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입체적 對南 핵 공격 능력 현실화
육해공 3군→핵미사일 전략군 추가 4군 체제로
尹, 정상 국가 군통수권자 태도 견지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5대 목표
잇따른 군사 도발과 관련해 북한은 ‘목적하는 시간에, 목적하는 장소에서, 목적하는 대상들을, 목적하는 만큼 타격할 수 있는 핵전투 무력’(조선중앙통신 10월 10일)을 강조한 바 있다. 이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동창리 발사장에 가림막을 치고 로켓을 수직으로 세운 후 액체연료를 주입하고 발사하는 구시대적 수준이 아니라 저수지에서, 비행장 활주로에서, 열차 안에서, 첩첩산중에서도 이동발사대를 통해 아무 때나 쏠 수 있는 수준이 됐다.이번 전술핵운용 부대 군사훈련에서도 드러났듯 일본열도를 건너는 중거리미사일(IRBM)부터 잠수함발사미사일(SL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망라하고 초대형방사포(KN-25)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에이태킴스(KN-24) 등 다종의 무기체계도 이미 실전 배치했다.
이번 도발도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때와 장소를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전술핵 운용부대들이 대한민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과시한 것이다. 화성 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완벽하게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한국과 일본, 괌까지의 사정권은 북한의 무차별 핵 도발 범위에 그대로 포함돼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평양은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이 밝힌 대로 핵무력 법제화를 완료하고 비핵국가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명시해 놓은 데 이어 9월 말 10월 초에 걸쳐 김정은이 직접 지도한 ‘전술핵 운용부대’의 실제 훈련을 통해 다종다양한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실전 배치하고 있음을 확인해 줬다. 이례적이고 전방위적이고 입체적인 방식으로 대남 핵 위협을 현실화하는 단계에 진입한 셈이다.
이처럼 전례 없는 북한의 군사도발은 지금의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가 이미 게임체인저(game-changer) 상황을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단순히 과거처럼 핵개발을 하는 북한이 아니라 이미 핵무장이 완료된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 있는 게 아니라 핵폭탄을 실전 배치하는 과정에 있음을 의미한다. 핵개발 국가 북한이 아니라 핵무장 국가 북한인 것이다. 북한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선언하고 핵무력의 고도화를 위해 국방력 발전 5대 중점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핵폭탄, 다탄두 핵무기 기술,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무기, 군 정찰위성 등 5대 목표를 정해 놓고 그들의 스케줄에 따라 핵무기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까지 잇따른 다종다양한 미사일 발사와 전술핵부대 군사훈련 역시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5대 목표에 따른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단계를 넘어 실제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가 게임체인저 상황을 넘어섰음을 알 수 있다. 풍계리에서 핵실험 한 번만 해도 호들갑을 떨던 상황을 넘어 6차례 핵실험을 마친 만큼 7차 핵실험을 한다 해도 그 자체가 놀랄 만한 일도 아닌 상황이다. 과거처럼 동창리에서 발사대 짓고 미사일 세우고 연료 주입하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더딘 과정을 거쳐 겨우 시험발사하던 평양이 아니라 이제는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종류의 다양한 핵미사일을 자유자재로 펑펑 쏘아 올리는 북한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과거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단계를 넘어 최근 쏘아 올리는 미사일 발사는 그들 스스로의 표현대로 ‘검수사격’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개발 중인 무기를 테스트하는 실험이 아니라 이미 대량생산돼 실전 부대에 실전 배치되는 핵미사일을 임의로 뽑아 그 성능을 확인해 본다는 의미다. ‘노동신문’이 밝힌 대로 검수사격은 “생산장비되고 있는 무기체계를 선택검열하고 전반적인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에서 이제 북한에는 핵미사일이 실전 배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기존 육해공 3군 체제를 핵미사일 운용부대인 전략군을 포함해 4군 체제로 개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핵개발 국가가 아닌 ‘핵무장’ 국가 북한, 단순한 테스트를 넘어 실전 배치된 핵미사일을 ‘검수사격’해 보는 북한, 핵미사일 전용부대 ‘전략군’을 새로운 군종으로 재편한 북한이 우리 앞에 서 있다. 이는 과거 핵 협상과 6자회담에 매달렸던 2000년대 초반의 상황과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북핵 문제가 변화됐음을 극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제 핵 포기를 포기한 상황이다. 김정은이 비핵화에 나설 생각도 의지도 없음은 이제 온 국민이 실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과 북·미 대화를 통해 김정은의 선의에 기대어 핵 포기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순진하고 한심한 일이 돼버렸다.
