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호

암호화폐 단타 욕심내다 수수료도 못 건져

[암호화폐 바로알기] 비트코인 투자 성공 공식 ‘장기 보유’

  • 최동녘 블록미디어 전략본부장

    입력2025-04-1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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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로화 9배 달하는 암호화폐 일평균 가격변동폭

    • 비트코인 4년마다 가격 급등락 반복 패턴

    • 매년 가격 급등하는 10일 놓치면 손실

    • 시장에서 오래 버티며 급등 시점 기다려야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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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업 암호화폐 트레이더들의 성공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암호화폐 가격이 등락하는 시점을 예측해 단기간에 수억, 수십억 원을 벌어들인다. 그러나 단기 투자법이 과연 모두에게 적합할까.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매 순간 시장을 주시하며 완벽한 타이밍을 맞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세 변화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일상의 행복과 투자 성과를 맞바꾸는 상황이 벌어진다.

    암호화폐는 짧은 기간에 엄청난 가격 상승과 하락이 반복돼 왔다. 암호화폐의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BTC)부터 살펴보자. 2017년 말 가격이 약 1만9000달러까지 치솟았다. 불과 1년 뒤인 2018년 말에는 약 3200달러 수준까지 폭락했다.

    이후 비트코인은 다시 회복돼 2021년 11월에는 약 6만900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그 후 하락세로 돌아서 2022년 중반에는 2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극심한 조정을 겪었다. 이른바 ‘알트코인’이라 불리는 다른 암호화폐의 급등락은 더 심했다. 2017~2018년의 급등락, 2021~2022년의 급등락 모두 당시엔 정점과 바닥을 알기 어려웠다.

    암호화폐는 일상적 변동성 자체도 매우 크다. 하루에도 10% 넘게 출렁이는 가격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ETH) 같은 주요 암호화폐는 단기간(일별) 가격변동폭이 주식, 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에 비해 훨씬 크다.

    2018~2022년까지 4년간 비트코인의 하루 평균 가격변동률(절댓값 기준)이 약 2.9%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유로화(0.34%)나 엔화(0.35%) 등의 주요 통화에 비해 10배 가까이 큰 수준이다. 주식시장과 비교해도 암호화폐의 일일 변동성은 월등히 높다. 변동성이 극심한 환경에서 단기투자는 위험하다.

    뉴스 등 암호화폐 관련 정보를 먼저 구해 투자에 나서는 것도 위험하다. 암호화폐 시장은 하루 사이에도 호재로 급등했다가도 예상치 못한 악재로 폭락하는 일이 잦다. 뉴스나 정보를 쫓아 단기 매매를 하다가는 오히려 고점에 사서 저점에 파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많은 초보 투자자들이 감정에 휘둘려 급등장에 ‘FOMO(Fear of Missing Out·상승장을 놓치는 데 대한 두려움)’ 심리로 따라 샀다가, 급락장에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팔아버리는 일을 반복한다. 이렇게 되면 잦은 매매로 수수료만 날리고 정작 수익은 못 낸다.

    결국 정답은 존버?

    반대로, 변동성이 크더라도 견디고 보유하면 결국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암호화폐가 반드시 재반등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비트코인과 같은 시장을 대표하는 위치의 자산의 역사만 놓고 보면 큰 폭의 조정 후 상당 기간을 두고 다시 상승해 이전 고점을 넘어서는 패턴이 반복됐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 등락에 휘둘리지 않을 인내심과 원칙이다. 암호화페 커뮤니티에서는 장기투자 전략을 ‘호들(HODL)’이라 한다.

    2013년 비트코인 포럼에 한 이용자가 술김에 ‘I AM HODLING’(HOLDING의 오타)이라고 쓴 것이 암호화폐 장기투자 전략의 별명이 됐다. 지금은 폭락장에서도 공포에 팔지 말고 끝까지 버틴다는 의미로 굳어졌다. 우리말로 하면 ‘존버’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암호화폐 가격은 단기에 급변하지만 길게 보면 우상향하는 모양새다. 비트코인의 경우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상승과 폭락을 거쳤지만, 어느 시점을 잡더라도 4년 이상 장기 보유한 투자자는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았다. 물론 과거의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충분히 긴 시간을 견디면 고점 대비 하락에도 회복할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약 4년을 주기로 찾아오는 반감기(비트코인의 공급이 줄어드는 시기) 등의 영향으로 가격 조정과 상승이 반복되는 사이클을 보여왔다. 각 주기를 지나올 때마다 비트코인은 이전의 최고가를 경신하며 성장해 왔다.

    장기투자의 장점은 심리적 측면에서도 두드러진다. 하루하루 시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확신을 갖고 우량한 자산을 쥐고 있다면 일시적 조정에도 덜 불안하게 넘어갈 수 있다. 오히려 조정 국면을 추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반면 단기 트레이딩을 시도하면 매 순간 시장을 주시해야 하므로 스트레스가 크고 실수할 여지가 많다.

