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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전략·내부 불통이 이길 수 있는 선거 놓쳤다

前 김부겸 캠프 대변인의 직설

구태 전략·내부 불통이 이길 수 있는 선거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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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4 지방선거에서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대구시장 후보는 40% 넘게 득표하며 선전했지만, 승리하진 못했다.
  • 당시 김 후보 캠프 대변인이던 이송하 씨가 “새정연은 문제가 많다.
  • 이대론 차기 대선에서 또 질 것”이라며 내부에서 겪고 느낀 점을 ‘신동아’에 기고해왔다. <편집자>
구태 전략·내부 불통이 이길 수 있는 선거 놓쳤다

선거 유세를 하는 김부겸 후보.

새정치민주연합의 잠룡 김부겸은 대구시장 선거에서 패했으나 40.3%의 득표율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여당 텃밭 대구에서 야당 후보가 꽤 선전했다는 게 여러 언론의 평이다. 2012년 12월 대선 때 이 지역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80.14%의 몰표가 나온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일이다.

대구시장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부겸은 당선될 수도 있었다. 대구의 상당수 시민은 김부겸을 박근혜의 뒤를 이을 TK 대선 주자로 여겼다. 이들이 모반을 감행할 태세였으나 김부겸 캠프가 어이없는 실수로 망쳐버린 면이 강하다. 김부겸의 대변인으로 선거에 참여한 나는, 이번 선거가 2012년 대선 및 총선의 복사판이었다고 본다. 또한 다음 대선에서도 야당이 똑같은 실수를 할 것 같은 예감을 지울 수 없다.

2014년 3월 24일 월요일 오후 김부겸은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첫 출발은 무난했다. 그는 “대구의 위기 극복을 위해선 대구가 변해야 한다. 정치권부터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변화는 대구시민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김부겸이 변화를 내건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김부겸은 “내가 시장이 되면 야당을 설득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국회의원들은 여당을 설득할 수 있다. 대구를 더욱 잘 살릴 수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김부겸 대구시장 협력론’을 피력했다. 김부겸은 또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합을 위해 상징적인 박정희컨벤션센터를 짓겠다”고도 했다. 예비 홍보물과 선거공보도 변화를 최고 목표로 두고 세부 실천과제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변화’의 가치를 ‘상생’의 가치가 덮기 시작했다. 캠프의 발걸음이 꼬였다. 김부겸은 여전히 연설에서 변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캠프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상생을 우선하는 것처럼 들렸다.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지만 아무리 현실이 불만이어도 항상 같은 정당에 표를 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보기에 따라선 양대 정당은 진보, 보수 양면을 다 갖고 있다. 대구에도 여야 고정 투표 층의 중간에 부동층 유권자들(swing voters)이 존재한다. 여든 야든 이들이 과녁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난 이들을 빨강(새누리당)과 파랑(새정치민주연합)이 섞인 보라빛 새를 뜻하는 ‘보라새’라고 불렀다.

상생이 변화 덮어

대구에 보라새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했다. 겉으로 보기엔 야권 20%, 여권 80%지만 여권 지지자들 속에는 분명히 보라새들이 있다고 봤다. 특히 호남의 새누리당 후보와 영남의 새정연 후보는 변변치 않은 경우가 많다. 보라새들이 선거 때마다 지역 기반 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이러한 인물 경쟁력에 기인하는 면이 있다.

전국의 보라새들은 지난 대선 때 안철수를 지지했다. 이들은 인물만 좋으면 지역 기반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의사가 있다고 봐야 한다. 김부겸의 등장은 대구의 보라새들이 지역주의를 뛰어넘을 절호의 기회였다. 누구도 정확하게 추산할 수 없지만 나는 대구 유권자의 80%가 여권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이 중 절반은 보라새일 것으로 추정했다.

보라새 대신 빨강새 선택

이런 관점에 따르면 김부겸은 당연히 대구의 보라새를 집중 공략해야 했다. 그러나 김부겸 캠프는 시간이 흐르면서 보라새가 아닌 빨강새를 겨냥했다. 특히 선거 막판에는 정도가 심했다. “빨강새는 여권 지지 의사를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선거전 중반부터 앞세운 ‘상생과 화합’, 선거 막판 내세운 ‘박근혜 마케팅’은 변화 담론을 생략했다. 시민들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대구를 바꾸기 위한 ‘상생과 화합’이었으나, 김부겸은 ‘표를 얻기 위해 정체성도 버리는 사람’으로 비쳤다. 김부겸 캠프는 잡기 어려운 빨강새만 쫓아 다녔고, 정작 지지할 마음을 먹고 있던 보라새는 실망했다.

선거를 한 달 남긴 5월 초 난 김부겸 캠프의 연락으로 대변인을 맡게 됐다. 5월 10일 토요일 오후 팀장급 회의에 처음으로 들어갔다. 참석자는 10여 명이었다. 그런데 회의에 진전이 없었다. 이미 전쟁이 일어나 각 전선에선 백병전이 벌어졌다. 선거캠프는 군 지휘부와 같다. 이런 데에서 민주주의만 따져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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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하 │전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 대변인·전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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