북한은 핵 포기를 포기했다
핵무장 국가 북한이 전쟁 일촉즉발까지 감수하며 전쟁 불사의 치킨게임을 노골적으로 획책하고 있는 게 작금의 한반도 정세다. 북한이 관례적으로 도발을 회피했던 한미연합 훈련 기간에, 그것도 미국의 핵항모, 대규모 강습전단, 전략자산 무기가 전개됐는데도, 무차별적인 군사도발을 감행하고 그것도 남측과 일본까지를 실제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일상처럼 지속한 게 작금의 한반도 현실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북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게 맞대응을 하는 것은 당연지사지만 평화를 애호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그렇다고 방어적이 아닌 공격적 군사대응을 할 수는 없다. 북의 도발에 대해 사후적으로 비례적 맞대응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것도 현무 미사일이 뒤로 날아가고 공대지 미사일이 발사되지 못하고 호기롭게 쏘아 올린 에이태킴스 미사일이 궤도에서 망실되는 어이없는 상황마저 노출되고 있다. 북한의 전쟁 불사 치킨게임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우리 군의 대응 능력은 문제점만 보이고 있다.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의 단호한 안보태세 점검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다.2022년 게임체인저 상황을 넘어선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에서는 우리도 기존의 접근과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현실이 본질적으로 변화했는데 아직도 기존 타성에 젖어 과거 방식의 구태의연한 해법에 매몰되고 집착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국방력 발전 5대 목표에 매진하고 있는 핵무장 국가 북한을 향해 아직도 북핵 협상만이 해법이라고 매달리는 건 그래서 비현실적인 몽상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김정은이 개과천선해 핵 포기를 결심한다면 당연히 협상과 대화는 필요하지만 그가 스스로 밝힌 대로 ‘대화할 내용도 없고 대화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조선중앙통신, 10월 10일)는 것이 그의 본심인 만큼 이제 우리도 과거 답습의 협상 만능론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협상의 문은 열어놓되 과거처럼 협상 만능론에 빠져 협상을 구걸하거나 대화에 매달리는 건 이제 걷어치워야 한다. 북핵 문제 발생 이후 그동안 숱하게 대화와 협상을 해봤다. 6자회담과 양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13합의, 냉각탑 폭파와 영변 원자로 폐쇄도 지켜봤다. 정상이 만나면 된다는 기대로 남북 정상회담도 여러 번 해봤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했고 군사 분야 합의서까지 작성했다. 1972년 리처드 닉슨과 마오쩌뚱의 세기적 만남에 비견될 정도로 흥분과 기대 속에서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가 세 번이나 만났으나 핵무장 국가 북한이 작금의 현실이 됐다. 이제 북핵 해결을 위해 무조건 대화와 협상에 매달리는 건 환상을 좇는 비현실적인 처방이 돼버렸다. 현실이 게임체인저를 넘어섰으면 해법도 게임체인저를 모색해야 한다.
비핵화 협상보다 ‘핵 불사용’ 강제가 우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1월 9일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따라서 김정은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지 못하게 하는 단호한 안보의 핵심 내용은 사전적 억지능력(deterrence)과 사후적 응징 의지(punishment will)를 대통령부터 군과 국민 모두가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핵 버튼을 감히 누를 수 없도록 3축 체제와 사드 등 압도적으로 우월한 억지 능력을 확보하고 만에 하나 끝내 도발을 감행한다면 반드시 되갚는다는 확고한 응징 의지를 대한민국 전체가 똘똘 뭉쳐 보여줘야 한다.
2017년 김정은과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 ‘괌 포위사격’을 주고받으며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취임 후 첫 8·15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전쟁 반대 의지만 밝힌 것은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되는 잘못으로 기록될 만하다. 대한민국을 지키고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은 북한의 노골적인 전쟁 위협에 맞서, ‘전쟁을 결코 원하지 않지만 전쟁을 결코 피하지도 않을 것이다’라는 단호한 군통수권자의 원칙적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대통령의 나이브한 전쟁반대론과 평화지상주의 편향이 결국은 김정은으로 하여금 대한민국의 안보를 우습게 여기게 만들고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 “내 머리에 포탄이 떨어져도 평화를 외치겠다”는 반전 시민단체 대표의 발언을 자랑스럽게 인용하는 안보 부재의 상황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제 핵무장 국가 북한의 한반도 전쟁 위기 도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단호하게 안보 최우선 원칙을 고수하고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북한이 도발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전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정상적인 국가 군통수권자의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안보야말로 진보와 보수, 여야가 따로 없는 초당적 협력이 절실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022년 북핵 문제와 한반도 위기가 과거와 본질적으로 다른 상황이 된 만큼,대한민국의 안보도 이제는 변화된 현실에 맞는 새로운 해법으로 위기를 풀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