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 정체성 탐구 & 인류 문화 발전
세계 관심 늘어나는 추세
패배주의 타파하고 민족 자긍심 이끌어내
경제 10위권 국가에 걸맞은 수준 갖춰야
학문 육성 정책 부재…“장기 계획 세워야”
안병우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김도균 객원기자]
11월 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에서 만난 안병우(68) 원장의 말이다. 안 원장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사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신대 한국사학과에서 약 30년간 교수로 지내다 2017년 퇴임했다. 교수 재임 기간엔 한국역사연구회장, 한신대 교육대학원장 및 박물관장·기록정보관장,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초대 위원장, 한국기록학회장, 한국기록전문가협회장, 경기도교육청 역사교육위원회 위원장,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퇴임한 후 재단법인 덕성학원 이사장을 맡다가 2020년 12월 한중연 제19대 원장으로 부임했다.
한중연은 1978년 설립됐다. 안병우 원장은 “설립 당시 한국은 놀라울 정도의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급격한 도시화는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줄어들게 했다. 또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한국적 가치’는 등한시됐다. ‘전통문화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고, 이를 위해 한중연이 세워졌다”고 설명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자리한 한국학중앙연구원 본관. [한국학중앙연구원]
1613년 내의원에서 목활자본으로 인출한 동의보감 초간본.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이 소장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육 분야 중심은 ‘한국학대학원’이다. 차세대 한국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1980년 개교했다. 매년 약 120명을 모집한다. 절반은 내국인, 나머지 절반은 외국인으로 뽑는다. 선발된 학생은 석·박사 과정을 이수한 후 대개 학계로 나아가 한국학 진흥을 위해 힘쓰게 된다. 사업 분야엔 해외 한국학 육성 및 지원을 골자로 하는 한국문화교류사업, 한국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이해를 돕는 한국바로알리기 사업, 민족문화 관련 지식을 집대성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향토 문화를 수집·분석·분류한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등 지식 콘텐츠 편찬 사업 등이 있다.
안병우 원장은 “예산 부족으로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세계 10위권 경제수준에 맞는 지원과 비전이 필요하다”며 인터뷰 내내 차분한 어조로 한국학 연구 당위성을 설파했다. ‘낡은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가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한국학은 한국이 가장 경쟁력을 갖는 ‘우리의 것’”이라면서 “문화 강국으로 가는 길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韓國 과거·현재·미래 담은 학문
‘한국학’은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집니다. 한국학의 정의가 무엇입니까.“한국인이 살아오면서 남긴 모든 유산, 한국인이 현재 살고 있는 모습, 민족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을 모두 연구 대상으로 합니다.”
어떤 의의가 있습니까.
“한국학은 결국 우리의 모습, 본질 등 ‘정체성’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우리의 것을 연구하는 것이기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죠. 과도한 애정이 생겨 사실을 왜곡하고 잘못된 가치 평가를 내릴 수 있으니까요. ‘실사구시적 자세’로 연구에 임해야 객관적, 학술적 가치가 생깁니다. 그래야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아 비로소 인류 문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됩니다. 즉 한국학 연구 의의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연구함과 동시에 세계 문화의 한 부분을 구성함으로써 오는 인류 문화 발전에 대한 기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는 대개 중국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한국학만의 특수성이 있습니까.
“겉으로 보기엔 같아 보일지 몰라도 다릅니다. 특수성은 어디에나 있죠. 다만 저는 ‘특수함’이라고 하는 것은 보편의 바탕 위에 형성된 것이고, 보편이라고 하는 것은 특수의 총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칼로 자르듯 확실히 구분될 수 없죠. 먼저 동아시아 공통의 요소를 말하자면 한자, 불교, 유학, 벼농사 등이 있습니다. 다음은 특수성인데, 한국은 ‘한글’이라는 독창적 문자를 창조했어요. 이때부터 한국은 언어 생활, 감정과 사고를 표현하는 창작 활동 등에서 특수한 위치를 갖게 됐습니다. 또 조선이 유학을 지배 이념으로 내걸고 세운 나라라는 점도 특수합니다. 특정한 이념을 바탕으로 건국한 사례는 아주 드문 경우니까요. 게다가 조선은 유학 이념을 정치 영역에서뿐만이 아니라 실생활 영역에서까지 규범으로 삼아 관철하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17세기쯤엔 완전한 성리학 국가로 만들어지기에 이르렀고요. 이 역시 조선만의 특수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중연은 세계에 한국학을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한국학의 위상은 어느 정도입니까.
