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호

[신동아 만평 ‘안마봉’] 2025년 그래도 희망을 꿈꾼다

  • 황승경 문화칼럼니스트·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입력2025-01-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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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 만평 ‘안마봉’은 과거 ‘신동아’와 ‘동아일보’에 실린 만평(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에서 영감을 얻어 같은 그림체로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한 만평입니다.
    ⓒ정승혜

    ⓒ정승혜

    한 해를 정리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던 12월 초에 느닷없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후 펼쳐지는 대한민국 정치 드라마는 ‘드라마틱한’ 차원을 넘어 한 편의 반전 영화이자 공포 스릴러 같다.

    돌이켜 보면 ‘2024 한국 정치 드라마’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모든 것을 체감하는 롤러코스터였다. 2024년 1월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으로 시작된 한국 정치는 4·10 총선에서 ‘거대 야당’이 출현하면서 정치투쟁의 거센 파도에 휩쓸렸다. 탄핵 소추와 거부권이 난무하고 각종 특검법이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면서 정치 상황은 급전직하했다. 거야(巨野)는 정부 관료들을 탄핵 소추해 직무를 정지시켰고, 김건희 여사·채 해병 특검법을 발의하고, 대통령실과 검찰·경찰의 특수활동비와 특정 업무 경비를 전액 삭감하면서 정부의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서며 서로의 헌법적 권한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더니, 결국 계엄 발동권 카드까지 꺼내 들며 공포 스릴러의 클라이맥스를 찍었다. 파리 올림픽의 감동도, 북한 오물 풍선이라는 기괴함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당혹감도 정치투쟁의 거센 회오리에 날아가 버렸다.

    인간사 모든 것을 선(善)과 악(惡)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나는 선이요, 상대는 악’이라고 믿었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옛날에는 ‘선’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후대에는 ‘악’이 되기도 한다. 국민은 정치권이 서로를 선악으로 구분해 공격할 게 아니라 대타협을 통한 위기 극복을 기대한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마음으로 희망을 잃지 않는 2025년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신동아’ 1936년 9월호-

    -‘신동아’ 1936년 9월호-

    1936년
    그래도 행복을 꿈꾼다

    1936년 8월 9일, 마라토너 손기정은 인간의 한계라 여겨지던 ‘2시간 30분’ 기록을 깨며 동양인 최초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함께 출전한 남승룡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소식을 접한 조선 팔도는 ‘2020 한일월드컵’ 4강 진출 때만큼 축제 분위기였다.

    일제는 이미 선발된 조선인 손기정·남승룡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주지 않으려 갖은 핑계를 대며 올림픽 19일 전 다시 선발전을 열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불굴의 투혼을 발휘했다.

    ‌동아일보는 1936년 8월 25일 석간 2면 기사 사진에 손기정 가슴의 일장기를 지우고 보도했고, ‘신동아’는 1936년 9월 호에 손기정·남승룡 선수의 소식을 전하며 일장기를 지우거나 보이지 않게 편집한 뒤 보도했다(사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아일보가 일장기를 지우고 보도한 1936년 8월 25일은 ‘신동아’ 9월 호 마감일이었다. 이날 자정 이전에 모든 원고를 인쇄소에 넘겨야 9월 1일에 ‘신동아’ 9월 호가 발행되는 시점이었다.

    결국 8월 25일 서울 광화문 사옥(현재의 일민미술관)의 월간·일간 기자들은 매체별로 일장기를 지우고 각 매체를 발행했다. 서슬 퍼런 조선총독부 경무국의 탄압과 고초를 감내해야 했던 ‘신동아’ 편집부는 강제 폐간을 예상한 듯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 스피노자를 인용한 만평을 게재하면서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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