    차트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차라리 공부나 본업에 쓰면서, 투자한 코인은 잊고 지내는 것도 장기 투자자의 특권이다. 요약하면, 장기투자(HODL) 전략은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을 견디며 잠재적 성장을 최대한 내 것으로 만드는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3월 4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3월 4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황금 같은 상승일’ 놓쳤을 때의 기회비용

    단기투자에 천착하다가는 큰 ‘기회비용’을 치를 공산도 크다. 결정적 상승 시기를 놓쳤을 때 잃게 되는 잠재 수익이 크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펀드스트랫(Fundstrat)’의 연구에 따르면 매년 비트코인 상승률 상위 10일을 놓치면 그해의 이익을 거의 얻지 못하게 된다. 다시 말해 1년 365일 중 단 열흘 남짓한 ‘황금의 날’에 시장에 없었던 대가로, 해당 연도의 수익률을 모두 날릴 수 있다.

    실제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2021년의 경우 비트코인 연간 수익은 대부분 가격 상승 상위 10일에 만들어졌다. 가격 상승 상위 10일간의 비트코인의 합산 가격 상승률이 무려 +179%였던 반면, 나머지 355일간은 오히려 –43%의 수익률(손실)을 기록했다.

    약세장이었던 2019년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가격 상승 상위 10일의 가격 상승률 합산은 +217%. 그 외 기간은 –39%였다. 이러한 경향은 2013년 이후 대부분 해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 통계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빈번히 매매 타이밍을 재지 말고, 시장에 머무르는 시간(Time in the market)을 늘려야 한다. 가격이 급등할 때를 놓치면 전체 투자 성과가 크게 훼손된다. 만약 단기 전망이 안 좋다고 현금화했다가 큰 반등 시점을 놓친다면, 1년 내내 투자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날릴 수 있다. 반대로 자산을 믿고 계속 들고 있었던 투자자는 비록 일부 구간 조정을 겪더라도 결정적인 상승장의 결실을 모두 챙길 수 있다.

    물론 평범한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늘 시장에 투자한 채로 버티는 것이 쉽지 않다. 현실적 대안으로는 정해진 주기마다 적립식으로 매수하는 방법(DCA·Dollar-Cost Averaging)이 있다.

    장기투자 전략을 취하더라도 모든 암호화폐를 마냥 보유해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암호화폐’를 오래 들고갈지도 결정해야 한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수천 종의 코인이 존재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결국 사라지거나 유명무실해졌다. 암호화폐 시장조사업체 ‘코인게코’의 지난해 1월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행된 모든 암호화폐의 절반 이상이 이미 프로젝트 중단 또는 상장폐지 등으로 ‘사망’했다. 이 숫자들은 우리에게 옥석을 가려내는 안목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제대로 선별하지 못하면 장기투자 이전에 투자한 자산 자체가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장기 보유할 암호화폐 자산을 선택해야 할까. 전통 주식투자의 기업 분석 개념을 암호화폐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암호화폐는 주식과 달리 현금흐름이나 PER(주가수익비율·시가 총액/순이익) 같은 지표는 없지만, 그 대신 기술적 역량과 네트워크 효과 등 그 나름의 내재가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장기적 전망이 밝은 암호화폐를 고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점검해 보는 편이 좋다.

    옥석 골라 장기 보유

    암호화폐 분석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활용성이다. 해당 암호화폐가 추구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현실 세계 문제를 해결하고 있거나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ETH)은 De-Fi(탈중앙화 금융·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중개자 없이 금융서비스를 제공)와 NFT(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그만큼 사용자층도 두껍다.

    두 번째는 기술의 처리 속도, 보안성, 확장 가능성 등 기술 인프라도 중요하다.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독자적 기술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세 번째 확인해야 할 사항은 신뢰도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팀의 이력과 전문성은 검증됐는지, 로드맵(기술 목표) 이행을 성실히 하고 있는지, 또한 투자자와 사용자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뒷받침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동시에 비슷한 목적을 가진 경쟁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경쟁자가 있다면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우위에 있는지와 지속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위의 세 단계를 거치기 어렵다면 투자할 암호화폐와 관련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역사를 확인해야 한다. 가급적 시간의 검증을 이미 어느 정도 받은 자산에 비중을 두는 것이 안정적이다. 실제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SOL) 같은 대형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암호화폐는 여러 차례의 큰 시장 사이클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아 생태계를 확장해 왔다.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암호화폐들은 규모의 경제와 인지도 측면에서 유리하며, 관련 금융상품이나 기관투자 유입 등 탄탄한 기반이 있기 때문에 신생 소형 코인들보다 비교적 안정적이다. 규모가 큰 암호화폐는 대체로 회복 탄력성이 높았던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암호화폐는 한번 추락하면 영영 회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투자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20년 뒤에도 의미 있는 가치를 지켜낼 투자 대상을 찾아내고 기다려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암호화폐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공부하며 옥석을 가리는 눈을 키운다면 급변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투자 성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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