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호

[사바나] “통합당은 정량자료 안 믿는 ‘꼰대 시어머니’”

정원석(32) 前 통합당 선대위 상근대변인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0-05-07 17: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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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문재인 세력 키우기만으로는 국민 감동 못 줘

    • 선거에 관한 정량 자료 믿지 않은 통합당 사람들

    • 통합당, 지금 감각과 순발력으로는 현 여권 절대 못 이겨

    • 젊은 세대 ‘공짜’로 쓸 수 있다는 관념 버려야

    ‘사바나’는 ‘회를 꾸는 ,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뉴스랩(News-Lab)으로, 청년의 삶을 주어(主語)로 삼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정원석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 [정원석 제공]

    정원석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 [정원석 제공]

    정원석(32) 전 미래통합당(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은 21대 총선 당시 ‘통합당의 입’으로 활동했다. ‘대리 게임 논란’에 휘말린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자, ‘팟캐스트 음담패설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다면 내부자 눈에 비친 통합당 모습은 어땠을까. 그에게 청년 정치인으로서 느낀 선거 당시 통합당의 문제에 대해 물었다.

    “여론조사 결과는 어차피 틀리니 참고만 하자”

    -통합당이 외연확장에 실패해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평가가 있다. 

    “말로는 외연확장을 선언했지만 실체를 보면 ‘반(反) 문재인 세력 결집’에 그쳤다. 지난 선거에서 통합당 후보 면면을 보라. 박근혜 석방을 외쳤던 태극기부대 계열 김진태 후보, 진보진영에서 활동했던 김근식 후보가 모두 통합당 간판을 달고 뛰었다. 두 후보가 어떻게 같은 정당 소속일 수 있나. 보수의 가치에 근거를 두고 외연을 확장하기보다 선거를 앞두고 세만 불리다 보니 국민을 감동시키는 데 실패했다.” 

    -선대위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선대위원들조차 정량적 자료를 믿지 않는 데 크게 놀랐다. 여의도연구원에서 부정적 전망을 담은 선거 자료를 낸 적이 있다. 정량 자료가 나왔으면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맞춰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이게 과학적 접근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여론조사는 어차피 틀리니 참고만 하자. 너무 자료에 집착하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다. 자기 경륜(經綸)에 과도하게 몰입해 과학적 접근법을 무시하는 분들이 있었다.” 

    -많이 답답했을 것 같다. 

    “나는 고객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당이라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믿는다. 메시지가 단순하고 명확해야 상대방에게 잘 전달된다. 하지만 통합당에서는 우리 공약이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어필하면 선거에서 이긴다고 생각했다. 미디어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것이다.” 



    정 전 대변인은 “보수 정치인의 ‘경륜’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 보수 정치인이 ‘순발력’이 없어 ‘꼰대 시어머니’가 됐다”고 우려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시어머니는 경험이 많다. 김장이랑 청소도 며느리보다 많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로봇청소기가 살림을 하는 시대다. 과거 방식으로 집안일을 하면 제대로 될 리 없다.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 감각에 근거해 선거 전략을 짜고 훈수를 두면 효과가 없다. 우리가 경륜이 부족해 선거에서 진 게 아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경륜이 부족해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이수진 전 판사에게 패배했겠나.”

    매력없는 보수의 한계

    -그런 지적은 보수 정치인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과도 맥이 통할 것 같다. 

    “그렇다. 대중을 사로잡는 콘텐츠의 핵심은 진정성과 공감이다. 완벽함이 아니다. 유튜브만 봐도 B급 콘텐츠가 주류 콘텐츠보다 더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통합당의 기성 정치인들은 이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완벽하고 권위적이고 수준이 높으면 일반 국민이 알아서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이건 교만이다. 황교안 전 대표에게도 누누이 ‘권위를 내려놓으면 권위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곁에서 보기에 황교안 전 대표의 리더십은 어땠나. 

    “황 전 대표 리더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제 모습과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나는 모습이 다르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대중 발언 등을 통해 ‘공감력 부재’ 이미지가 쌓였다. 이것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보수가 청년이나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이미지가 매력적이지 않다.” 

    -현재 여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이 많이 하는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축하 인사를 한 걸 봤다. 철저히 어린이와 학부형의 니즈를 파악한 전략이다. 반면 통합당은 틀에 박힌 디자인의 카드를 만들어 만들어 당원들에게 뿌렸다. 대체 누가 그걸 보고 감동받겠나. 이런 감각과 실행능력이라면 상대가 자멸하기 전에 우리 능력으로는 절대 못 이긴다.” 

    -최근 통합당에서 830세대를 전면에 내세우자 등 ‘젊은 감각’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형식적으로만 청년 리더십을 세울 생각이라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 830세대든 40대든 젊은층에 권한을 주기로 하면 함부로 터치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만 청년의 힘만으로 당을 쇄신할 수는 없다고 본다. 경륜 없는 순발력은 자칫 선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이 청년 정치인에게 매력적인 정당이 될 수 있을까. 

    “그러자면 먼저 젊은 세대를 ‘공짜’로 쓸 수 있다는 관념을 버려야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는다. 과거처럼 ‘젊으니 기회가 많다’ 혹은 ‘손해를 봐도 괜찮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경제적 보상이 아니더라도 심리적•경험적 보상이 충분히 주어지면 청년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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