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서청원 의원을 만났다. 서 의원 측은 인터뷰하기 불과 두어 시간 전 약속시간을 잡아줬다. 그만큼 할 일이 많다고 한다. 서 의원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당권을 향한 욕망과 자긍심을 드러냈다.
▼ 지난해 보궐선거 출마할 때 당 대표 안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글쎄요. 사실 큰 당의 대표도 했고, 작은 당 대표도 해봤는데 대표가 참 어렵더라고요. 우리 정치, 대표가 모든 책임 져야 하고…. 난제가 너무 많고. 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오면서 그냥 울타리 구실이나 하고 싶었습니다.”
▼ 그런데 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지….
“당선되고 나서 많은 선후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내가 고맙다고 인사하고,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고. 그렇지 않습니까. 이런 자리에서 정치 선배들 말이, ‘새누리당 이대론 안 되겠다…당신이 가서 박근혜 정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어렵다’ 이러시더라고요.”
▼ 정치 선배들이 왜 그런 말을 했나요?
“지난해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요. 마지막에 겨우 예산만 통과했죠. 특히 국회선진화법 이후 식물국회가 되어버렸잖습니까? 의장도 아무것도 못하고. 이 상황에서 여야 정치라도 회복시키기 위해선 당신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이런 말씀이었죠.”
“역사교실 하고 차기 경쟁하고…”
▼ 그 선배들은 어떤 분들인지….
“(서 의원은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며 5명을 언급했다.) 심지어 목요상 회장을 비롯해 헌정회 회장단은 저를 점심에 초청하더라고요. 당선 축하한다고. 그러더니 이렇게 말하셨어요. ‘서 대표. 오늘 왜 부른 줄 아쇼? 우리 헌정회엔 여야가 없소. 야당 하던 사람도 부의장 하니까. 우리는 나라만 걱정합니다. 서 대표, 요담에 대표 안 나오면 우리 새누리당 지지 안할 겁니다.’ 이렇게까지 말해요.”
▼ 서 의원께서 보기에도 당이 좀 이상한가요?
“내가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김무성 의원이 역사교실 한다고 의원들 모아가지고, 신문에 나고…. 나도 깜짝 놀랐어요. ‘야, 정권이 6개월밖에 안 됐는데 이런 모임 만든다는 건…’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와요. 출범하자마자 권력누수 현상이 벌어진 것이기에 전례 없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들어와 보니까 사람들 생각이 똑같아요. ‘대표님이 나서주시지 않으면 안 됩니다. 벌써부터 이러면 차기 경쟁 시작하는 건데, 안 되겠습니다’ 이러는 거예요. 이렇게 당 안팎에서 엄청나게 권유를 받았어요. 내가 얼마 전까지 고민했던 겁니다. 추대해주면 모르겠는데.”
서 의원의 말은, 라이벌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차기 경쟁에 몰두하면서 권력누수 현상이 나타나 당내에 우려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이런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박 대통령의 힘이 더 빠지지 않겠느냐’라는 추정을 담고 있다.
▼ 추대가 아니어서 고민했다?
“후배와 큰 싸움해야 하니까요, 그게 고민이었던 거죠. 사람들이 제게 ‘당신의 경륜과 경험, 리더십을 압니다’라고 말해요. 그러면 ‘저는 리더십 없습니다. 오직 열정밖에 없습니다’라고 답해요. 솔직히 선거든 뭐든 저는 웃통 벗고 내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죠. 사람들은 그걸 진정한 리더십으로 보기 때문에 저를 강하게 내모는 거예요.”
▼ 7선 의원으로서 국회의장 하마평이 무성했는데요.
“국회의장 하겠다는 말도 못 했어요. 그 자린 후배들이 다 하고 싶어 하는 자리니까. 저의 리더십, 열정을 바쳐 이 정권 잘 가도록 하는 것 외에는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 차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