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고 없는 지역 통합, 국민 위하는 게 맞나
20조, 차관급 자리…전리품 경쟁하듯 통합 부추기는 상황
통합하려면 수백 개 조례·법안 고쳐야 하는데…
‘주민 편의, 행정 효율, 지역 경쟁력’이 통합 3조건
국민 위한 지역 통합 아니라 정계(政界) 위한 통합
인천, 경제벨트 ‘메가시티’ 등 세계적 도시로 발전
오세훈 쓴소리? 당엔 도움 될까…설득·화합 모습 필요
당대표 지낸 韓, ‘책임 있는 언행’ 보여야
정치인은 ‘가고 싶은 자리’ 아닌 ‘필요로 하는 자리’ 출마해야
與 사법 3법 강행 처리, 정치적 이기주의 대표적 예
독재 위험에도 거부권 쓰지 않은 李 책임도 커
지방선거는 사람이 중요…결과 예단할 시점 아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3월 10일 인천시청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이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은 3월 13일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충북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충북·충남·대전이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과 행정 체계를 만드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며 통합 당위론을 설파했다.
대통령은 주목하지 않지만, 행정구역 개편을 시나브로 해나가는 곳도 있다. 인천은 2022년 9월부터 인근 지역인 경기 부천·김포·시흥 등을 아우르는 경제 벨트인 ‘메가시티’를 기획해 행정구역 개편 및 통합에 힘쓰고 있다. 지역 통합에 앞서 인천 내부 행정 개편에 성공했다. 2024년 1월 ‘인천시 제물포구·영종구 및 검단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2026년 7월 1일부로 인천시 행정구역은 2군(강화군·옹진군) 8구(중구·서구·동구·계양구·부평구·미추홀구·남동구·연수구)에서 2군 9구(영종구·검단구·서구·제물포구·미추홀구·연수구·남동구·부평구·계양구) 체계로 개편된다.
최소한의 계획 없이 통합 논의만 일삼아
큰 잡음 없이 지역 통합의 포석을 놓고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과 3월 10일 그의 집무실에서 마주 앉았다.대구·경북, 대전·충남 통합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일단 지역 통합은 필요하다. 작금의 행정 체제는 주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행정구역을 통합 및 개편할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할 조건이 있다.”
조건?
“주민들의 편의성, 행정의 효율성, 지역의 경쟁력이다. 통합과 개편을 통해 이 3가지 부분이 나아져야만 한다. 하지만 작금 정부와 여당은 이 조건을 무시한 채 지역 통합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부는 통합한 지역에 4년간 최대 20조 원의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예산 지원으로 유 시장이 말한 3가지 조건을 챙길 수 있지 않을까.
“예산 외에도 최소한의 계획이 필요하다. 지금의 통합 논의는 통합 찬반 여부에 그친다. 통합이 이뤄진 뒤 어디에 ‘통합 시청’을 둘 것인지, 의회는 어디에 둘 것인지, 기존 시·도 청사는 어떻게 활용한 것인지 등 기본적인 계획에 관한 논의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 같은 상황에도 단순히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만 펴는 이 대통령과 정치권을 보면 너무 무책임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행정구역 개편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광역 단위로 통합해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한다. 인천시가 계획하는 메가시티도 광역 단위 통합 방안 중 하나다. 가까운 지역인 만큼 통합하면 행정 효율이 확보된다는 것이 통합 이유였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행정 효율이 확보되거나 지역 주민 편의성이 증대된다는 확신이 있을 때 통합을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 지역 인근과도 유기적 연결고리를 확보해야 한다. 각 지자체는 물론 주민들의 민의도 모아야 한다. 통합으로 민의가 모인 뒤에도 과제는 많다. 지역을 통합하려면 수백 개의 조례와 법안을 고쳐야 한다. 당연히 긴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방선거 이전에 지역 통합을 마치려고 하는데.
“국민을 위한 지역 통합이 돼야 하는데, 정계(政界)를 위한 통합이 되는 것 같다. 통합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없고 20조 원 예산과 부단체장 직급을 차관급으로 격상한다는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 전쟁에서 전리품 획득을 경쟁하듯 통합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나도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국회의원도 해봤지만 이 같은 주먹구구식 통합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지역 주민의 반발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대통령도 경기지사 등 단체장과 국회의원 경험이 있는데 지역 통합에 반대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 대통령은 시장과 도지사 할 때부터 (집권이라는) 정치적 목표가 있던 사람이다. 집권, 혹은 선거 승리라는 정치적 목표만을 생각했다면 지금과 같은 통합을 지지할 수도 있을 거다.”
지방선거는 당보다 사람이 치르는 선거
인천 메가시티 통합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일까. 유 시장은 3월 4일 출판기념회에서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했다.인천시장에 다시 출마를 결정한 이유는 뭔가.
“아직 인천에서 할 일이 남았다. 인천시장을 맡으면서 인천을 세계 초일류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있었다. 물론 구상 중 일부는 성과를 냈다. 2026년 인천은 (인구 및 경제 규모 측면에서) 부산을 제치고 국내 2위 도시로 거듭났다. 앞으로도 인천 메가시티 통합은 물론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인천을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로 발전시키고 싶다.”
인천은 민심의 바로미터로 잘 알려진 곳이다. 여당과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기에는 불리한 형국인데.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선거에서는 인천이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분석이 맞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는 이 분석이 들어맞기 어렵다. 정당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출마한 후보, 즉 인물 경쟁력이다.”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만큼 그럴 수 있겠다.
