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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듣기, 켜켜이 보기! ‘인생 대박’ 논어의 힘

겹겹이 듣기, 켜켜이 보기! ‘인생 대박’ 논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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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도 ‘아바타’도 溫故知新

미래를 구상하고 상상할 때 모델은 필수적 요소다. 조각 예술의 영역에 창의적으로 빛을 도입해 ‘빛의 조각’ 세계를 처음 연 노구치 이사무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나에게 있어 조각이란 모델(모형)을 만들고, 그 모델의 크기를 키우고, 이에 맞춰 실제로 돌을 깎는 작업을 혼합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생각의 탄생’, 306쪽).

이것은 예술 창작에서 모델의 중요성을 지적한 대목이다. 어디 조각 예술에서만 그러하랴. 모델은 글쓰기, 작곡, 영화 등 모든 예술분야에서 창작을 위한 핵심적 요소다. 아니다. 실은 창작이란, 창의성이란 도리어 고전적 모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조명(재해석)에 지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1980년대에 출현해 오늘날까지 시리즈로 이어지는 신화적인 영화 ‘스타워즈’에 대한 신화학자의 감상평을 보자.

“새 옷을 입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옛날 옛날 한 옛날의 이야기로구나!”

이게 바로 제가 영화 ‘스타워즈’를 보았을 때 가졌던 생각입니다. 영웅이 모험의 소명을 받고, 여행을 떠나 시련을 겪고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승리를 얻은 뒤 사회의 이익이 될 만한 것을 가지고 돌아온다. 이건 바로 감독인 조지 루카스가 ‘신화’의 표준적 이미지를 사용한 겁니다.(조지프 캠벨/ 빌 모이어스, 이윤기 역, ‘신화의 힘’. 2001)



조지프 캠벨의 지적처럼 영화 ‘스타워즈’의 모델은 그리스 신화에 나타난 오디세우스의 출향과 고난의 역정, 그리고 귀환이다. 또 2000년대의 베스트셀러 영화 시리즈 ‘반지의 제왕’도 북유럽의 설화와 신화, 다양한 종교현상에 기초를 둔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한 영화 ‘아바타’ 역시 고색창연한 만물일체관의 번역인 터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최근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김대우 감독의 ‘방자전’은 알다시피 ‘춘향전’이라는 고전을 모델로 삼되 새로운 해석을 영상으로 풀어놓은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이야기’였다.

그러니 창의성이란 결코 어떤 천재만이 타고난 우연한 자질이 아니다. 도리어 인문학적 모델(고전)에 대한 침착한 독서와 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조명일 따름이다. 연암 박지원의 문장론 법고창신(法古創新), 즉 ‘옛것을 본으로 삼아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는 의미가 이것이요, 공자의 온고지신(溫故知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물의 속살 보는 겹눈 길러라

그렇다면 문제는 오로지 눈이다. 그렇다면 눈, 즉 ‘새로운 안목’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논어’에서 눈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자. 공자 당대에도 오늘날처럼 직장을 얻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한 제자가 스승을 찾아와 ‘직장 구하는 법’을 묻는다. 이 대답 속에 공자가 계시하는 눈의 의미가 언뜻 드러난다.

공자 제자 자장이 직장 얻는 법을 배우고자 하였다.

스승이 말했다. “많이 듣고 그중에 ‘아니다’ 싶은 것은 내버려라! 그 남은 것을 조심스럽게 발표하면 큰 잘못은 없을 거야. 둘째로, 이것저것 많이 보라고. 그중에 ‘아니다’ 싶은 것들은 내버려! 나머지를 삼가서 행동으로 옮기면 큰 실수는 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말과 행동, 즉 언행에 잘못이나 실수가 없다면 자연히 직장이 생길 걸세.”

(子張學干祿. 子曰,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 言寡尤, 行寡悔, 祿在其中矣.” 논어, 2:18)

우선 다문궐의(多聞闕疑)라, “많이 듣고 그중에 ‘아니다’ 싶은 것은 내버리는” 과정은 곧 귀에 들리는 것을 흘려듣지 말고 ‘들리는 것을 다시금 들으라’는 뜻이다. 또 다견궐태(多見闕殆)라, “많이 보고 그중에 ‘아니다’ 싶은 것은 내버린다”란 육안으로 보는 것을 다시금 보라, 즉 보는 것을 새겨 보라는 뜻이다. 보는 것을 보고, 듣는 것을 듣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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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연재

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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