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김태효 “北 자꾸 문 두드려 접촉했다…김정일 서울답방 고집 안 해”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 내막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9-12-02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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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 포기 명문화는 희박”
    • “국군포로 송환도 회담 조건”
    • “정상회담 통한 대북지원 없다”
    • “북측과의 대화 잘 성숙되지 않아”
    • 남북이 싱가포르에서 만나는 이유는?
    김태효 “北 자꾸 문 두드려 접촉했다…김정일 서울답방 고집 안 해”

    고 김대중 대통령 조문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김기남 노동당 비서 일행이 8월2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남북한이 정상회담을 위해 접촉했다는 얘기가 잇따라 흘러나왔다.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의 흐름은 8월15일부터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8·15 경축사에서 “이제는 남과 북이 대화할 때”라며 “정부는 언제, 어떠한 수준에서든 대화와 협력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어떠한 수준에서든 대화와 협력을’이라는 발언은 ‘정상회담 용의 있음’을 TV를 통해 공개리에 북측에 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국민의 합의 없이 투명하지 않은 어떤 회담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2004년 4월), “국민 뜻에 반하는 대북 협상은 없다. 남북 간 문제는 매우 투명하고 국제사회에서 인정하는 룰 위에서 준비를 하게 될 것”(2008년 3월26일)이라는 이 대통령의 종전 입장과는 크게 다른 뉘앙스였다.

    며칠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8월21일 서울을 방문한 북한 조문단은 이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상회담과 관련된 사안이 논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측은 해명자료와 브리핑을 통해 “그런 언급은 없었다” “남북관계 기사는 막 쓰면 안 된다”고 했다.

    꼬리 무는 접촉설과 부인

    이후부터 남북의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설과 당국의 부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미국 국방부의 윌리스 그레그슨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0월1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방북 초청을 했다”고 말해 소동이 났다. 한국 정부가 공식 부인해온 사안을 동맹국인 미국에서 인정한 꼴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구상 발표 후 한미 간 이견이 발생해 이러한 극비정보마저 브리핑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청와대는 “오해”라고 즉각 부인했다. 백악관은 4일 뒤에 “오해가 있었다”고 했다.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 일행이 10월15~2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사실이 포착됐다. 정동영 의원은 10월20일 베이징 공항 출국장에서 김양건 부장 일행을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눴다고 했다. 베이징 체류 기간 김 부장은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을 극비리에 면담했다는 설이 10월22일 나왔다. 청와대는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10월22일 KBS는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남측의 통일분야 고위 관계자와 비밀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20년간 남북 접촉 실무를 맡아온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원동연 실장이 김 부장을 동행했다고 한다. 청와대 측은 이번엔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싱가포르 접촉설과 관련해 접촉시점과 남측 인물의 실명이 나왔다. 일본 NHK는 “10월17, 18일 싱가포르에서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부장이 만나 남북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다”고 11월12일 보도하면서 “개최장소를 둘러싸고 대립해 성과 없이 끝났다”고 전했다. 임 장관은 이 보도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편으로 국가정보원 김숙 제1차장이 10월 중순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부장을 비밀 접촉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국정원 모 차장이 싱가포르에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이는 “임태희 장관이 김숙 차장의 수행을 받아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부장을 만난 것”으로 발전했다.

    국정원은 최근 대북 접촉 창구를 3차장 산하에서 1차장 산하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숙 1차장이 정상회담 등 남북 문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김숙 1차장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국정원 측은 “조직 개편이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 접촉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김태효 “北 자꾸 문 두드려 접촉했다…김정일 서울답방 고집 안 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은 10월26일 남북 비밀접촉 당사자로 “남측은 C목사, 북측은 김정일 위원장 친척인 K씨”라며 새로운 인물들을 지목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10월29일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국감에서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 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확인해줄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선 “상대가 있는 것이라 확인해주지 못한다”고 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0월23일 국감에서 “아는 바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태도가 다시 변했다. 이 대통령은 11월6일 남북정상회담 추진설과 관련해 “거듭 말하지만 만남을 위한 만남, 원칙 없는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했다.

