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초당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손 대표가 ‘신비주의 고행(苦行)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 전 대표의 측근이던 A씨(대학교수)에게 이 얘기를 했다. A씨도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면 그냥 서울에서 일상생활을 하면 되는 거 아니냐. 본업인 대학교수로 돌아가든지. 그러지 않고 스스로를 ‘셀프 유배’ 시키며 ‘토굴’로 간 건 그 자체가 ‘토굴 정치’로 자신을 신비롭게 포장하는 것”이라며 동의했다.
A씨는 손 전 고문이 다산초당 인근을 거처로 택한 것에도 주목했다. 다산초당은 조선시대 실학(實學)의 대가인 다산 정약용 선생이 순조 1년 신유사옥에 연루돼 10여 년 동안 귀양살이를 하면서 ‘목민심서’를 저술한 곳이다. 손 전 고문이 이런 역사적 사실을 감안한 것 같다는 게 A씨의 생각이다. ‘정약용 이미지’는 유권자에게 호감을 준다.
손 전 고문은 ‘정치부 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으로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손 전 고문은 기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굉장히 신경 쓴다. 언론의 평가를 늘 염두에 두면서 움직인다. 지금도 기자들이 멀리 토굴까지 찾아오는 걸 은근히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끊임없는 변신과 이벤트”
손 전 고문의 서울대 정치학과 동창인 B씨(전 고위공무원)는 “동문들 중 일부는 손학규의 끊임없는 변신과 이벤트를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운동권 출신의 진보적 대학교수였다가 보수 성향 정당에서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를 지낸 뒤 탈당해 진보 성향 정당의 대표가 된 손 전 고문의 경력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설명이다.
만약 ‘신비주의 고행 마케팅’이 손 전 고문의 대선 레이스 복귀 시나리오라면 이 시나리오는 제대로 작동할까. 정치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상황에 따라서’라는 전제를 붙였지만 그가 완전히 정치를 떠난 것으로는 여기지 않았다. 다만 정계 복귀 후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손 전 고문의 핵심 측근이던 C씨(전 국회의원)는 “복귀할지 모르지만 성공은 못하리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야권엔 그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C씨는 “친노가 장악한 새정연에 손학규의 기반은 없다. 안철수도 못 버티는데 손학규가 뭘 하겠는가”라며 “그렇다고 여당으로 갈 수도 없고 독자 신당을 창당할 수도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다만 “한 가지 경우는 있다. 야당이 여러 갈래로 쪼개져 비노계의 한 정파가 그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손 전 고문이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손 전 고문이 정치적 부활을 시도하겠지만 유력 대권주자로 다시 자리매김할 가능성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황 평론가는 손 전 대표의 약점으로 ‘콘크리트 지지층’ 부재를 꼽았다.
“손 전 고문이 진심으로 정계를 은퇴했다고 믿는 사람은 정치판 언저리엔 거의 없다. 일단 어려운 순간을 피하고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강진으로 간 거다. 그러나 국민 앞에서 은퇴를 선언해놓고 이를 번복하려면 최소한 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의 지역적 기반에다 열성적 지지층의 열화와 같은 소망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국민 15~20%가 ‘당신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을 쳐줘야 한다. 손 전 고문에겐 그런 지지층이 없다. 참모들과 팬클럽이 지지한다고 그걸 믿고 복귀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