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호

“미국산 석유·가스 수입량 늘려 대미 흑자 폭 크게 줄여야”

[긴급진단 | 2025 한국 경제를 말하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의 ‘트럼프 2기, 한국 경제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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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4-12-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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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기업은 정부 납품·온라인 판매·구독경제가 살길

    • 중국 의존도 낮추고 미국 수출 비중 30%까지 올려야

    • 법인세, 규제 완화하고 대출·부동산 시장경제에 맡겨야

    • 애플 등 1700개 기업 유치한 아일랜드 벤치마킹해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피하려면 외환보유고를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피하려면 외환보유고를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2024년 12월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25년 한국 경제가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나 정부(2.2%)보다는 낮고, 한국은행(1.9%)보다는 높은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ADB와 같다. 이들 기관의 전망은 윤석열 대통령의 ‘돌발’ 비상계엄 선포가 있기 전에 나온 것이어서 2025년 한국 경제가 한층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4년 12월 6일 만난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경영경제연구소장)는 “계엄 사태 등 정치적 불안정이 한국 경제에 혼란을 가져오고 국가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경제 발전에 정치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5년 한국 경제는 계엄 사태의 후폭풍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라는 격변의 소용돌이를 맞아야 한다. 김 교수는 “그때 일어날 변화와 충격을 미리 파악해 대응할 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질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최근 서울상공회의소 등에서 2025년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강연한 그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그에 따른 우리의 생존 전략을 물었다.

    김 교수는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를 나와 고려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서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뉴욕대와 컬럼비아대에서도 방문교수 자격으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LG전자, 현대증권 같은 대기업과 한국경제신문사, 국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며 기업과 미디어, 공직을 두루 경험했다. 경제 분야 저서도 200여 편에 달해 이론과 실무에 모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경제 살리려면 ‘정치적 안정’ 급선무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2025년 한국 경제가 불안해지겠나.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0위인 강대국이다.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75%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전체 수출의 15% 정도가 그 영향을 받아 약 70조 원을 관세로 물어야 한다. 이와 같이 대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국내 정치가 안정을 되찾아야 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이번 사태의 여파가 지속되면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5%로 추락한다.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들을 보라.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국가가 파산까지 했다. 정치적 안정을 유지해야만 한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한다. 외국인 투자를 유입시키고 국가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다. 이번 사태로 시위가 확산해 우려된다.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강력한 노조,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높은 세금, 4차 산업혁명 규제 등이다.”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1기 때와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1기 때보다 더 강력하게 실시할 예정이다. 중국에 60% 고관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한국과 일본 10%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인을 위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을 먼저 잘 살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아 관세를 올릴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본다. 한층 강화되는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은 무엇인가.

    “경제적 문제 때문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유권자들은 8%가 넘는 고금리와 높은 물가로 인해 트럼프를 선택했다. 대한민국 기업이 관세 폭탄을 피하려면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미국산 중간재를 최대한으로 사용해야 한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을 최소화하고, 대신 미국 현지 공장에서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 한국의 수출 비중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과 홍콩 33%, 미국 20%, 일본 6% 순이다. 앞으로는 중국 수출의존도를 15%로 줄이고, 미국 무역의존도를 30%까지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에서 석유와 가스를 더 많이 사와야 한다. 한국은 현재 석유를 100% 수입한다. 수입 규모는 미국 1위, 사우디아라비아 2위 순이다. 미국에서 더 많은 석유를 수입해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 흑자 규모를 큰 폭으로 줄여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그 때문에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대학생 청년 취업률이 45%에 그친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 자금과 해외 기업도 빠져나가고 있다. 2022~2024년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보다 유출액이 2~4배 정도 많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할 묘안’을 묻자 김 교수는 “법인세를 낮추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일자리가 생긴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국회는 세계 평균 이하로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 법인세를 21%에서 15%로 낮출 예정이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안한 법인세 인하를 대기업 특혜라며 반대했다. 만약 트럼프가 법인세를 15%까지 낮출 경우 한국 기업 유출은 더욱 가속화한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한국 26%(지방세 포함), 미국과 OECD 21%, 싱가포르 17%, 아일랜드 12%로 우리나라가 높은 편이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기는 이유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 정부와 국회는 미국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부연 설명은 이렇다.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후원한 진짜 이유

    “트럼프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를 정부 효율화위원장으로 임명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 창업자가 트럼프를 지지한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의 과도한 규제에 있다. 일론 머스크는 2700억 원을 트럼프에게 후원했고, 당선 1등 공신이다. ‘규제를 완화해 미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공약이 일론 머스크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놀라는 점 중 하나가 스마트폰 생산 1위 국가에서 우버(Uber·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승차 공유 서비스)를 금지한 것이다. 우버만이 아니라 에어비앤비(공유 숙박업), 타다(가맹형 콜택시 서비스 영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모빌리티 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일자리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 바람직한 대처가 아니다. 호주는 우버를 허용하고 벌어들인 돈의 10%가 택시 산업에 기부된다. 신산업과 구산업이 상생해야 일자리가 생긴다. 우버만 허용돼도 국내에 수백만 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해외 자본과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한국이 벤치마킹할 만한 해외 사례를 소개해 달라.