    보안이 엉망이거나

    현재까지 정부 당국은 ‘정상회담 비밀접촉’ 자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국정원은 “추진하는 게 없다”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굳게 견지한다. 언론이 “‘확인해줄 수 없다’는 건 ‘인정한다’는 뜻인가”라고 물으면 정부 당국자는 “알아서 생각하라”고 답한다. 접촉 당사자가 누구인지도 오리무중이다. 비밀면담의 경과가 어떠한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이 대통령의 ‘원칙 회귀’ 발언을 미루어 볼 때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익명의 여권 인사가 극비접촉설을 흘리면 정부 공식라인에선 부인하는 이상한 일이 반복되고 있어 의혹을 낳고 있다.

    언론사마다 여러 기자가 ‘정상회담 퍼즐 맞추기’에 달라붙어 있다. 취재경쟁이 뜨겁다. 이미 두 차례 목격한 바 있지만 남북정상회담은 국민적 관심을 끄는 대형 이벤트다. 정상회담의 시점, 내용에 따라 웬만한 국내 이슈는 덮어버리는 파괴력을 지닌다.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 직후 공통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

    정상회담 이슈에 불이 붙은 뒤 여권 고위 인사의 말을 인용한 추측성 뉴스들이 잇따라 나왔다. 이 중 일부는 오보로 판명 났다. 익명의 관계자가 또 등장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키는 일이 될 듯했다. 그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정보를 얘기하더라도 ‘맞으면 그만, 아니면 말고’일 뿐이다.

    ‘실명’의 정부 당국자가 “확인해줄 수 없다”의 수위를 넘어 핵심 의문인 △실제 정상회담 비밀접촉이 있었는지 △어떻게 접촉했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어떤 부분에서 의견충돌이 있었는지 △현재 추진상태는 어떠한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고 진전된 내용을 설명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분은 아닙니다”

    이런 차원에서 ‘신동아’는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과 남북정상회담 비밀면담에 대한 일문일답을 나눴다. 북측과의 비밀면담이 실제로 있었다면, 이는 청와대와 국정원의 고위층, ‘모종의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대통령 핵심 측근 등 극소수 이너서클에 의해서만 공유되고 있는 듯 보인다. 김 비서관은 지난 대선 때부터 이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문제를 자문해온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비서관은 “북측이 자꾸 우리 문을 두드려와 만났다”면서 정상회담 예비접촉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복수의 경로로 남북이 접촉해왔음을 암시했다. 북측과의 비밀면담 내용과 관련해 “언론에서 생각하는 것 만큼 진전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다음은 김 비서관과의 대화 내용이다.

    ▼ 이 대통령 측근인 C씨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북측 인사를 비밀리에 만나 의견을 교환한 일이 있습니까.

    “그런 적 없습니다. 그분은 아닙니다.”

    ▼ 10월 이상득 의원, 임태희 장관 등 여권 주요 인사나 국정원 간부가 정상회담 추진 문제로 싱가포르 등지에서 김양건 부장 등 북측 인사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질까요?

    “언론이 과도하게 경쟁하는 것 같아요.”

    ▼ 정상회담과 관련해 남북 간 접촉이 이뤄지는 건 사실 아닌가요?

    “지금 이뤄지는 건 없습니다.”

    ▼ 그렇다면 9, 10월에는 정상회담 문제로 북측과 비밀리에 만났나요?

    “그쪽에서 자꾸 우리 문을 두드려오니까요. 만나서 대화는 하는데…. 언론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뭔가 진전되는 건 아닙니다. (정상회담) 조건들에 대해 협의가 잘 안 되고….”

    김태효 “北 자꾸 문 두드려 접촉했다…김정일 서울답방 고집 안 해”

    임태희 노동부 장관

    ▼ 계속 조율하고 있는 건가요?

    “내가 말씀드렸잖아요. 지금은 분위기가, 대화가 잘 성숙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입니다.”

    “목표 시점 정하지 않았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그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유력하다는 게 한 여권 인사의 설명이었다. 정상회담을 먼저 제의한 북측으로서는 ‘남측과 유화국면을 조성해두는 것이 곧 시작되는 북핵 문제 북미 대화라는 본게임을 운영하는 데 있어 유리한 여건이 된다’고 보는 듯 하다는 것이다.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올 수 있는 남측의 인도적 지원, 경제적 지원도 북측에는 긴요한 일이다.

