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호

대선 승패 가를 격전지 PK 민심 르포

“새누리당이고 박근혜고 다 치아뿐다카이”
“문재인 안철수 저그들이 언제부터 부산 챙노?”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정재락 기자│raks@donga.com

    입력2012-11-21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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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견고하던 새누리 텃밭 흔들… 문재인 안철수 상승세
    • 신공항 등 개발 공약 기대감 속 “경제 살릴 후보 누구냐”
    • 경남·부산고 동문회도 가세… 시험세대-추첨세대 지지 달라
    • ‘독재자의 딸’ vs ‘노무현 쫄따구’ 술집서 멱살잡이도
    대선 승패 가를 격전지  PK 민심 르포

    11월 9일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난 박근혜 후보.

    “대선요? (손님들이) 별로 얘기 안 합니다. 여기는 새누리당 텃밭이었는데 요즘은 시민 마음이 복잡한기라. 새누리당이 해준 게 뭐 있냐는 사람도 있고, 문재인 후보는 불안하다는 사람도 있고, 안철수 후보는 젊은 애들만 좋아한다는 사람도 있고. 며칠 전에는 박근혜 후보가 자갈치시장 왔다고 하대예. 안 후보는 오늘 부산대 강연했다지예. 부산 사람 맘이 예전과 다르니까 후보들도 바빠진 기라. 표 받으려고 막 내려온다 아입니꺼.”

    11월 12일 오후 부산역에서 탄 택시가 중앙대로를 타고 남포동으로 향할 때 50대 택시 기사는 ‘복잡하다’는 말로 부산의 민심을 표현했다. 기자가 18대 대선 부산 민심에 대해 물을 때였다. 영도대교가 보일 때쯤 기사는 ‘이 양반 정치에 관심이 많네’하는 눈빛으로 기자를 흘긋 쳐다봤다.

    그의 말대로 ‘복잡한 민심’ 탓에 부산·울산·경남(PK)은 18대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1990년 1월 이른바 ‘3당 합당’이후 새누리당 텃밭이던 PK 지역이지만 이곳이 고향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대선 후보로 출마하면서 민심은 출렁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11월 9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부산을 찾아 “부산을 동북아 선박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12일 안 후보가 부산대를 찾아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을 공격한 것도, 14일 문 후보가 자갈치시장에서 수산업 부흥 정책과 해양수산부 부활 공약을 내놓은 것도 출렁이는 PK 민심을 다잡기 위해서다.

    그동안 PK지역은 말 그대로 새누리당 텃밭이었다. 5년 전 17대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56.21%(총 214만2268표, 부산 101만8715표, 울산 27만9891표, 경남 34만3662표)를 얻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13.04%(49만6907표, 부산 23만6708표, 울산 7만736표, 경남 18만9463표)를 크게 앞섰다. 15대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 53.8%, 김대중 후보 13.67%였고, 16대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 65.33%, 노무현 후보 29.44%였다(표 참조).



    대선 승패 가를 격전지  PK 민심 르포

    14일 부산 발전 공약을 발표하는 문재인 후보와 12일 부산대 강연에 나선 안철수 후보(왼쪽부터).

    흔들리는 새누리당 텃밭

    그런 PK지역이 최근 들어 박 후보 57.3% vs 문 후보 35.3%, 박 후보 53.8% vs 안 후보 40.2%(문화일보 10월30, 31일 조사)로 격차를 좁혔다. 다자대결에서도 마찬가지. 한국갤럽의 8월 넷째 주 지지도 조사에서 박 후보의 PK 지역 지지율은 55%였다. 그러나 11월 첫째 주에 44%로 떨어졌다. 반면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합친 지지율은 이 기간 24%에서 41%로 올라섰다.

    문제는 과거의 대선에서 이 지역 새누리당 후보가 얻지 못한 표 중 상당 부분을 보수 성향의 제3후보가 흡수했다는사실이다. 15대 대선에선 PK지역에서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가 29.99%를, 17대 대선에선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20.12%를 얻어 보수표를 흡수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상당부분이 야권 후보에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새누리당으로서는 뼈아프다. PK지역이 18대 대선의 중심에 선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는 11월 12, 13일 이틀간 18대 대선 PK 지역 민심을 취재했다. PK는 자식을 한 번 더 믿을지, 새 아내를 맞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여전히 새누리당 지지자가 많았지만 예전만큼 견고하지는 않았다.

    12일 부산 연제구 연산4동 고분로길 먹자골목. 이곳은 부산시청과 법조타운과 가깝고 금융기관이 밀집해 부산의 중심지로 부상한 곳이다. 다양한 민심이 표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횟집에서 만난 조철호 씨(56)는 “박 후보는 어려운 시절에 퍼스트레이디를 지냈고,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며 “내년부터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인데, 이런 때에는 국정경험이 많은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나라가 안정된다”며 박 후보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횟집 직원인 50대 여성은 “이젠 여자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 그 자체가 정치쇄신”이라며 거들었다.

