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설 덧집이 제거된 광화문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 서울시의회가 영화제 지원에 부정적이라는데….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만 벌주면 되지 왜 느닷없이 영화제를 초토화하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본다. 문사철(文史哲)을 없애고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돌리고 서울의 대표영화제도 쉽게 없애려는 환경에서 우리 시각으로 세계의 문화를 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울시 입장은?
“의향을 잘 모르겠다.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은 무슨 어불성설이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한강에 플로팅아일랜드 둥둥 띄울 돈은 있으면서 영화제는 왜 없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영화제가 아니라도 서울시민은 외국영화 많이 본다는 시각도 있는데….
“영화계 내에서도 그런 말을 한다. 그런데 서울에서 개봉되는 거의 모든 외국영화는 미국의 거대 영화자본이 제작한 할리우드영화다. 서울시민이 할리우드영화 외엔 볼 게 없는 현실에서 영화제는 할리우드영화가 아닌 외국영화를 한군데 모아놓아 새로운 체험을 하도록 돕는다. 시 당국이나 시의회가 영화제의 이런 문화적 가치를 인식하고 있다면 이렇게 안 할 것이다.”
▼중구 출신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최고위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측이 동시에 영화제와 거리를 두기로 한다면 그것이 나경원 의원과 관계없는 일도 아닐 것이다. 영화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나 의원은 ‘걱정하지 말라, 계속 밀어주겠다’고 말한다는데 실제로는 밀어주지 않는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씨는 ‘게릴라의 시각/영화’라는 글에서 “할리우드가 전세계 영화계의 한 축을 쥐고 흔드는 중요한 동력이라면 국제영화제는 다른 축을 지탱하는 작동 원리”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국제영화제는, 비판받는 일이 없지는 않지만, 가려진 걸작을 발견하고 대중의 의식에 자리매김해주는 장이다.
한 도시의 국제영화제는 미국 자본주의의 표상인 할리우드영화에서 독립해 다양한 세계관을 제시하는 문화주체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몬트리올영화제 등 성공한 국제영화제는 그 도시를 세계 문화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이동시킨다. 이런 점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올해로 63회째인 칸영화제에 매년 300억원을 지원한다. 도쿄시는 여러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도쿄영화제를 띄우기 위해 노력한다. 서울의 단견이 두드러져 보이는 대목이다.
충무로국제영화제의 허무한 추락과 더불어 광화문 한자(漢字) 현판 걸기도 서울의 문화주체성에 적지 않은 혼란을 안겨주는 것으로 비친다. 조선 고종의 광화문 중건 당시 훈령대장 겸 영건도감제조 임태영의 글씨체로 된 광화문 한자 현판이 8월8일 걸렸다. 1968년 콘크리트 구조로 복원된 광화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로 된 한글 현판을 달고 있었는데 2005년 문화재청이 한자 현판으로의 교체를 추진해 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다.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은 광화문 한자 현판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2005년 기고문에서 “광화문을 ‘대표적인 중심대로의 현판’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와의 시각 차이는 여기서 생긴 것 같습니다. 광화문은 정확히 말해서 조선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의 정문입니다. 결코 대로변의 현판이 아닙니다. 즉 경복궁의 얼굴입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