“아직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비약적 발전을 하고 한류 열풍이 일어나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어떤 나라는 초등학교부터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직 ‘한국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려는 학생이 많지는 않습니다. 또 개발도상국 학생 중심으로 한국학과에 진학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대개 취업을 목적으로 하고요. 외국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진을 봐도 일본학이나 중국학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국학자로 양성돼도 취업할 수 있는 시장이 좁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죠. 그래도 점점 한국학을 공부하려는 학생이 늘어나는 건 긍정적입니다.”
아직 큰 영향력 발휘 못 하지만…
10월 20~21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제11회 세계한국학대회’에서 안병우 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저도 한국학 분야에 있는 사람으로서 수십 년 동안 대중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야죠. 한중연을 예로 들자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등 백과사전을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접속자가 이용합니다. 또 장서각 소장 자료를 활용한 온라인 강의도 엽니다. 강의를 한 번 할 때마다 최소 100여 명은 시청해요.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멈췄긴 하지만 시민 대상 오프라인 강좌도 운영했는데, 수백 명이 들었습니다. 봄·가을에 전시회도 열고요. ‘청계서당’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시민 중에 의외로 한문 고전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이 많아요. 사서삼경을 전부 가르쳐드립니다. 초급·중급·고급 3단계에 걸쳐 6년을 수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근래엔 매체 다양화가 필수라 유튜브를 통한 강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낡은 것≠가치 없는 것
전통을 ‘낡은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한국학 대중화에 장애가 되지 않겠습니까.“자료가 낡은 건 사실이죠. 오래됐으니까요(웃음). 그렇다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한국학 연구는 비약적 발전을 이뤘습니다. 큰 변화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우리 민족과 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자기 비하가 사라지고 자긍심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제가 자란 시기만 해도 한국과 한국인 스스로에 대한 자기 비하 의식이 굉장히 강했거든요. 물론 자긍심이 높아진 데엔 경제성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만 역사·문화 측면에서 우리 스스로를 새롭게 발견한 것 역시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안병우 원장은 “한국인이 자기 비하 의식을 갖게 된 것은 일제의 식민사관 탓”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일제강점기에 일제 학자들은 우리에게 ‘한민족은 열등한 민족’이라는 식민사관을 심는 데 열중했습니다. 한반도 북부는 중국, 남부는 일본의 지배하에서 한국 역사가 시작됐다는 ‘타율성론’, 조선 후기에도 일본의 고대 사회 정도 수준밖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정체성론’이 대표적입니다. 광복 이후에도 식민사관의 영향은 고스란히 남았죠. 1960년대에 들어서 한국학 연구를 통해 식민사관은 사실이 아니었음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조선 후기 사회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향해 능동적이자 역동적으로 나아가고 있었음을 알아낸 거죠. 즉 한국학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에요. 기반이 마련되자 한국의 전통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습니다. ‘우리나라를 말아먹은 짐 같은 존재’라고 여겼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이러한 온고지신의 자세에 더해 한국은 서구 문화를 과감히 받아들여 사회를 혁신했습니다. 그 결과가 경제발전, 민주주의 정착이고요.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며 표현의 자유가 생겨났고 지금의 한류로 이어졌습니다. ‘자료’는 낡았을지언정 ‘문화’는 그렇지 않음을 방증하죠. 전통을 바탕으로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K-팝·K-뷰티·K-무비·K-드라마 등 세계는 한국의 ‘K-’시리즈에 열광하고 있다. ‘한국의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짐과 덩달아 ‘한국’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2월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세계 24개국·1만 2500명 대상 ‘2021년 국가이미지 온라인 조사’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묻는 8문항 가운데 ‘한국 전통문화 체험 희망’(83.4%)이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 방문 희망’(81.1%), ‘한국인과 친구 하기 희망’(76.6%)이 뒤를 이었다. 3월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2021 지구촌 한류 현황’에서 세계의 한류 팬이 최근 10년 새 17배나 늘어나 1억5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정작 국내에서 ‘한국의 것’은 점점 고사(枯死)하고 있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20년 대학원과정 입학자 수는 사회계열이 3만5559명, 공대계열이 2만3097명인 반면 인문계열은 1만4021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순수 인문학 분야, 이른바 ‘문사철(어문·역사·철학 계열 전공)’ 지원자는 5169명으로 전년 6983명에서 약 26% 감소했다. ‘경제성’이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1월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대비 지난해 상반기 정보통신기술 전공자 취업률은 24% 증가한 반면 인문학 전공자 취업률은 2.4% 감소했다.
