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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살길 찾으려면 박정희 · 김대중 영웅화 그만두라”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대한민국 살길 찾으려면 박정희 · 김대중 영웅화 그만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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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進化 대신 善進化

▼ 언론인으로 출발해 우리 사회의 주요 영역에서 소중한 경험을 하셨습니다. 국가미래전략과 관련해 착할 선(善)자를 쓴 ‘선진화(善進化)’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善進化’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죠.

“한말의 개화나 박정희의 근대화나 같은 차원이에요. 서양 모델이 있으니 그것을 따라가자는 거란 말입니다. ‘개명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죠? 개명의 뜻이 선진화(先進化)예요. 근대화, 선진화는 서양 근대가 성공했기에 나온 말입니다. 한국이 성공했듯, 중국도 근대화에 성공했고, 동남아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도 개명이 일어나고요.

근대화가 보편적인 것이 되면, 그간 ‘근대화의 세계화’라고 표현해왔지만, 전혀 다른 세상이 옵니다. 근대화, 세계화는 오랫동안 선(善, virtue)이었지만, 미래에는 저주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물 부족, 환경문제, 기후변화, 사막화로 인한 식량 위기가 예가 되겠죠. 경제가 성장하고 자동차가 느는 게 좋은 일이었지만 미래에는 다른 문제가 되는 겁니다.

앞서 말했듯 우리의 성취는 ‘대한민국 근대화 혁명’입니다. 프랑스 공화주의 혁명, 영국 산업혁명에 비견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한민국 근대화 혁명’은 2000년을 기점으로 끝났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성공 스토리를 찬양하거나 그것에 만족하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가령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남 일이 아닌 우리 일입니다. 환경, 물, 공기, 기후변화, 식량 문제를 우리 품으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표적 국가예요. 세계 역사상 에너지 밀도가 높기로 손꼽히는 나라입니다. 21세기 지구촌 생존 문제의 핵심 진앙이 한국에 있다고 여기고 선진화(善進化)에 나서야 합니다. 국가 전략은 물론이고 경제 · 외교 정책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맞춰 수행해야 하고요.”

“대한민국 살길 찾으려면 박정희 · 김대중 영웅화 그만두라”

김진현(오른쪽)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5월 20일 ‘신동아’ 대담에서 “대한민국은 ‘근대화의 세계화’ 과정에서 인류의 살길을 찾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착적 근대화

그는 함석헌, 이문열, 김욱, 이응준의 글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이 ‘참회의 시간’ ‘참회의 무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석헌은 1958년 ‘남한이나 북한이나 외래의 꼭두각시일 뿐이지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나라 없는 백성’(‘사상계’ 1958년 8월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2013년 소설가 이문열은 함석헌과 반대로 ‘나라는 있는데 백성이 없다’면서 ‘교육 현장에는 국민이 아닌 자유시민이 길러지고, 심한 경우 북한 국민이 길러진다’(2013년 4월 1일 ‘동아일보’ 인터뷰)고 말합니다.

평론가 김욱은 대한민국은 한 나라가 아니라 ‘이종(異種)의 생명체’라면서 ‘어떨 땐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집단적으로 서로 다른 세계를 산 게 아닌가, 그리고 지금도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 개마고원, 2013)고 한탄했습니다. 소설가 이응준은 망국을 말하면서 ‘통일 앞에 우리 각자가 실증적인 용기를 발휘하지 못할 때 우리 국가 역시 우리 모두를 따라 망해갈 것이다. 조만간 세계사는 채 마무리 짓지 못한 20세기를 이 한반도 안에서마저 실험하려들 것이기 때문이다’(동아일보 3월 28일자)라고 단언합니다.

이들의 말을 소개한 것은 통계와 지수로는 국가가 기적, 혁명이라고 할 만큼 발전했는데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생존 조건의 어려움에는 본질적 변화가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자 함입니다.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안보 · 외교 조건은 건국 이래 최대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일본의 국수적 민족주의, 중국과 미국의 충돌, 이민자 문제 등에서 드러난 유럽의 퇴행, 근대를 부정하는 이슬람국가(IS)의 등장 같은 사례에서 보듯 세계는 최근 500년 동안 진보라고 생각해온 방향과는 다른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과거의 길, 다시 말해 5 · 16(산업화), 6 · 29(민주화)의 길을 걷는 것은 죽는 길입니다. 산업화, 민주화의 기적에 매달리는 현상 연장의 길은 죽은 길이에요.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은 참회의 시간을 거쳐야 합니다. 유병언, 성완종 등에 의해 폭로된 국가해체 현상은 근대화 혁명의 실체를 정리하면서 경과와 후과(後果)를 점검해 살릴 것과 버릴 것을 선택하고 성공과 실패를 여과 · 소화 · 발효 · 승화시키기 위한 참회의 무대를 거치라고 요구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계 근대사에서 독특하고 유일한 ‘대한민국 근대화 혁명’을 지구촌의 새 대안 질서, 세계적 한국 모델(Global Korea Model), 세계 새 평화 질서(Pax Universa)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한강의 기적은 박정희 · 이병철 · 정주영으로 미화하고, 민주화는 김영삼 · 김대중 · 노무현으로 미화하는 작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같은 영웅화, 개인화는 진영 논리를 고착화해 이성적 토의와 객관적 실증, 진실로의 접근을 가로막습니다.

우리는 도착적 근대화의 질주를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도착적 근대화 현상은 전통에 충실해 문 닫고 살던 우리가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전면적으로 근대 · 현대로 돌진하면서 생긴 변종 현상입니다. 지구상의 어떤 선 · 후진국보다 초근대 현상을 압축적으로 담은 곳이 한국이거든요.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살길 찾기는 미래 인류가 살아갈 삶의 지향을 여는 길이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근대화 혁명의 성취와 도착적 근대화의 진행을 생명 · 생존 · 평화 · 보편윤리 기준으로 정리 · 극복하고 발효 · 승화시키면 그것이 바로 사는 길, 덕진화(德進化) · 선진화(善進化)의 길입니다.”

▼ 이명박 정부 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현대사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것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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