“지자체장은 국회의원보다는 정당색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국회의원은 전체 구성원이 당명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하게 된다. 그만큼 당론이나 당의 방향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지자체장은 정당원이지만 정당의 지시를 받는 일이 거의 없다. 지자체장의 권한과 책임 아래 지역 주민을 위해 일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을 바람직하게 바꿀 청사진을 보여준 사람이 당선될 수 있는 선거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3월 10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인천시청 집무실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주자는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지역이 가지고 있는 현안과 정치 환경은 모두 다르다. 그에 따라 현역 자치단체장들이 얼마만큼 일을 해왔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만한 좋은 인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공관위원장도 당 쇄신 차원에서 꺼낸 이야기였을 것이다.”
인터뷰 다음 날인 3월 11일 유 시장은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로 단수 공천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보 등록을 미루고 있는데…
“오 시장이 당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오 시장 주장처럼) 국민 눈높이에서 당이 운영되어야 하고 당이 지지율 회복에 힘써야 한다. 지금처럼 진영 논리에 갇혀서 다투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의 실망은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당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개 석상에서) 지적하는 모습이 당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오 시장의 (후보 등록을 미루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당을 위하는 처사인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또 다른 당내 분쟁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 대외적으로 당의 문제를 알리기보다는 당 내부를 설득하며 (국민에게 더는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편이) 현명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1월 14일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는 대구·부산 등지에서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여러 가지 정치 행위를 하는 것은 자유다. 다만 한 전 대표처럼 한 당의 대표를 맡았던 사람이라면 조금 더 책임 있는 언행을 해야 한다. 보수정당을 되살리려면 (한 전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만을 생각한) 독자 행보보다는 이를 뛰어넘는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리고 지방선거에 임해야 한다.”
사법3법 강행, 정치적 이기주의 소산
유 시장은 이 시점에서 과거 자신이 정치에 투신한 이유를 설명했다.“내가 정치에 가진 소신이 하나 있다. 정치인은 내가 가고 싶은 자리에 출마해서 안 된다.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 출마해야 한다. 정치를 시작한 이유도 내가 간절히 원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선출직이 아니라 일반 공직자로 처음 지자체장을 맡았다. (관선) 김포군수를 시작으로 인천 서구청장을 거쳤다. 그리고 1995년 첫 민선 김포군수로 출마해 당선됐는데 처음에는 김포군수 출마 의사가 없었다.”
그런데도 무소속으로 김포군수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주민들이 그야말로 ‘강제로’ 날 출마시켰다. 주민들은 내가 관선으로 김포군수, 인천 서구청장을 지내며 지역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봤고, 그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를 군수에 앉혔다. 그 이후부터는 내가 원하는 자리에 가려고 애쓰지 않았다. 대신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 노력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 가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가진 정치적 지향점이다.”
모든 정치인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말로 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민의 요구와 자신이 원하는 자리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되면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선택한다. 일종의 정치적 이기주의다. 나는 이 이기주의 때문에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본다.”
정치적 이기주의가 정치권 신뢰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정치인이 많다. 지킬 수 없는 공약을 하거나 불필요한 계파 갈등을 하는 것도 다 이 자리 때문이다. 무리한 공약을 강행하려 하니 여야 정쟁이 심화되고, 그 와중에 당내에서는 계파 갈등까지 벌어지는 셈이다.”
정치적 이기주의라…예를 들면?
“민주당이 2월 28일 사법 3법(법왜곡죄,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사법개혁이라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민주당이 과도한 욕심을 부린 것이다. 이 법안이 헌법의 기본 가치인 삼권분립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여당은 국회의 압도적 다수 의석을 앞세워 이를 강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입법이라 주장한다.
“사법3법 강행은 사법부를 행정부나 입법부에 종속시킬 수 있다. 법왜곡죄만 봐도 그렇다. 법을 통해 사안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일은 사법부 고유 권한이다. 이 판단을 행정부가 수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행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린 판사를 공격하는 수단이 될 위험이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월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열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법3법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아DB
유 시장은 사법3법 개정안 중 다른 내용인 대법관 증원에 관한 비판도 이어갔다.
“대법관 증원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이 새로 증원된 대법관을 대부분 임명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인사권을 대통령이 쥐고 있으니 사법부는 행정부에 종속된다. 재판소원제도 사실상의 4심제로 사법부 판결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조치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바로 독재
삼권분립 문제를 지적하는 학자들이 많다.“그렇다.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최후 보루다. 작금의 정치 상황은 이미 여당에 유리한 것 아닌가. 민주당은 대선에서 이겨 행정권을 장악했고, 국회 의석수도 야권에 비해 압도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법부까지 법을 통해 여당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행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독재라 한다. 이를 막기 위한 장치로 삼권분립이 있다.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삼권분립을 원칙으로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다. 이 대통령도 3월 9일 X(옛 트위터)에 “개혁으로 인한 상처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 통과를 막았어야 했다. 야당은 물론 법조계 인사들의 반대가 이어졌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법안은 통과됐다.”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지방선거가 중요한데 국민의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 지방선거는 당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아직 결과를 예단할 시점은 아니다.”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서는 확실히 어려워 보인다.
“그렇긴 하다(웃음). 선거마다 유불리한 국면이 있을 뿐이다. 내가 몸담은 정당의 지지율이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나 성품은 변하지 않는다. 이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게 유권자를 설득한다면 인천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선거인 만큼 당선이 된다면 당내에서 입지도 커질 거 같은데.
“지금 단계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지자체장이기 이전에 국민의힘의 중진 중 한 명이지 않나.
“오랫동안 현직에 있었고, 다양한 직책을 맡았던 만큼 책임감은 느끼고 있다. 지금은 당장의 선거를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영상] “차라리 참패가 낫다…주류 무너져야 새 정치 자리 잡을 것”
“文 정부처럼 정권 잃지 않으려면 국민 앞에 항상 긴장해야”
“그야말로 ‘대충 통합’ 아닌가” vs “그래도 통합해야 나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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