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청와대의 정무특보 위촉을 반대했는데.
“그랬다고 들었다. 그러니 정무특보가 당청 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대통령 정무특보가 당과 조율하는 일만 하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현안, 과제, 이런 것들에 대해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정부나 청와대에 전달하는 역할도 있다.”
▼ 정무특보 위촉 이후 당청관계가 오히려 나빠진 건 아닌가.
“언론은 이상한 이중 잣대를 가졌다. 정무특보를 왜 위촉하냐고 비판하면서도, 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또 비판한다. 그건 맞지 않다.”
▼ 정무특보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나.
“일일이 밝히는 건 부적절한데, 그래도 꽤 역할이 있었다. 정부라는 게 내각이든 비서실이든 안에서 열심히 하지만, 밖에서 보면 조정이 필요한 게 있다. 현장의 상황을 전한 것도 여러 건 있고, 필요한 경우 건의를 한 적도 있다. 나의 경우 가장 중요한 일을 꼽으라면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위원장으로서 정부와 의견 조율을 수차 했는데, 사실 여기에 정무특보의 역할이 많이 녹아 있다. 가장 중요한 국정 현안이 공무원연금 개혁이었지 않나.”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주 의원은 특위 활동 124일 만인 5월 2일, 정부와 공무원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실무기구 내 의견 조율과 여야간 합의를 이끌어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매달 내는 연금 보험료를 결정하는 수치인 기여율은 현행 7%에서 9%로 5년간 단계적으로 인상 △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수치인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1.7%까지 20년간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월 300만 원을 받는 30년 재직 공무원의 경우, 연금 보험료는 월 21만 원에서 27만 원으로 6만 원 더 내고, 연금 수령액은 171만 원에서 153만 원으로 18만 원 덜 받게 됐다. 연금 지급개시 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춰졌다. 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여당이 야당에 끌려 다니면서 당초 기대보다 훨씬 못 미친 결과가 나왔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어떤 처지냐에 따라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엄청난 개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세금을 내는 일반 국민은 ‘공무원에게 특별히 잘해줄 필요가 없다. 국민연금과 똑같이 하라’고 요구한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반면 전문가 그룹에서는 전반적으로 아주 잘된 개혁이라고 평가한다. 더욱이 개혁할 땐 파업 등 온갖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는데 이번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라는 강성 노조까지도 합의한, 말하자면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아주 좋은 케이스였다. 이것만 통과시키면 됐다. 그런데 느닷없이 야당이 국민연금을 연계하고 나왔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통과 이후에는 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청와대는 몰랐던 듯”

“우리 입장은 명확했다. 특위에서는 공무원 연금만 논의하고, 국민연금 논의는 필요하다면 따로 논의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야당은 국민연금에 대한 요구를 안 들어주면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에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간단치 않았다. 5월 2일이 지나면 공무원연금개혁특위는 해체된다. 야당이 다시 동의하지 않으면 특위를 만들 수도 없다. 올 9월부터는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그리고 곧바로 내년 4월에 선거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번에 못하면 몇 년간 미뤄지겠다는 위기감이 컸다. 결국 야당의 협상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쟁점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자는 것이었다. 소득대체율이 높을수록 좋은 것을 누가 모르나. 문제는 그 돈을 어디서 누가 내느냐는 것이지. 그러니 기구를 만들어 전문가와 이해당사자가 모여 논의하는 건 좋다고 했다. 그런데 야당은 소득 대체율을 50%로 못 박고, 8월 31일까지 무조건 법안을 처리하자고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이걸 받지 않으면 당장 전공노부터 실무기구에서 빠져나가겠다고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이라도 하나 통과시켜놓는 게 맞는지 안 맞는지,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했다. 정부나 청와대는 당연히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만 생각했다. 그런데 여당으로서는 야당의 막무가내 연계 공세 앞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 당시 청와대에 이런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됐나.
“그게 제일 예민한 부분이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목표치’로 협상한다는 정도는 청와대가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딱 50%로 못 박는 것에 대해서는, 당시 조윤선 정무수석이 정확하게 통보 받았는지, 그리고 청와대 의사 전달과정이 어땠는지는 아는 바 없지만 아마 몰랐던 것 같다.”
▼ 최종 합의 전날(5월 1일), 당 지도부와 특위위원장, 조 수석 등이 회의를 하지 않았나.
“그땐 야당의 요구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못 박자는 것인지, 목표치인지 뚜렷하지 않았다. 상황이 유동적이었다. 그렇다보니 그 회의 자리에서 우리가 어떻게 할지 결론을 내릴 상황이 아니었다.”
▼ 결국 조 수석이 물러난 건 이런 논의과정을 청와대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진 건가.
“그런 부분이 조금 있다고 본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이런 과정을 청와대가 다 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청와대가 안다는 말은 조 수석이 다 안다는 말이다. 그러면 청와대 안에서는 그 내용을 다 공유해야 한다. 그런데 이후 청와대에서 나온 성명을 보면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청 간 소통 경로인 정무수석이 뭔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내용에 대해 충분히 소통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야당이 붙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부분에 관해서는 소통이 충분치 않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