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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태안 원유유출사고

“가만있자니 어민들 울리고, 보상하자니 보험사만 돕는 격”

겹눈으로 본 태안 원유유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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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 동안 60만 자원봉사자가 힘을 합했다. 동원된 선박만 1만1600여 척. 응급방제 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올여름 만리포 해수욕장도 개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남은 것은 이해당사자 간 합의지만 피해자가 많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참사를 겪고 뼈아프게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인가.
겹눈으로 본 태안 원유유출사고
1월10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 1만2547㎘의 ‘기름 폭탄’을 맞은 태안 앞바다는 사고 한 달이 지나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육안으로는 기름이 거의 보이지 않고, 다만 해안에 쳐놓은 펜스만이 이곳이 사고현장임을 알려줬다. 서해안 최고의 해수욕장인데다, 피해도 극심해 복구가 이곳부터 중점적으로 시행된 때문일까. 덕분에 만리포는 ‘올여름 해수욕장 개장은 문제없다’는 공인을 받고 희망을 되찾아가고 있다.

만리포 해수욕장 개장에 대한 얘기는 오염현장을 조사한 캐나다 해안오염방제평가기술(SCAT)팀이 1월12일 해양수산부에서 열린 최종보고회 때 밝힌 내용 중 하나다. SCAT팀은 “만리포 해수욕장은 표층과 땅 밑에서 아직 기름이 발견되나 미미한 수준이어서 이 정도면 자연정화와 땅고르기(tilling)를 통해 올여름 개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CAT팀은 이날 사고지역별 현황과 적절한 방제기법을 제시하는 한편 사고발생시 모든 현안을 협의하는 지역 환경위원회 설치와 방제종료 기준을 설정할 것을 권고했다. SCAT팀에 따르면 만리포 남쪽의 모항은 아직 오염이 심각하나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오염도가 보통, 또는 경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원봉사자를 비롯 100만명에 육박하는 사람의 손이 그 주역임은 물론이다.

유증기 압력 탓에 봉쇄 늦어져

자원봉사자의 손길은 1월에도 끊임없다. 아침 9시쯤이면 전국에서 이들이 몰고 오는 차들로 길이 막힐 정도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에서 태안-만리포로 이어지는 32번 국도에는 군 헌병까지 동원돼 봉사자들의 차량을 안내한다. 곳곳에 ‘자원봉사자님들 감사합니다’라는 플래카드도 보인다. 태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건은 지난해 12월7일 아침 7시6분경 발생했다. 만리포에서 북서쪽 10km 해상에서 크레인을 적재한 삼성중공업 소속 1만1800t급 바지선이 정박 중인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14만6000t급)와 부딪치면서 비롯됐다. 바지선은 인천대교 공사를 마친 뒤 예인선 두 척에 이끌려 경남 거제로 향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기상악화로 바지선을 끌고 가던 292t 예인선 2척 가운데 한 척의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와이어에 연결된 바지선이 중심을 잃고 유조선과 충돌한 것이다. 이 유조선은 이날 오후 2시 서산시 대산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는 모두 17개의 원유탱크를 갖고 있는데, 이날 바지선에 부딪힌 탱크는 좌측에 있던 1번, 3번, 5번 탱크다. 1번 탱크에는 오만산 원유 1만8215㎘, 3번 탱크에는 카타르산 원유 2만5019㎘, 5번 탱크에는 아랍에미리트산 원유 1만8873㎘가 실려 있었다. 3개 탱크를 모두 합치면 6만2000여 ㎘에 달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탱크 상위 부분 기름이 유출되는 데 그쳤다는 점인데, 이는 당시 선장이 배를 오른쪽으로 5도쯤 기울여 무게중심을 잡는 가운데 빈 탱크에 원유를 흘려보내 유출속도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해양경찰청(해경)은 설명했다.

그러나 초기대응을 잘못해 원유 유출량이 많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5번 탱크는 사건 발생 직후인 12월7일 오전 7시30분에 파공 부위를 봉쇄했다. 3번 탱크도 4시간 후인 11시15분에 봉쇄했다. 그러나 1번 탱크는 다음날인 12월8일 저녁 8시18분에 최종 봉쇄했다. 왜 이렇게 늦어졌을까. 이곳에서는 기름과 함께 증기(유증기)가 계속 뿜어져 나왔는데, 이것이 금속과 부딪칠 경우 스파크가 일면서 유조선이 폭발할 우려가 있어 압력이 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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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동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il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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