    남측으로서는 ‘남북이 전면적 대결태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북미 대화를 통해 북미가 급속히 가까워지는 상황을 지켜만 볼 경우 향후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 결정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직면해 있다. 정상회담은 이를 반전시킬 ‘비장의 카드’가 된다는 것이다. 여권 인사는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지방선거, 북미 대화, 6자회담 본격 재개 이전인 내년 2, 3월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 비서관은 “목표 시점을 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 내년 2, 3월쯤 정상회담을 여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는데요. 우리 정부로서도 그럴 필요성이 있지 않나요?

    “두 가지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목표 시점을 정해놓고 대화하는 건 아닙니다. 둘째, (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한) 조건과 (정상회담을 통한) 성과가 중요하지 필요성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 우리 정부가 제안하고 있는 ‘그랜드 바겐’과 관련하여,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명시적으로 북핵 포기를 선언한다든지, 북핵 포기 약속을 정상회담 합의문에 넣는다든지 할 경우 이는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에서 진전된 결과라고 보는가요? 이 정도의 성과를 기대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건가요?

    “북측이 그 정도까지 나올 가능성이 현재로선 희박해 보입니다. 그러나 하여간 북핵과 관련해 뭔가 진전된 내용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 거 없이는 (정상회담이) 추진되기가 좀….”

    ▼ 진전된 내용을 이끌어낸다면 정상회담은 해볼 가치가 있다?

    “그렇죠.”

    ▼ 그러한 정상회담은 미국의 이익과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은 한반도 최대현안인 북핵 문제를 회피했다. 김 비서관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은 이전 정권의 이런 태도와 달리 북측과의 정상회담 예비접촉 단계에서 “북핵 문제의 진전이 정상회담의 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북측에 전달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대북정책은 ‘비핵·개방3000’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이 개방하여 국민소득 3000달러 수준이 되도록 경제지원을 해주겠다’는 게 요지다. 그러나 야당과 언론 일각에선 비핵·개방3000에 대해 ‘경직된 대북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북측과의 교류나 대북지원이 일절 없다’는 원칙론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비핵’과 ‘개방3000’ 동시 착수

    이에 대해 김 비서관은 “비핵·개방3000은 ‘비핵’과 ‘개방3000’을 동시에 착수하게끔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은 핵 폐기가 진행되는 단계에서도 대북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비핵·개방3000은 ‘선(先) 핵폐기론’이 아니며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유연한 대북정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여권 내부에선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개방3000, 그랜드 바겐 등 주요 대북정책의 취지를 직접 설명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어지는 김 비서관의 말이다.

    “우리 정부는 네 가지 용어를 말하고 있습니다.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 ‘비핵·개방3000’‘그랜드 바겐’‘한반도의 새로운 평화 구상’ 등이죠. 이 네 용어가 혼재되어 오해가 생기기도 하는데요, 내가 한 문장으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는 우리가 제시하는 궁극적 비전입니다. 비핵·개방3000은 그 비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랜드 바겐은 비핵·개방3000을 시작하기 위한 협상전략입니다. 이러한 실행 과정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 구상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겁니다.”

    ▼ 국군포로 송환 문제도 정상회담 예비접촉에서 논의됐다는데 어떻습니까.

    “그 문제를 포함해 인도적 현안이 여러 가지 있는데 딱 잘라서 ‘원, 투 이거다’는 아닙니다. 유동적이지만 국민과 국가의 이익에서 중요한 문제를 올려놓았어요.”

    ▼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북측에 제시했나요?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는데 그 문제의 정답을 내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서울답방을 약속한 바 있다. 북측이 평양으로 한국 대통령을 자꾸 불러들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태효 “北 자꾸 문 두드려 접촉했다…김정일 서울답방 고집 안 해”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2차 남북정상회담.

    “서울답방, 복잡한 문제 얽혀”

    ▼ 3차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서울에 와야 하지 않나요?

    “두세 개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서…. 밖에서 얘기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북한을 다룰 때 여러 가지가 고려됩니다. (두 정상이) 언제 어떤 식으로 만나느냐는 문제는 국민이 보기에 사정을 이해할 수 있고 최대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그렇게….”

    ▼이번에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측에 현금 지원이 있나요?

    “이번뿐만 아니라 앞으로 남북경협 시 조건 없이 주는 돈은 최대한 자제할 겁니다.”

