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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듣기, 켜켜이 보기! ‘인생 대박’ 논어의 힘

겹겹이 듣기, 켜켜이 보기! ‘인생 대박’ 논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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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앎이란 모른다는 것을 (각성하여) 아는 것이요, 본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을 (다시금) 보는 것이요, 들음이란 귀로 듣는 것을 (느끼며) 듣는 것이다. 그리고 삶(인생)이란 앎과 봄, 그리고 들음이 계속 나선형적으로, 점점차 깊숙이 쌓여가거나 또는 깊어져가는 과정이다. 그러니까 참된 앎과 진정한 보기, 제대로 듣기란 겹겹으로 이뤄져 있다! 정녕 참된 앎이란 두 겹, 아니 세 겹, 다섯 겹으로 이뤄져 있다. 가령 맹자는 한 사건을 두고 세 가지로 나눠 볼 줄 아는 눈을 가졌고(‘맹자’), 부처는 다섯 개의 눈, 즉 육안(肉眼) 천안(天眼) 혜안(慧眼) 법안(法眼), 그리고 불안(佛眼)의 다섯 겹의 안목을 갖췄던 것이다(‘금강경’).

낯익은 것을 낯설게 보라

겹겹이 듣기, 켜켜이 보기! ‘인생 대박’ 논어의 힘

신화의 표준적 이미지를 차용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한 장면.

우리 속인들 눈에 보이는 피상(皮相)의 거죽 말고 그 아래 층층이 들어차 있는 여러 겹의 속살을 뚫어서 볼 때(이걸 ‘통찰력’이라고 한다), 그제야 일상적이고 평상스러운 삶은 갑자기 비상하고 낯선 새로운 것으로 확 달려든다. 이것이 ‘대학’에서 지적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뜻이다.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롭다’는 말이 어찌 매일매일 새로운 도시를 찾아 관광하는 것을 뜻하랴. 지금 여기 이 땅에 붙박이로 살면서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거듭하더라도, 남의 눈에는 심드렁한 하루하루가, 내게는 순간순간 낯설고 새로우며 설레는 시공간으로 주름져서 덤벼드는 것(으로 느낌)이 일신우일신의 경지요, 또 그런 순간에 피어나는 것이 창의성이다.

그렇다면 ‘일신우일신’의 새로움, 상상력, 그리고 창의성을 기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공자가 이른바, 민이호학(敏而好學, 논어, 5:15)이라 “민감하게 배움을 좋아하노라”라던 그 예민한 감성과 호학의 자세에서 비롯할 테다. 열린 마음으로 민감하게 대상과 호흡을 같이할 적에야 지금 내 주변을 새로운 눈으로 각성하여 바라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내일을 위한 수단으로 밀쳐버리지 말고, 지금 이때를 매 순간 절실히 느끼면서 살아갈 때라야 제대로 ‘살아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자기 주변을 낯설게 바라보는 자세는 오늘날 역시 창의력을 기르는 지름길로 제시된다.

창의력을 기르려면 사물과 현상을 ‘낯설게, 거꾸로’ 보세요. 무수히 많은 과학자의 사례를 분석해 본 결과, 나는 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해냈어요. 물론 전략 자체는 각각 다르게 나타났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은 현상을 ‘거꾸로’ 보는 사람들이었어요. 어떤 패턴이든, 어떤 모양이든 항상 회전해보고, 거꾸로 보고,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했죠. 이는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매우 유용한 전략입니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위클리비즈’, 345쪽)





그러나 고작 피상만 훑어볼 줄밖에 모르는 눈으로는, 즉 ‘육안’의 눈으로는 저 일신우일신하는 웅숭깊은 안목이 그저 상상으로 꾸며낸 허구로 여겨질 뿐이겠다. 꼭 공자가 지적한 바대로 “소인배는 천명을 알지 못해 까불어대며, 위대한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성인의 말씀에 콧방귀를 뀌곤 한다.”(小人不知天命而不畏也, 狎大人, 侮聖人之言. 논어, 16:8) 예나 지금이나 다 ‘아는 만큼 보이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눈에 비치는 것을 사실로 여기는 소인배의 눈으로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낼 수가 없다. 소인배가 허구라고 입을 비쭉거리는 저 상상의 영역이야말로 그들 눈에 비치는 ‘사실’ 이상의 것이다. “왜냐하면 그 속에는 창조의 과정이 개입됐기 때문이다. 예술이나 과학 분야 모두가 그러하다. 아인슈타인은 ‘창조적인 일에는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단언한 바 있다. 피카소는 ‘예술은 사람들이 진실을 깨닫게 만드는 거짓말’이라고 했다.”(‘생각의 탄생’, 46쪽)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이 “예술은 사기다”라고 한 말도 여기서 멀지 않다. 즉 상상력이란 단순히 어떤 ‘진실’을 발견하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도리어 상상력을 통과함으로써만이 진실이 구성된다! 이 구성하는 힘을 따로 ‘창의력’이라고 부를 따름이다. 그러니까 공자는 직장을 구하는 자장에게, 또 알고 모르는 것의 경계가 흐릿한 제자 자로에게 창의력의 비밀을 귀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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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연재

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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