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2대 3으로 패한 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레드카드를 받고 있다. [뉴시스]
대표팀은 전반 실점에도 후반전 내내 경기를 이끌며 유효 슈팅을 뽑아냈다. 극적으로 무승부 상황까지 만들어내는 등 결과적으로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경기 종료 시점에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이 내려졌다.
후반 추가시간에 권경원의 중거리슛이 가나 수비 선수 몸에 맞아 밖으로 튕겨나가 골라인을 벗어났다. 가나 선수가 근육 경련으로 쓰러져 있던 시간을 추가해 한국 대표팀에 코너킥이 주어져야 했지만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그대로 휘슬을 불어 경기를 끝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파울루 벤투 감독, 코칭스태프까지 테일러 주심에 단체로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테일러 주심은 거칠게 항의하는 벤투 감독에게 레드카드를 빼들었다. 이 일로 벤투 감독은 3차전인 포르투갈전에서 벤치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앤서니 테일러가 또 다시 게임보다 자신을 더 크게 만들었다”(Anthony Taylor is making himself bigger than the game again), “앤서니 테일러는 왜 모두가 영국 심판을 싫어하는지를 세상에 보여줬다”(Anthony Taylor showing the world why everyone hates English refs)라며 현지 팬들의 반응을 전했다. 영국 ‘BBC’는 경기 종료 직후 “파울루 벤투 가까이에 있었는데 심판에게 부적절한 말을 하지 않았다”는 현지 관중의 반응을 보도하기도 했다.
잉글랜드 출신인 테일러 주심은 28일 가나 경기 전부터 심판 선정 소식만으로 불안감을 조성했던 인물이다. 그는 2010년 2월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주심 자격을 얻어 데뷔했고, 2013년 1월 FIFA 국제 심판 자격을 얻었다. 월드컵 심판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과 가나전 경기가 그의 월드컵 데뷔전이었다.
테일러 주심은 들쭉날쭉한 판정을 내리는데다가 특정 팀에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례로 2016-2017시즌 FA컵 결승전인 아스날과 첼시의 경기, 2019-2020 시즌 프리미어리그 맨유와 첼시의 경기 등에서 유독 첼시 팬들을 분노케 하는 오심을 내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한 테일러 주심은 2년 전 일관성 없는 판정으로 국내 축구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2019년 12월 23일 토트넘-첼시 전에서 손흥민(토트넘)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가 일어나던 중 상대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에 다리를 뻗자 비신사적인 행동이었다는 이유로 레드카드를 줬다. 비슷한 행동을 했던 다른 선수들에게는 경고를 주지 않아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로 인해 손흥민은 당시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신속한 대처로 호평 받았던 일도 있다. 유로2020 당시 조별리그 B조 덴마크와 핀란드 경기에서 주심을 맡았던 그는 당시 크리스티안 에릭센(덴마크)이 심정지가 와서 쓰러지자 즉각 경기를 중단하고 의료진을 호출했다. 에릭센은 현장에서 CPR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테일러 심판은 이 일로 재평가 받았다.
한편 한국이 속한 H조는 포르투갈이 2연승(승점6)을 거두며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었다. 각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행 티켓을 놓고 나머지 팀들이 겨루는 상황에서 가나가 1승1패(승점3)로 2위, 한국과 우루과이가 1무1패(승점1)를 기록하고 있다. H조의 16강행이 결정되는 한국과 포르투갈,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는 한국 시각 12월 3일 0시에 동시에 열린다. 한국은 포르투갈을 꺾어야 골득실을 따져 16강에 오를 수 있다.
정혜연 차장
grape06@donga.com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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