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이 불러온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체포영장 집행 막으면 공무집행방해죄?
대통령 인신 경호해야 할 경호처의 딜레마
구속영장 발부되면 20일 내 공수처 수사, 검찰 기소 순
12월 31일 오전 법원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뉴시스]
일반적으로 체포영장 집행 절차를 적용하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은 △체포영장 제시 △미란다 원칙 설명 △신병확보 후 공수처 이동 △공수처 범죄 혐의 조사 △서울구치소 구금 순을 거친다. 미란다 원칙은 범죄 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미리 알려 주는 것을 말한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으로 윤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면 서울구치소에 구금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12월 31일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병을 확보하면 인치할 장소가 필요한데, (체포영장에는) 공수처 또는 인근 경찰서로 돼 있다”며 “구금할 장소는 (공수처와 가까운) 서울구치소가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 돼 직무는 정지됐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현직 대통령 신분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경호처 경호는 물론 경찰의 ‘갑호’ 경호까지 받는다.
경찰은 그동안 세 차례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아무런 수확 없이 복귀했다. 12월 11일 계엄 관련 국무회의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 저지로 무산됐고, 17일에도 대통령실 청사 내 경호처 보안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경호처는 군사상 기밀과 공무상 등을 이유로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 27일에는 서울 삼청동 소재 대통령 안전가옥(안가)과 용산 대통령실에 폐쇄회로(CC)TV 영상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와 대치 끝에 빈손으로 돌아갔다. 수색영장을 최종적으로 불승인하는 결정권자는 대통령경호처장이다.
기소 둘러싼 관할권 문제 대두될 공산 커
경호처는 ‘대통령의 신체와 거주 공간을 보호한다’는 경호처법을 이유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수색영장과 달리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면 형법 제136조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검찰 출신 한 법조계 인사는 “경호처 직원 다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설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로 무겁게 처벌받게 될 수도 있다”며 “헌재 심판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을 위해 공무집행방해죄를 감수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놀랍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는 31일 “수사권이 없는 수사기관에서 청구해 발부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은 법을 위반해 불법무효”라며 “체포영장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본안 재판이 예상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아닌 서부지방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원칙과 전례에 반하는 일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직 대통령으로서 수사 권한 문제 등 불출석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2·3 계엄선포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이 불복 절차를 밟겠다고 공표함으로써 당분간 지루한 법리 공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해 수사를 하더라도 기소를 둘러싼 관할권 문제가 대두될 공산이 크다. 현행 공수처법은 공수처가 수사를 마친 후 검찰에 송치하도록 돼있다. 즉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기소하고 공소 유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 이후 48시간 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최장 20일간 구속 상태에서 수사한 후 기소를 해야 한다. 다만 공수처가 수사하더라도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 기소해야 한다는 점에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장 구속 기간 20일 중 공수처가 10일, 검찰이 10일간 수사한 후 최종적으로 검찰이 기소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12‧3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탄핵과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은 당분간 전인미답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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