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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이틀 후 푸에블로호 나포, 휴전 15년 만에 전쟁 먹구름

“박정희 목 떼러 왔다!”

1·21 이틀 후 푸에블로호 나포, 휴전 15년 만에 전쟁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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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일사천리로 재건을 추진하는 동안에 4·19와 5·16을 겪으며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대한민국은 베트남전쟁을 통해 역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베트남에서 벌어들인 달러는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기틀이 됐고, 브라운 각서에 따라 육군 17개 사단과 해병대 1개 사단의 장비가 현대화하면서 크게 기울었던 군사력 격차도 많이 해소됐다.

북한은 베트남전쟁을 기대와 초조의 두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기대는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전쟁에 염증을 느끼고 철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데 기인한 것이고, 초조는 남한이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북한은 남한이 더 쫓아오기 전에, 그리고 미국이 베트남전쟁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결판을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포성이 멎은 지 15년 세월이 흐른 한반도를 향해 다시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196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북한은 대대적으로 도발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휴전선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졌고 총성이 그치질 않았다. 1967년 1년 동안 남과 북은 무려 170여 차례에 걸쳐서 무력충돌을 빚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교전을 벌인 셈이다. 충돌은 전방 경비병들의 단순한 총격전으로 끝나지 않았다. 1967년 1월19일에는 고성 앞바다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을 보호하던 대한민국 해군 당포함이 북한 해안포의 공격을 받고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군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1967년 4월에 7사단 포병대가 북한을 향해 무려 585발의 포격을 가했다. 비무장지대에서의 소규모 총격전이 발단이 되어 급기야 사단 포병대가 화력을 총동원해 북한 지역을 맹폭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 전면전으로 번질 충돌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휴전선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학자들 중에는 1967년부터 1969년까지를 ‘제2차 한국전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해군 함정이 침몰되고 포격이 이어졌다면 전쟁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소총에는 소총, 대포에는 대포. 동부전선에서 남과 북이 일촉즉발의 대규모 공방을 벌이고 있는 동안 서부전선에서는 소규모 도발이 주로 미군에게 집중됐다. 미군들을 전사시켜 미국민의 전쟁 혐오증을 자극하려는 의도였다. 가뜩이나 미국에서는 베트남전쟁에 지친 사람들이 아시아에서 미군이 철수하기를 요구하며 격렬하게 시위를 하고 있었다. 1968년으로 접어들면서 베트남에서의 열전과 한반도에서의 냉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전쟁에 지친 미국민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北, 대남침투용 특수부대 창설

중앙정보부 강인덕 분석과장은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나중에 초대 통일원 장관이 되는 강인덕 과장은 해병대 정보장교로 근무하다가 능력을 인정받아서 중앙정보부로 옮겨 대북정보 분석을 관장하고 있었다. 강 과장은 지난해(1967년) 말에 대통령과 국방장관, 중앙정보부장, 합참의장과 3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이 참석한 자리에서 ‘최근 북한의 대남침투에 관한 분석-북한의 동계 게릴라 침투 예상 보고’를 브리핑한 적이 있다. 브리핑은 북한이 신년(1968년) 초에 무장 게릴라를 남파할 조짐이 있다는 결론으로 끝을 맺었다. 그 결과 1968년 1월6일 원주 1군사령부 회의실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위시해서 군 주요지휘관과 경찰, 검찰, 도지사 등 각급 기관장이 참석한 안보회의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그때까지 중앙정보부에서 맡던 대간첩작전 주도권을 합동참모본부로 이관하라고 지시했다. 물론 대간첩작전 주도권이 합동참모본부로 이관됐다고 해서 중앙정보부의 책임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정보수집과 분석은 힘들고 중요한 직무였다.

강인덕 과장은 자신의 분석을 자신하고 있었다. 북한은 1967년 4월에 대남침투를 목적으로 특수부대 ‘정찰국’을 창설했다. 정찰국장 김정태는 6·25 때 전선사령관을 지낸 김책의 아들인데, 북한 군부에서 강경파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최근에 체포된 간첩들을 신문한 결과 북한이 동계 게릴라전을 획책할 것이란 정황이 포착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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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역사작가, ‘베니스의 개성상인’ 저자│
연재

다큐멘터리 - 남북 현대사의 10대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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