    ▼ 비핵·개방3000이 비핵과 개방3000의 동시진행이라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 부분과 관련해 어느 정도 진전된 약속을 할 경우 우리도 대북지원을 하게 되는 건가요?

    “아닙니다. 6자회담이 재개되고 거기서 일괄타결이 나올 때 그 다음에 주고받는 게 가능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별도로는.”

    ▼ 주는 게 없나요?

    “정상회담을 지원과는 연계시키기 어렵습니다.”

    ▼ 그러면 정상회담을 통해 북측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익은 무엇이죠?.”

    ”그만큼 어려운 문제죠”

    ▼ 북측에 줄 수 있는 건 금강산 관광 재개?

    “…”

    ▼ 남북대표부나 연락소의 설치 가능성은 어떤가요?

    “그런 내용은 (남북 접촉과정에서) 없는데….”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될 가능성은요?

    “그건 작은 문제여서 아직 생각을 안해 봤는데요. 일단 대화의 물꼬가 트여야…. 지속적 대화의 채널이 제도화되겠죠.”

    ▼ 양 정상이 빨리 만나야 한다는 여론도 있는데요.

    “만나서 결과가 안 좋으면 안 하는 것만 못합니다.”

    김 비서관에 따르면 북측의 여러 차례에 걸친 제의로 남북은 정상회담 예비접촉을 했고 이 자리에서 남측은 북측에 △북핵 문제와 관련된 김정일 위원장의 진전된 약속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국군포로 송환 등 인도적 문제 해결 △대북 현금지원 불가 등을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남측은 북측과의 비밀면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서울답방 문제에서는 북측의 사정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의사도 갖게 됐으나 대북 지원 등 다른 부분에서 북측과의 견해 차이가 커 논의가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TV드라마 ‘아이리스’의 장면

    이번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싱가포르 비밀면담설이 나왔다. 지난 1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예비접촉 때도 남북 당국의 협상당사자인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송호경 당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극비리에 만났다.

    남북 비밀접촉 무대가 싱가포르인 점에 대해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의 설명이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도시국가여서 남북한과 주변국의 시선을 피하기에 좋은 곳이다. 전세계 각 도시를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항공교통의 허브다. 비밀리에 만나고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기동성이 뛰어나다. 서울이나 평양에서 멀지 않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충분한 실무적 논의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는 남북의 최고위급 참모에 의해 합의돼야 한다. 이때는 통신 보안문제 등으로 외국보다는 한반도 내부가 선호된다. 최근 인기 TV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북한 최고위층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남측에 와서 정상회담 문제를 비밀논의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노무현 정권 말기 성사된 2차 남북정상회담의 경우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비밀리에 군사분계선을 넘어 평양을 방문해 북측과 정상회담을 합의했다.

    3차 정상회담과 한반도 운명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변죽만 울리다 어처구니없이 무산될 경우 북측과 비밀접촉을 하지 않는 것만도 못한 결과를 낳게 된다. 일정기간 남북관계의 경색국면도 불가피하다.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불투명성, 기밀 누설,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가 여론에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 문제 처리능력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정부당국이 일관해온 “확인해줄 수 없다”식 대응은 남북정상회담이 실제로 성사되어 어느 정도 성과를 냈을 때는 국민적 이해를 구할 수 있다. 반대로, 정부 라인이 개입한 정상회담 예비접촉이 결국 무산된 것으로 드러난 경우엔 ‘투명하게 남북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스스로 어긴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대북접촉 정보가 잇따라 외부에 유출된 것은 권부(權府)의 자중지란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한 여권 인사는 “이명박 정권 내부의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대북강경파 쪽에서 남북비밀접촉설을 외부에 흘린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전 정권에선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정보가 샌 경우가 없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추진의 결과는 한반도의 역사적 전환과 맞물릴 수 있다. 이 여권 인사는 “김정일 위원장의 병세에 대한 국내외 정보기관의 판단을 참고했을 때 다음 대통령은 25세의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거나 아니면 무정부 내란상태의 북한과 마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3차 정상회담의 ‘숨은, 또 다른 의제’는 ‘북한(후계)체제 보장’ 문제가 된다.

    남북정상이 해마다 만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처음 만나 어떠한 관계를 설정하여 어떠한 액션플랜을 실현시켜 나가느냐는 것은 김정일체제 후반기 이후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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