    그러나 문 후보의 ‘법무법인부산’이 입주한 건물에서 일한다는 박모 씨(40)는 “투표권 생기고 나서 지금까지 새누리당 후보를 밀었지만 부정부패와 패거리 문화 외에는 돌아온 게 없었다. 이제는 깨끗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사람을 밀어줄 때가 됐다”며 문 후보를 지지했다. 문어 요리 전문점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은 안 후보의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안 후보의 대학 강의를 봤는데 ‘힘드시죠?’라며 위로해주는 어투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 같은 20대 학생들은 딱딱한 웅변조로 말하는 정치인보다 들어주고 제안하는 정치인이 더 좋다.”

    대선 승패 가를 격전지  PK 민심 르포


    새누리당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PK 홀대론’을 얘기하는 시민이 많았다. 연산동 KNN 방송국 앞에서 만난 김철용씨(52)의 말이다.

    “부산 사람들이 왜 (PK 연고의 프로야구 구단인) 롯데자이언츠에 열광하느냐? 실업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김해공항이 포화상태가 돼 가덕도 신공항 지으려고 노력했는데 갑자기 경남 밀양이 유치전에 뛰어들어 물 건너갔죠. 부산저축은행사태 때는 힘 있는 놈들은 (영업정지 전날에) 미리 돈 빼가고 서민만 죽어났죠. 부산은 수산업으로 간신히 먹고사는데 해양수산부 없앴죠. 젊은 사람들은 전부 서울이나 울산으로 갑니다. 이런 데도 또 뽑아달라니까 시민은 머리 아프죠. 20년 넘게 새누리당을 지지한 결과죠.”

    그의 말은 맞다. 부산은 5년 연속 전국 최하위 고용률(55.9%,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을 보이는 곳이다. 실업률 3.7%(2011년 8월), 젊은 층의 인구유출(2분기 6919명)은 전국 최고다.

    기자가 이곳에서 만난 시민 24명은 대체로 국정능력과 인물 됨됨이, 지도력 측면에선 박 후보를, 정권교체 필요성과 인간적인 측면에선 문 후보를, 신선함과 국민과의 소통 측면에선 안 후보를 높이 평가했다. 박 후보 지지자는 7명, 문 후보와 안 후보 지지자는 각각 4명이었다. 7명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새누리당 지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은 부산의 상업·금융 중심지인 서면 일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면시장 옆 서면로 68번길은 부산의 특미인 돼지국밥 전문점이 몰려 있는 곳. 5500원짜리 돼지국밥 한 그릇에 반주를 곁들이는 일용직 근로자부터 돼지 수육으로 부서 회식을 하는 넥타이부대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女대통령 자체가 정치쇄신”

    이곳에서 만난 시민도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지만 이를 곧 ‘지지 철회’로 단정할 수는 없을 듯했다. ‘자식이 밉다고 호적에서 팔 수 있나’ 하는 지역 정서도 여전했다. 정치쇄신을 할 때까지 ‘지지를 유보한다’는 정서도 엿보였다. 박 후보 지지자인 배병영 씨(71)의 말이다.

    “지금은 부산 민심이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투표장에 갈 때는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을 하게 돼 있다. 문·안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얼마나 표로 연결될지는 의문이다. 부산의 주류 정서는 새누리당 지지다. ‘노풍(盧風·노무현 바람)’ ‘문풍(文風·문재인 바람)’이 부산을 대표하는 정서도 아니다. 만약 야권 단일 후보가 박 후보를 바짝 추격해오면 자칫 정통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 선거 결과가 기대된다.”

    PK지역의 나쁜 경제사정은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층의 이탈을 가속화했지만, 박 후보 입장에선 반드시 악재만은 아닌 듯했다. 40대 후반의 김정숙 씨는 “산업화를 이룬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기질을 물려받은 박 후보는 포퓰리즘이나 부정부패에 빠지지 않고 부산 경제, 나라 경제를 다시 살릴 거 같다”며 “경제는 나쁜데 복지만 얘기하는 후보와는 다르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 유명 돼지국밥집에서 회식을 하는 A사 직원들의 대화 속에는 복잡한 부산 민심이 녹아 있었다. 카드회사에 다닌다는 직장 동료 6명은 술이 불콰해진 얼굴로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하와 포인트 혜택 축소에 대해 얘기했다. 30~50대 남성 4명과 30대, 40대 여직원 각 1명이었다.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자.

    기자 : “곧 대선인데, 지지 후보는 결정했나요?”

