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호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 사망…사고 원인 규명에 최소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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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4-12-30 1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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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일 오후 9시, 마지막 실종자 2명 찾아 179명 집계

    • 관제탑 “조류충돌 주의” 2분 뒤 기장 “메이 데이”

    • 1차 착륙 시도 실패, 2차 착륙 때 동체 착륙

    • 사고원인 규명에 최소 6개월~최장 3년 걸릴 듯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를 벗어나 공항 외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사고 발생 초기 구조된 남녀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객 179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생존자 수색 작업을 벌여온 소방 당국은 29일 오후 9시쯤 마지막 실종자 2명의 시신을 찾아 사망자가 모두 17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남성은 84명, 여성은 85명, 신원이 확인 불가한 인원은 10명이다. 사고 비행기에는 한국인 173명과 태국인 2명 등 총 175명의 승객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29일 오전 2시 11분(현지 시각)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사고 항공기는 당초 오전 8시 30분(한국 시각)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은 이날 오전 8시 54분에 사고 항공기에 착륙 허가를 내렸다. 이어 8시 57분께 기장에게 “새 떼와 충돌을 주의하라”고 경고했고, 그로부터 2분 후 기장이 구조 신호인 ‘메이 데이’를 외쳤다. 사고 당시 인근 주민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공항에 접근하던 항공기 오른쪽 엔진 뒤쪽으로 무언가 터지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당초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 착륙하려던 사고 항공기는 착륙을 포기하고 기수를 들어 올려 공항 상공을 선회했다. 이후 활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다시 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비행기가 충분히 선회할 만큼 높이 날아오르지 못한 채 북쪽 방향에서 공항 상공으로 들어섰고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속도가 줄지 않아 사고기는 활주로를 벗어나 공항 외벽과 충돌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한 유족이 주저앉아 머리를 붙잡고 있다. [뉴시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한 유족이 주저앉아 머리를 붙잡고 있다. [뉴시스]

    사고 원인, 조류 충돌 vs 기체 결함

    사고가 난 항공기는 미국 보잉사가 2009년 제작한 B737-800이다. 제주항공뿐 아니라 국내외 항공사들이 약 4400대를 운용 중이다. 2022년 중국 동방항공의 여객기 추락으로 탑승객 132명이 전원 사망한 사고와 동일 기종이다. 제주항공은 2017년 중고로 해당 항공기를 도입해 운영해 왔다. 사고 여객기는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총 8개 공항을 13차례 오가는 운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고 원인으로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충돌)와 랜딩기어(착륙장치) 오작동 등이 지목되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은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과 인접해 있다. 갯벌에는 철새의 먹이가 많고 휴식할 곳도 많아 철새의 중간 기착지 구실을 한다. 무안공항의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건수는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0건이었다. 이 기간 무안공항을 오간 항공기가 총 1만1004편이라는 점에서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률은 0.09%다.

    버드 스트라이크 외에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고기인 B737-800 기종이 최근 다른 나라에서도 여러 문제를 겪었다는 점에서다. 7월 19일 영국 저비용항공사 TUI 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는 랜딩기어가 접히지 않는 문제로 회항한 바 있고, 10월 11일에는 에어인디아익스프레스 소속 B737-800 기종 여객기가 랜딩기어 문제로 이륙 후 2시간 반 만에 회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제주항공 참사 하루 전인 28일(현지 시간) 유럽에서도 B737-800 기종이 유압 장치 고장으로 비상 착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오슬로 가르데르모엔 공항을 출발해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으로 가던 KLM 여객기가 오슬로 토르프 산데피요르드 공항에 비상 착륙한 것. 182명이 탄 이 여객기는 큰 소음이 발생한 뒤 비상착륙을 위해 항로를 변경했고, 비상착륙 당시 여객기는 활주로를 벗어났지만 인근 풀밭에 완전히 멈춰 서 부상자는 없었다.

    한편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이번 제주항공 참사의 인명피해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사고기의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와 음성기록장치를 모두 수거해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브리핑에서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짧아도 6개월, 길게는 3년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기체 문제, 조종 절차 문제, 외부요인 문제 등 복합적 사고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규명하려면 장기간이 소요된다”며 “기체가 외국에서 제작됐고 부품이나 중요 장비같은 것들도 제작국의 기술 의뢰 및 자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소요된다는 점을 양지해 달라”고 덧붙였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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