겠다고 했고, 이후 시장실은 기자에게 자료를 보내왔다.)

▼ 시장의 안보관, 국가관을 문제 삼는 데 대해선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이해가 안 가요. 저는 기본적으로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시통합방위협의회 의장입니다. 산하에 수도경비사령관,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다 있죠. 1000만 서울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자리예요. 추호의 빈틈이나 차질 없이 책임을 다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명색이 대한민국 검사 출신 아닙니까. 그동안 공익적 활동에 제 청춘을 바쳐왔어요. 그런 사람에게 그렇게 함부로 말씀을 하신다는 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거죠. 제가 그만큼 다른 공격거리가 없는 사람인가 보죠.(웃음)”

▼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적이 있지 않나요?

“국보법 폐지는 미국 국무성의 공식 입장이었고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요구한 사안이었죠.”

▼ ‘광화문 네거리 김일성 만세’ 발언은요?

“그건 당시 한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제가 인용했던 거죠. 완전히 허위사실을 갖고 (공격) 하고 있어요. (정 후보의 주장에 대해) 이번에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어요.”

▼ 정 후보의 공격을 받고 어떤 생각을 했나요?

“서울시장은 단순히 정치 지도자, 행정 수장이 아닙니다. 인격적으로도 존중받아야 하는 자리죠. 서울시민이 자랑스러워해야 하잖아요. 근데 그렇게 네거티브 하고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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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rek11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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