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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낙표 군수가 말하는 ‘글로벌 휴양 커뮤니티’

“친환경 자산 활용해 머물고 싶은 휴양도시 만들겠다”

홍낙표 군수가 말하는 ‘글로벌 휴양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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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반딧불축제, 한국지방자치 브랜드 대상 축제 부문 1위
  • ● WHO로부터 건강도시 인증
  • ● 1조1262억원의 부가가치 창출할 태권도공원
  • ● 친환경 머루와인·천마·호두 식품산업클러스트 구축
홍낙표 군수가 말하는 ‘글로벌 휴양 커뮤니티’
어린 시절 여름밤이면 모깃불 피워놓고 마당에 놓인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곤 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밝게 빛나는 별들을 보며 우주 저편의 세계를 상상했다. 그러다 재미가 없어지면 냇가로 나가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거나, 신비한 빛을 내뿜는 반딧불이를 잡으러 다녔다.

반딧불이는 그때만 해도 그 환경에서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여기던 흔하디흔한 벌레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반딧불이는 돈 주고도 사기 힘든 ‘황금’ 벌레가 됐다. 특히 무주 설천면 지역에 자생하는 반딧불이는 천연기념물 제 322호에 올라 ‘귀하신 몸’이 됐다. 반딧불이는 1급 청정지역에 사는 생물이므로 이를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삶의 주변 환경이 많이 오염돼 있음을 반증하기도 한다.

한때 ‘오지(奧地) 중의 오지’로 알려졌던 전북 무주군에는 이 반딧불이가 여전히 흔하다. 그만큼 오염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생각의 ‘전환’이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다. 자신의 땅에서 내세울 것이라고는 깨끗한 환경밖에 없다고 한탄한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이를 과감히 관광상품으로 내세운 이들이 있었다. 후자가 바로 무주반딧불축제를 만든 이들이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이 축제는 요즘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축제대상 사무국인 코페스타(KOFESTA)가 전국 성인 남녀 7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름(6월) 축제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또 문화체육관광축제 중 가장 가보고 싶은 축제 2위(1위 보령머드축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인구 2만6000명에 불과한 ‘작은’ 무주군이 요즘 건강도시, 태권도도시, 글로벌 휴양 커뮤니티 등 여러 가지 ‘큰’ 목표를 앞세워 착실히 나아가고 있어 주목된다. 머루와인, 태권도공원, 식품산업클러스트, 덕유산, 무주리조트, 무주구천동, 깨끗한 환경 등 이 고장이 가진 유무형의 독특한 자산 덕분이다.



대전-통영고속도로가 생긴 뒤 서울에서 2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교통도 편해졌다. 지난해엔 전북을 찾은 관광객 가운데 70%가 무주에 들렀을 정도로 ‘머물고 싶은 지역’ 상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지 이미지 벗기 위해 큰 변화 시도

무주는 또 전라도와 경상도가 모두 한 발씩 발을 담그고 있는 곳이어서 정치적 의미도 적지 않다. 즉 조선 태종 때 신라의 무풍면과 백제의 주계(현재 무주읍) 지역을 합쳐 무주라 이름 지었다. 무주군이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북에 속하지만 무주군 무풍면 사람들은 지금도 경상도 말을 쓰고 있다. 그래서 이를 아는 사람들은 “무주가 지역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고장”이라고 말한다.

기자는 고향이 경남 함양이어서 근처를 많이 지나다녔지만 무주를 직접 방문한 적은 없었다. 그러다 최근 무주의 변화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무주를 ‘신한국지’에 다루기로 했다. 7월29일 서울에서 출발해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무주IC로 빠져나가자 읍내가 곧바로 나왔다. 읍내의 첫인상은 무척 소박했다.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읍내를 둘러싸고 있었고 고층 건물은 일부 아파트 외엔 드물었다.

그 주택가 사이를 아름다운 강(남대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때 첨단 디자인으로 단장된 다리 하나가 퍼뜩 눈에 들어왔다. 무주 소개책자에 나온, 낙화(落花)놀이 행사가 펼쳐지는 바로 그 다리였다. 이 놀이는 예부터 3월 삼짇날, 4월 초파일, 5월 단옷날에 열린 무주의 전통행사다. 한지로 싼 뽕나무와 숯, 소금 뭉치를 붙인 200여 개의 긴 장대를 다리에 매달고 여기에 불을 붙이면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불꽃이 떨어지는 느낌이 꽃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해서 낙화놀이라 했다. 화려한 다리 상판이 단조로운 건물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무주의 변화를 알리는 상징적인 장소라는 느낌이 들었다.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는 홍낙표(55) 군수다. 그는 무주군 안성면 출신으로 낙후된 무주에서 대부분의 생애를 보냈다. 그는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서 무주를 떠나는 것을 보고 “내 고향을 잘사는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일찌감치 갖게 됐다고 한다. 그가 30대에 도의원으로 나선 것도 그 때문이었고, 3전4기로 군수에 당선될 수 있는 힘도 거기서 나왔다.

“1960년대 무주군의 인구는 8만여 명이나 됐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시장통에 나가면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쳐가며 지나가야 할 정도로 북적거렸습니다. 안성면에만 초등학교가 6곳이나 됐는데, 지금은 한 곳밖에 없습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낙후도 조사에서 꼴찌에서 12번째를 차지하기도 했지요.”

선거에서 승리하자마자 홍 군수는 평소 생각했던 바를 실천하기 위해 삼성경제연구소에 도움을 청했다.

“연구소에 작은 지자체의 마스터플랜을 짜달라고 요구하자 처음엔 거부하더군요. 그러나 고향을 제대로 한번 바꿔보겠다는 저의 의지를 읽고는 결국 허락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20 글로벌 휴양 커뮤니티’라는 마스터플랜을 짜게 됐다. 깨끗한 고장이라는 지역적 장점을 살려서 구체적인 관광투어 코스를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등 지역경제를 살릴 효율적인 관광정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무주군이 벌이고 있는 다양한 사업은 모두 이 플랜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태권도공원이나 기업도시가 들어서면 유입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하수도 도로 기타 사회기반시설을 인구 5만명 기준으로 기본계획을 짰습니다. 그리고 무풍면에는 사과를 중심으로 한 애플파크, 적상면은 산머루 클러스트, 안성면은 천마 호두 오미자 등의 식품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식으로 구체화했습니다.”

무주군청에는 공무원 직제상 특이한 과(課)가 있다. 바로 마케팅과다. 이는 무주를 잘사는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홍 군수 의지의 표현이다. 시장을 개척하고, 농특산물 판매와 지원 등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다. 반딧불 브랜드를 통합시킨 아이디어도 이곳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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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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