    남자 1(50대) : “아무래도 박근혜가 낫죠. 남자 둘이 쩨쩨하게 단일화해서 여자 한 명 이기려드는 모습이 ‘부산 스타일’은 아니에요. ‘노통(노무현 전 대통령)’이 잘한 점도 있지만 국정운영서는 전반적으로 불안했잖아요? 문 후보는 비서실장이었고요. ‘친노 세력’이 5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으면 또 불안해질 거 같아요.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논란만 봐도 그래요.”

    “월급 올려주는 후보 찍는다”

    남자 2(50대) : “(손사래를 치며) 그동안 새누리당이 해준 게 뭐 있나. 나는 월급 올려주는 후보 찍으련다.”

    남자2(40대) : “민주화운동을 한 우리 세대는 문 후보 지지자가 많아요. ‘노통’을 밀어줬는데 잘 마무리하지 못한 거 같아 아쉽기도 해요. 그래도 의리 있고 솔직한 문 후보를 한 번 더 밀어줄 겁니다.”

    여자 1 : “안 후보는 어때요?”

    남자 2 : “문 후보는 부산서 변호사 생활했지만 안 후보는 대학 때부터 줄곧 서울에서 활동했잖아. (대선) 후보가 되어서야 고향이 부산인 걸 알았지, 거의 서울사람이라.”

    남자 3(40대) : “나는 새누리당도 꼴 보기 싫지만 민주당도 아닌 거 같아요. 이놈 저놈 다 똑같으니 아예 새로운 인물 찍어봐야죠. 안 후보는 스마트해 보이고, 또 정치적으로 빚진 게 없으니까 부패도 없을 거 같고….”

    여자 1(30대): “맞아요. 친구들을 만나면 안 후보 얘기를 많이 해요. 참신하고, 뭐랄까 대화가 되는 사람 같아요.”

    기자: “문 후보로 단일화되면 문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입니까?”

    여자 1: “그건 아니죠. 그때 가서 생각해봐야죠.”

    여자 2(40대) : “미국에서도 처음 흑인 대통령 나왔는데 우리도 첫 여자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고 봐요.”

    남자 4 : “난 정치는 잘 모르지만 학교 선배를 도우려고요. (경남고) 동문들 얘기를 들어보니 기수별, 지역별 동문회를 통해 돕는 거 같아요. 전통과 위계서열이 엄격한 동문회여서 드러내지는 않지만 자부심을 갖는 동문이 많아요. 선배가 나서니 도와야죠(그는 문 후보의 20년 후배라고 했다).”

    남자 1 : “부산에서 대선 후보를 놓고 이렇게 의견이 나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그래도 2004년 총선이나 (부산) 동구청장 선거 결과를 생각해봐. PK에서 박풍(朴風·박근혜 바람)은 견고해. 암.”

    부산 명문고 출신은 강점

    그가 말한 2004년 17대 총선은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 후보가 대거 당선된 선거였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박풍’을 일으켰고, 열린우리당은 부산 전체 18석 중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문 후보는 민주당 이해성 후보 후원회장으로 나섰고, 박 비대위원장은 한나라당 정양석 후보를 적극 지원했지만 개표 결과는 정양석 1만7357표(51.08%), 이해성 1만2435표(36.57%)였다. ‘박근혜 바람’은 일었지만 ‘문재인 후광’은 없었다는 게 당시 부산 민심이었다.

    그건 그렇고, ‘남자 4’의 말처럼 야권의 두 후보가 부산의 양대 명문고 출신인 점은 PK지역민들에게는 호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새누리당 텃밭 PK 지역을 격전지로 만드는 데도 일정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문 후보는 경남고 25회 졸업생(1971년 졸업), 안 후보는 부산고 33회 졸업생(1980년 졸업)이다. 그러나 동문회 차원에서는 대선 후보 지원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양상이다. 1974년 고교 평준화를 기준으로 앞서 시험을 통해 입학한 ‘시험 세대’ 동문은 새누리당 지지 성향을, 이후 ‘뺑뺑이(추첨) 세대’는 문·안 후보에게 호감이 많다고 한다.

    부산고 출신 전직 공무원은 “부산고 출신 국회의원 4명(정의화·나성린·이재균·김정훈 의원)이 모두 새누리당이고, 주류 분위기도 새누리당 성향인 상황이어서 야권 후보를 대놓고 지지하는 건 쉽지 않다”며 “하지만 25기 동기회와 ‘추첨 세대’는 모교 출신을 밀어주자며 나서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남고 역시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출마했을 때는 전국의 동문회가 열성적으로 지지했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기수별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한다. 조경태 의원(민주당)을 제외한 6명이 새누리당 국회의원인데다 박희태·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경남고 출신이어서 여전히 ‘여권 지지’ 정서가 강하다. 두 후보 역시 동문회 활동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하던 중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겼다. 박 후보 지지자를 취재할 때 옆 테이블 손님이 대화를 듣고는 ‘문 후보가 더 낫다’며 자극한 게 발단이 됐다. 두 손님 사이에 목소리가 커지더니 “독재자의 딸을 응원하느냐” “노통 때 나라가 얼마나 시끄러웠는데 ‘노무현 쫄따구’(‘졸개’의 방언)를 지지하느냐”며 드잡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변의 만류로 두 열혈 지지자는 도로 자리에 앉았지만, 주인은 “부산 사람들은 성격이 급해서 술 마시는데 정치 얘기하면 싸움이 난다”며 기자에게 나가달라고 했다. 열혈 지지자 테이블에 소주 1병씩을 ‘선물’하고는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부산 동래에서 만난 김철호 씨는 현재의 PK 민심을 ‘치아뿌라’ 기질로 설명했다.