한국학 진흥과 지속 가능을 위해선 경제적 가치가 뒷받침돼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학엔 인문학도 있고, 사회과학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인문학은 직접 돈을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데 바탕이 됩니다. 한류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드라마 ‘대장금’과 같이 한국의 전통을 다룬 드라마도 있었어요. ‘대장금’이 큰 성공을 거둔 후 한국의 과거 시대를 다루는 콘텐츠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늘어났죠. 그런데 자료가 모두 한문으로 돼 있어 이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것이 번역되면서 비로소 다양한 콘텐츠가 생겨날 수 있었죠. 번역도 한국학의 주요 영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글로 번역만 해주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는 늘어나고 경제적 효과 창출로 이어집니다. 꼭 전통 시대가 아니라, 현대를 다루는 콘텐츠 개발에도 한국학이 기여합니다. 영화 ‘기생충’을 예로 들 수 있어요.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빈부격차가 한국에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세계 공통으로 존재하는 현상인데, 기생충은 이를 한국적 정서로 표현해 특장점을 갖게 된 거죠.”
국가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그렇죠. 세계에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것이 한국학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분야니까요.”
본질 모르고 낱알만 먹어서야…
11월 9일 안병우 원장은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창의력이 문화강국 달성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균 객원기자]
“사실 살아생전 한국이 문화적으로 세계에 영향을 주는 나라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해요(웃음). 실마리는 ‘창의력’에 있습니다. 문화라는 것은 각국이 독특함을 갖고 있지만 보편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다소 수준 차이는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 문화도 그렇습니다. 보다 더 높은 문화 수준을 따라가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게 되죠. 지금까지의 한국도 그래왔고요. 타국의 문화를 따라 하는 건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만 뒷받침되면 가능한 일입니다. 산업·기술도 마찬가지죠. 결국 따라잡았을 때, 그다음이 문제입니다. 창의력을 발휘해서 진정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 아니면 거기서 그치느냐가 관건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문화 강국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병우 원장은 “한중연은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지원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예산 부족’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중연 운영에 가장 큰 애로 사항은 무엇입니까.
“예산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기관이 비슷하겠지만요. 저는 한중연이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료도, 인력도 갖춰져 있지만 예산이 충분하지 못해요. 예컨대 수십만 점의 문서를 디지털·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는데, 예산이 두 배가 되면 두 배로 빨리 할 수 있어요. 주어진 예산만큼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게 안타까워요. 또 예산이 더 많이 주어지면 우수한 외국인 한국학자를 더 많이 길러낼 수 있습니다. 한국도 개발도상국 시절 외국에 유학을 보낸 인적자원이 국가 발전에 큰 기여를 했잖아요. 우리도 갚을 때가 된 건데, 너무 부족한 실정입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가 고문서 보존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바로알리기 사업 가운데 외국 교과서 분석이 있습니다. 외국 교과서 정책을 조사하고 외국 교과서에 서술된 한국 관련 내용, 이미지를 분석하는 일인데, 한국 관련 내용‘만’ 다뤄서 아쉽습니다. 한 나라의 교과서엔 그 국가의 맥락과 배경이 녹아 있습니다. 교육제도도 담겨 있고요. 이를 깊이 연구할 인력과 자원이 없습니다. 제가 집필한 고등학교 동아시아사 교과서가 있는데, 일본은 그걸 사다가 번역해 출판하고 있습니다. 몇 권이나 팔리겠어요. 그래도 합니다. 제가 교과서를 집필할 때 베트남사 부분을 넣으려 했는데, 국내엔 참고할 만한 책이 없었어요. 베트남 역사 교과서를 보고 쓰는 게 가장 정확하다 싶어 구하긴 했는데 베트남어를 읽을 수가 없잖아요. 일본에서 번역한 베트남 역사 교과서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됐습니다. 마치 가난한 사람이 곡식의 모양과 본질을 모르고 낱알만 까먹기 급급하듯 외국 교과서를 분석할 시기는 지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실례로 기업이 한 외국에 진출할 때 그 나라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해당국의 교과서를 구해 보는 건데도 한국은 외국 교과서 분석을 등한시하고 있어요. ‘외국 교과서를 통째로 번역해서 출판해 보자’고 제의해도 ‘무슨 돈이 있어서 하느냐’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안타까워요.”
예산은 국가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됩니다. 국가적 인식이 바뀌어야 해결될 문제로 보입니다.
“현 정부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정부 대부분이 보이는 문제가 있습니다. 교육정책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만 학술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은 부재합니다. 학자를 어떻게 양성하고 대우할지, 어떤 연구에 주력할지, 어떻게 하면 학문 육성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책이 보이지 않아요. 그래도 한국학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예컨대 한국에서 불문학, 독문학을 연구하기란 더 열악하죠. 이제 한국의 경제수준, 세계에 발휘하는 영향력을 감안한 인식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국학뿐 아니라 세계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문·학술·연구를 지원하고 체제를 갖추는 것이죠. 장기적 안목으로 학문을 육성하는 계획이 세워졌으면 합니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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