    “아일랜드는 법인세를 50%에서 12%로 낮추고 4차 산업혁명 규제를 완화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유럽에서 가장 부자 나라가 됐다. 유럽에 있는 다국적기업 1700개가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겼다. 애플을 포함한 빅테크 기업 본점이 모두 아일랜드에 있다. 한국도 법인세를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면 아시아에 본부를 둔 다국적기업들이 한국으로 이전할 것이다. 아일랜드는 1인당 국민소득 12만 달러로 한국보다 4배 정도 높다. 한국도 4차 산업혁명 규제를 완화해 신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미국 수준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상속세율 등 각종 세금을 낮춰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 기업이 만드는 우량한 일자리가 가장 좋은 일자리다.”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 왜곡 현상 일으켜

    김 교수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 조선업과 방위산업, 해외 건설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 현지 생산이 가능한 대기업에 비해 내수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소기업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 중소기업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비책은 무엇인가.

    “첫째, 정부 조달이 필수다. 국가의 구매 물품 80%는 꼭 중소기업 제품이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조달청 홈페이지에 등록해 정부에 납품할 자격을 따야 한다. 둘째, 매출과 수입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구독경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최근에 만난 한 노무사는 자문료로 한 달에 1만 원씩 받는다. 거래하는 기업이 1만 개를 넘어 매달 1억 원 이상 들어온다. 박리다매로 안정된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 셈이다. 셋째, 온라인 판매망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소매의 51%가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 7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본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넷째, 플랫폼 기업은 사람을 모아야 한다. 한 사람의 회원 가치가 10만~20만 원 정도다. 사람만 모아도 기업가치가 올라간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포함해 전 세계 82억 명 중 40억 명을 회원으로 확보했다. 다섯째는 모바일 혁명이다. 스마트폰이 모든 기업 활동의 핵심이다. 기업이 하는 모든 업무를 스마트폰과 연결하고, 모바일과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물가 상승, 자금 유동성 문제 등으로 얼어붙은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기업과 국민에게 가장 큰 고통은 돈 문제다. 자금이 필요한데 대출이 안 되니 살기가 얼마나 팍팍하겠나. 대출 시장과 건축 시장은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미국 연방정부는 부동산을 시장경제에 맡겨 안정을 추구한다. 집값이 오르면 건설업자들이 주택 공급을 늘리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공급하는 데 5년에서 15년 정도가 걸릴 정도로 공급탄력성이 낮다. 정부는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주택 공급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내수 경기도 살아날 수 있다. 정부의 인위적 대출 규제는 제2 금융권, 카드론 이용을 부추기고 풍선효과만 가져온다. 부동산 시장은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영역이기도 하다. 10억 원 매출이 일어나면 12명 정도의 일자리가 생긴다.”

    미국 우량주 투자로 환율 상승 대비 가능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안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고는 9300억 달러지만 현재 4100억 달러 수준이어서 2배 넘게 비축해야 한다. 환율도 계속 오르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부족한 탓인가.

    “맞다. 외환보유고가 부족하고, 한미통화스와프와 한일통화스와프가 모두 종료됐기 때문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른 외환위기를 겪지 않은 대만은 GDP의 70%에 달하는 6300억 달러를 비축하고 있다. GDP가 한국의 절반도 안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1.5배 많은 달러를 보유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GDP 대비 20%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 1달러 200원에서 시작해 현재 1400원에 달한다. 환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급등하는 환율을 보면 언제든지 다시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12번째 IMF 외환위기를 겪고 있고, 20개 국가가 이미 파산했다. 한국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 정부가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최선인가.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한미통화스와프를 맺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외환보유고를 현재 4100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증액해 9300억 달러까지 늘려야 한다. 개인은 미국 우량 주식을 사는 것으로 환율 상승에 대비할 수 있다. 2025년 1월 기준으로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코스피는 2.5배, 미국 나스닥은 30배, 서울 은마아파트는 12배, 삼성전자 100배, 애플은 2000배가 올랐다. 글로벌 시가총액 비중을 보면 미국이 60%, 한국은 1.5% 규모다. 이를 감안해 미국 주식에 90%, 한국 주식에 10% 투자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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