    “PK 기질 중에는 확실하게 밀어주는 기질과 함께 ‘치아뿌라(‘치워라’의 방언으로 ‘됐어, 그만해’란 의미)’ 기질이 있습니다. 참다가 안 되면 확실히 거부할 때 쓰는 말인데, 그동안 새누리당을 지지한 PK 지역민들의 참을성은 임계점에 달했다 아입니꺼. 대선까지 새누리당이 몇 차례 실수한다면 ‘새누리당이고 박근혜고 치아뿌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문·안 후보가 해양수산부 폐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을 거론하면서 ‘새누리당 책임론’을 물고 늘어지는 것도 이 기질을 끌어내려고 하는기라.”

    기자가 만난 부산 시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나이와 학력 수준에 따라 일종의 경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50대 이상 연령층과 학력이 낮을수록 박 후보 지지 성향이 강했다. 30대 중반~40대 남성은 문 후보를, 20·30대 여성은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안 후보 지지층은 이미지에 대한 호감도를, 문 후보 지지자들은 동지의식을 강조하는 특성을 보였다.

    또 하나. 문 후보 지지자들 중에는 ‘단일화하면 단일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안 후보 지지자들 중에는 ‘문 후보로 단일화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문 후보 지지층은 전통 야당 지지층과 겹치는 경우가 많지만, 안 후보 지지층은 ‘인간 안철수’를 지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3일 오전 경남 통합창원시로 가는 길. 서부산낙동대교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 삼각주는 하얀 비닐하우스를 품고 있었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인지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은 쪽빛으로 날름거렸다.

    경남과 울산에서 만난 유권자 역시 부산과 비슷한 정서를 보였다. 50대 회사원 최모 씨(경남 김해시 어방동)는 “지인들이 대부분 소규모 자영업자인데 대체로 박 후보가 안정적으로 경제를 살릴 후보라고 평가한다”고 했고, 30대 중반의 공무원 김모 씨(여·경남 양산시 중부동)는 “나이 많은 사람은 박근혜, 젊은 층은 야권 단일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동료가 많다”고 말했다.

    MB와 박근혜

    경남 김해에서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30대 중반 엄모 씨의 말에선 문·안 두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게 먹히는 것 같았다.

    “김해에서 창원으로 출퇴근하는데 창원터널은 항상 교통체증이 심하다. 우린 서비스업종이어서 선거일에도 출근한다. 새벽에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야 하다보니 투표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 매장에 입점해 있는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부분 40대인데 야권 지지 성향이다.”

    이명박(MB)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점도 흥미롭다. 20, 30대 젊은 층은 ‘MB와 박 후보는 같은 새누리당’이라는 인식이, 50대 이상에서는 ‘MB와 박 후보는 다르다’며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창원시 용호동에서 만난 김지영 씨(32)는 “MB에 대한 실망으로 야권 단일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박 후보도 좋지만,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같은 당 출신인 MB의 비리 의혹에 대해 제대로 처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창원 상남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는 “박 후보는 MB에게 박해를 받았으면 받았지 도움을 받은 게 없다”며 “천막당사 시절부터 쓰러져가는 당을 살리고 MB와 당 후보 경선에서도 깨끗이 승복한 사람이 박근혜”라고 말했다.

    울산은 공업도시인 만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2009년 현대중공업을 정년퇴직한 천모 씨(63·울산 북구 천곡동)는 “박 전 대통령과 왕회장(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아니었다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지금의 울산은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박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이 많다”고 말했다. 30대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37)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10월 17일부터 송전철탑에 올라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는데 문 후보는 한 번도 찾지 않았다”며 안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장모 씨(41)는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이 노동자 표를 얻으려고 농성 현장을 찾는 건 큰 문제다. 2009년 경기 평택시 쌍용차 사태 때는 폭력 농성 현장에 경찰력 투입을 잘 했다고 박수치던 사람들이 요즘은 상황 바뀌었다고 쌍용차 청문회 열고 폭력진압 운운한다. 표를 위해서는 법도 원칙도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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