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개관 때부터 지금까지 전시
“쌩뚱맞다”는 평가 나와
경기관광공사 “큐레이터가 섭외한 작가, 1250만 원 지급”
시설 관리감독 담당자 “관람객 모니터링한 적 없다”
파주 지하 벙커 전시관 BEAT131에 설치된 문준용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 [홍중식 기자]
문 작가는 2007년 건국대 시각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디자인&테크놀로지’ 석사과정을 마쳤다. 관객(사용자)의 행동에 반응하는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랙티브 아트가 주특기다.
협소한 전시장 내 별도로 마련한 文 작가 공간
BEAT131 내부. 6·25전쟁과 관련이 있는 영상이나 군수용품이 전시돼 있다. [홍중식 기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대전차지뢰의 외형이 놓여 있다. 더 내려가면 평평한 전시 공간이 나온다. 여기에는 전시 지휘부인 상황실을 재현한 공간이 입구 쪽에 있고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북한 기정동마을의 실시간 영상과 DMZ 홍보영상(Miracle Land ‘DM’),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홍보 영상, 6·25전쟁 당시 군용물품으로 사용한 총기·수통·철모·무전기 등이 전시돼 있다.
출구 쪽 계단에 오르기 전 오른쪽에 전시 지휘부 상황실과 비슷한 규모의 별도 공간이 또 하나 있다. 어림잡아 3.3㎡(1평)쯤 돼 보이는 이곳으로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에 문패가 보였다. ‘ECHO SCRIBBLE-MORSE CODE’(‘에코 스크러블’)라는 작품명과 함께 문준용 작가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에코 스크러블’은 전자오락실 기기처럼 생긴 모니터에 사용자가 메시지를 입력하면 벽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메시지가 뜨는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이다. 외부에 설치된 전시관 소개문에 따르면 이 작품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미디어아트’여야 하는데 이곳을 찾는 어르신 관람객 대다수가 이 공간에 들어갔다가 그냥 나오기 일쑤였다.
임진각에 왔다가 우연히 이곳을 찾았다는 노부부는 “이게 뭐래?” 하면서 모니터의 겉모습을 한참 뜯어보다 그냥 나왔다. 메시지를 쓰는 모니터에 손도 대지 않은 이유를 묻자 할머니는 “잘못 건드렸다가 망가지면 우째요”라고 말했다. 모니터에 사용 방법이 있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선뜻 손을 대지 못한 것이다. 관람객들에게 이 작품이 다른 전시물과 어울리는지 즉석에서 묻자 대부분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관람객은 “입장료까지 받으면서 왜 이렇게 쓸 데 없는 걸 갖다 놨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자가 직접 사용해 봤다. 모니터에는 한글, 영문, 한문으로 작동 방법이 적혀 있다. ‘1 오른쪽 색상 패널에서 색상 선택하기. 2 손으로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리기. 3 Send(보내기)를 눌러 사방 화면에서 나의 메시지 확인하기.’ 지시한 대로 쓰고 누르자 스크린에 내가 보낸 메시지가 떴다. 작품의 성격이나 다른 사람이 쓴 메시지를 봐도 지하 벙커의 다른 전시물이나 6·25전쟁과 접점이 없어 보였다. 출구를 나오기 직전에 만난 작품은 6·25전쟁으로 생겨난 DMZ와 북한 마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큐레이터 섭외 세 작가 중 하나
문재인 전 대통령 아들 문준용 작가. [동아DB]
그렇다면 왜 이곳에 다소 ‘생뚱맞은’ 미디어아트 작품이 10년째 전시돼 있는 것일까. 이런 사례가 일반적인지 알아보고자 여러 전시 전문 큐레이터에게 문의했다.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설치작품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유지 관리비가 많이 들어 10년씩 상설 전시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군다나 전시 주제와 관련이 없다면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혹시 ‘아빠 찬스’인가 싶어 물으니 담당자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해명했다.
“파주시 문산읍 자유의 다리 입구에 있는 군용 벙커를 활용해 체험형 영상 전시관을 만들어 방문객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2012년 말부터 조성했다. 문화 및 역사적 공간으로 꾸며 벙커의 특성을 살리고 관객의 체험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작품 전시 구성 용역을 외부 전문 큐레이터에게 줬다. 이 큐레이터가 세 명의 작가를 섭외했고, 그중 한 사람이 문준용 씨다.”
“전체 작품 교체 검토하겠다”
그에 따르면 문준용 작가가 작품을 전시한 대가로 받은 것은 1250만 원. 다른 작가들도 같은 액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왜 전문 큐레이터에게 용역을 줬는지, 문준용 씨 작품을 채택한 이유가 뭔지는 당시 담당자가 정년퇴직해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가서 관람객 반응을 모니터링한 적이 있는지 묻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그에게 “문 작가의 작품이 전시 주제와 어울리지 않고 다른 전시물 사이에서 이질감이 든다”는 관람객들의 반응을 전했다. 그동안 디지털 환경이 급변하고 첨단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했는데 경기관광공사가 유료로 전시관을 운영하면서 관람객 반응을 모니터링하지 않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10년째 전시해 온 것은 관리 감독 소홀이나 직무 태만으로 비칠 수 있다. 담당자는 “개인적으로 (문준용 작가의 작품이) 너무 오래 전시돼 바꿀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것만 바꿀 수 없으니 전체 교체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비트131의 연간 입장료 수입은 약 1700만 원. 무료 입장이 가능한 국가유공자나 장애인을 빼고도 1만7000명이 관람한다는 얘기다. 담당자에 따르면 입장료 수입은 인건비와 시설 관리비 등으로 쓰인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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