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해기지에 들어온 미 해군의 LA급 공격잠수함. 미 해군은 이 잠수함으로 가상 적의 전략원잠을 꼼짝 못하게 하는 물귀신 작전을 펼친다.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가 연안에서 480여km쯤 떨어진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를 점령함으로써 전쟁이 일어났다. 아르헨티나는 포클랜드로 1만여 명의 군대를 보내 승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영국 대처 총리는 탈환 명령을 하달했다. 영국군은 해리어 전투기 42대와 각종 헬기 150여 대를 탑재한 경항모 2척(허미즈, 인빈시블), 상선을 개조한 임시 항모 1척, 구축함 8척, 호위함 15척, 원자력잠수함 5척, 디젤잠수함 1척을 보냈다.
포클랜드전에서 보여준 위력
이들은 총력을 기울여 대서양을 남북으로 가르는 1만3000여km 항해에 들어갔다. 그리고 5월 2일 놀라운 소식을 전해왔다. 아르헨티나의 순양함인 제너럴 벨그라노함을 격침한 것이다. 공격자는 영국 원잠이라고만 알려졌다. 그 바람에 아르헨티나는 경항모인 마요함을 출동시키지 못했다. 마요함을 지켜줄 ‘호위무사’가 사라졌기 때문.
덕분에 포클랜드 일대 상공은 해리어기의 독무대가 됐다. 제해권과 제공권을 장악한 영국군은 5월 26일 본격적으로 상륙해, 29일 아르헨티나군을 항복시켰다.
전쟁이 끝나자 대처 총리는 영국 잠수함을 전부 핵추진함으로 바꾸게 했다. 이유는 5척의 원잠은 출항 2주 만에 제일 먼저 현장에 들어가 벨그라노함을 격침하고 아르헨티나 해군 기지를 봉쇄했지만, 디젤잠수함은 전쟁이 끝나가던 5주차에야 도착했기 때문이다.
디젤잠수함이 전속(20노트)으로 잠항하면 배터리는 약 2시간 만에 방전된다. 따라서 물 밖으로 흡기구를 내밀고 공기를 흡입해 디젤엔진을 돌리고, 그 힘으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엔진을 돌리면 ‘당연히’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는 배기구로 빼내야 한다.
흡기-압축-폭발-배기는 엔진의 구동 원리인데, 구동 때 큰 소리가 난다. 소리가 나면 적에 탐지될 위험이 높아져서 디젤잠수함은 엔진을 돌릴 때가 가장 위험하다. 더욱이 흡기와 배기를 위해 수면 가까이 올라와 있어 초계기 등에 달린 ‘눈(眼 · 소노부이 등을 가리킴)’에도 쉽게 탐지된다.
영국 디젤잠수함은 빨리 가기 위해 먼바다로 나온 다음에는 탐지될 위험을 감수하고 디젤엔젤을 돌리는 부상 항해를 했다. 그런데도 원잠을 따라가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수상함이 30노트로 달리려면 디젤엔진과 함께 가스터빈도 돌려야 한다. 가스터빈을 돌리면 소음이 커지고 연료가 많이 소모되기에, 일반 작전을 할 때는 돌리지 않는다. 다급한 경우에만 가스터빈을 사용한다.
디젤잠수함에는 가스터빈이 없다. 따라서 물 밖으로 나와 전속으로 달려도 10노트에 불과해 수상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원잠은 가스터빈이 없어도 ‘죽는 날’까지 30노트 속도로 잠항할 수 있다.
원잠은 디젤엔진 대신 원자로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한다. 원자로는 공기를 쓰지 않고 구동되니 큰 소리를 내는 흡기-압축-폭발-배기 과정이 없다.
그런데도 힘이 남아돌아 배터리를 충전하고 남은 에너지로 잠수함 밖에 있는 바닷물(H₂O)을 전기분해해, 수소(2H₂)와 산소(O₂)를 만들어낸다. 승조원 호흡을 위해 원잠이 부상항해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원잠이 ‘물귀신’이 된 비밀은 원자로에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은 핵 확산을 막기 위해 발전(發電)용 원자로에는 3~5%로 농축한 핵연료를 쓰게 한다. 연구용 원자로에 대해서는 높게 허용하나, 요즘은 20%까지만 농축을 허용한다. 이를 ‘저농축 핵연료’로 통칭하는데, 저농축 핵연료는 오래 쓰지 못한다. 발전용인 한국형 경수로는 3년마다 핵연료를 교체해야 한다.
원잠과 원잠기지에는 그러한 일을 해줄 원자력 전문가와 장비를 둘 곳이 없다. 또 원잠은 신속히 작전에 투입돼야 하니,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원자로를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