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앞마다 멈추어 서서 복어를 보면 “저 물고기는 독도 있지만 이빨이 칼처럼 날카로워 어부들은 늘 손가락을 아주 조심해야 한다. 복어는 쫄깃한 껍질이 아주 맛있어” 아귀를 보면 “머리에 꼭대기에 붙은 낚싯대 같은 걸로 작은 고기를 유인해 저 큰 입으로 후루룩 빨아 들여 몽땅 먹는다. 흐물흐물해 보이지만 아귀 수육은 정말 끝내주지” 문어를 보면 “아빠가 어릴 때 바다 속에서 만나면 제일 무서운 게 문어였어. 아무리 헤엄을 잘 쳐도 문어한테 잡히면 꼼작 못하거든. 저렇게 큰 문어는 푹 삶아도 다리가 아주 부드러워”. 나는 매번 같은 이야기라도 또 듣는 게 재미있어 항상 많이 물었고 아빠는 언제나 술술 말을 이어갔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 우리는 양손에 봉지를 들고 스티로폼 박스를 끌어안은 채 주차장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가면 엄마의 뿔 난 잔소리가 쏟아지겠지만 곧 맛있는 해산물을 잔뜩 먹을 수 있으니까 괜찮다, 괜찮다 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문어는 동‧서양에서 모두 사랑받는 식재료다. [Gettyimage]
돌문어는 사실 돌 틈에 살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몸통의 색깔도 바위처럼 회색, 회갈색을 섞어 놓았다. 왜문어라고도 하고, 크기가 대체로 작다. 삶으면 8개의 다리가 하나같이 탱탱하게 힘이 들어가 꼿꼿하다. 덕분에 통째로 삶아 상에 올리면 크기도 적당하고, 활짝 핀 꽃처럼 예쁘다. 아빠가 부드럽다고 말한 것은 피문어였다. 이름처럼 색이 팥알갱이처럼 검붉으며 참문어라고도 불린다. 깊고 어두운 바다 속에서 아빠가 만난 것도 바로 이 문어이다. 다리 길이가 내 상체만한 것도 있어 대문어라고도 불린다. 동해 근처의 재래시장에 가면 삶은 문어의 굵고 긴 다리만 따로 떼어 죽 걸어놓은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꼿꼿함 없이 유연하게 흐르듯 뻗은 것이 보기에도 부드러워 보인다.
어떻게 써느냐가 중요
이름처럼 사이즈가 대왕급인 대왕문어는 오래 익혀야 한다. [뉴시스]
문어를 익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큰 냄비에 문어가 잠길 만큼의 물과 무, 소주 1~2큰술을 넣고 펄펄 끓으면 소금과 문어를 넣어 삶은 다음 얼음물에 담가 식힌다. 이때 무가 없으면 양파라도 넣는다. 또 어떤 집은 들통처럼 큰 솥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으면 문어를 풍덩 담근다. 가라앉은 문어가 둥실 떠오르면 바로 건져 그대로 식힌다. 찌는 방법도 있다. 넓은 냄비에 무와 양파를 두껍게 깔고 문어를 얹는다. 물은 냄비바닥의 채소만 적실 정도로 붓고 뚜껑을 덮어서 찐다. 이때는 불을 중약으로 은은하게 둬야 한다. 문어를 익힐 때 공통점이 있다면 10분 내외로 조리를 마친다는 것이다. 내 허리만큼 오는 대왕문어라면 더 오랫동안 익혀야 하겠지만 집에서 삶아 먹을 때의 이야기이니 2kg 내외로 생각된다.
이탈리아에선 푹 익혀
문어로 깊은 맛을 낸 토마토스튜. [Getty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