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사건이죠.
“역사에 없는. 제가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했지만, 그 외에 이번만큼 큰일이 없었거든요. (서 의원은 1969년부터 1980년까지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가만히 보니 당에서 짊어져 주는 사람이 없어요. 제가 학자들 데리고 제일 먼저 세월호 법안 만들어 올렸습니다. 국회 안행위(안전행정위원회)에서 장관이 답변하는 걸 보고 여당의 최고 맏형인 제가 발딱 일어나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니 당장 사퇴하시오’라고 했어요. 야당 의원들도 깜짝 놀랐어요. 얼마 뒤 저는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어요.”
▼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에서 그렇게 말하라고 시키진 않았겠죠.
“당연히. 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려 해요. 야당의 주장이라도 옳은 길이면 따르자고 합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당내에선 ‘서 대표가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말이 더 나오기 시작했어요. 저도, ‘박 대통령이 국가개조 하겠다는 데, 좋다. 대통령을 돕자’ 이렇게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뭐든 대통령, 대통령, 대통령…”
▼ 국회선진화법으로 여당의 법안예산 단독처리가 불가능하고 여야 간 대립이 심합니다. 이런 정치구조상 누가 여당 대표가 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내가 국회에 들어와 가장 적극적으로 한 게 야당 중진들 일대일로 만나는 일이었어요. 야당 말이 내가 처음이래요. 정세균, 이해찬, 박지원, 문희상, 정대철, 이부영 같은 분은 말이 오가니 시원하다고들 하세요. 선진화법 이후엔 야당이 갑이고 여당이 을입니다. 야당에 저와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 같이 하던 분들이 있어 제가 야당과 대화가 됩니다.”
▼ 지난 1년여 우리 정치를 보면, 야당은 모든 것을 박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고, 박 대통령은 그런 야당을 상대하지 않고, 여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 말이 딱 맞는 게, 저도 깜짝 놀랐어요. 야당 분들이 ‘다 청와대에서 지시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해요. 갑갑한 일이죠. 여당 대표가 전혀 힘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뭐든 전부 대통령, 대통령, 대통령 하는 겁니다. 이래선 아무것도 안 돼요. 여당 대표가 힘이 있어야 대통령이 편합니다. ‘아 꼭 청와대까지 안 가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니까. 대통령이 당 대표를 정례적으로 만나고 당의 주장을 적극 수용하고 정보도 공유해야 해요. 그래야 오더 받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불식돼요.”
▼ 서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대통령도 사람입니다. 상대가 신뢰할만한 사람, 사심 없는 사람,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일해줄 사람이라고 믿을 때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않겠어요? 반대로 차기 욕심을 가진 사람은 대통령과 대화가 잘 안될 거예요. 대화다운 대화가 이뤄질 때 얼마든지 직언도 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제가 대표가 되면 근래에 없던 건강한 당·정·청 관계, 여·야 관계를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국민은 만날 지시하고 복종하고 서로 헐뜯고 싸움만 하는 정치에 진력이 났어요. 전 이런 정치를 바꿀 수 있어요.”
김무성 의원 측은 “‘과거냐 미래냐’ 프레임으로 당 대표 경선을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러 언론은 과거를 서청원으로, 미래를 김무성으로 해석한다. 여기서 과거는 2008년 총선 당시 선거자금 문제로 사법 처리된 전력 등 서 의원의 어두운 이력을 암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기자에게 “친박연대 하다가 감옥까지 갔다 왔다. 그러나 돈 10원 한 장 안 받았고 당에서 받아서 다 갚았는데 대표인 내게 그 책임을 물어 내가 감옥 갔다. 재기했으니 그것으로 됐다”고 말했다.
‘배신 vs 의리’ 프레임
김 의원 측의 ‘과거냐 미래냐’ 프레임에 대항해 서 의원 측은 ‘배신이냐 의리냐’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언론은 배신을 김무성으로, 의리를 서청원으로 해석한다. 2009년 이명박 정권이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할 때 당시 같은 여당 소속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 생명을 걸고 반대했는데 친박 김무성 의원은 수정안에 찬성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여당 원내대표를 맡는 문제를 놓고도 김 의원은 박 대통령과 대립했다. 언론은 주로 이 점을 배신-의리 프레임에 연결시킨다.
▼ 김 의원이 결정적인 순간 등을 돌렸다고 박 대통령이 생각했을 수 있다고 보나요?
“(물 한 잔 들이켠 뒤) 그건, 저는, 박 대통령을 가만히 보면. 어쨌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관계를 제일 중시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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