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이슈 점검

아동학대 논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 김건희 객원기자|kkh4792@hanmail.net

    입력2017-06-20 17: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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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택에서 능소화(소화제) 조제, 식약처 허가 없이 판매
    • 약사법·의료법 위반 혐의 경찰 압수수색
    • 의약품 인터넷 불법 판매… 현금영수증 불가 ‘탈세 의혹’
    • 일반인 380명에게 맘닥터 부여…불법의료행위 혐의
    • 김효진 한의사 “수익 안 나, 도와주려 한 일”
    경찰은 최근 온라인 카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이하 안아키)’ 사건을 수사 중이다. 안아키 카페는 아픈 아이에게 약 대신 능소화나 숯가루, 소금물, 간장 등을 활용한 극단적인 자연치유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사용하도록 해 논란이 일었다. 5월 11일 보건복지부가 안아키 카페를 개설한 김효진(54) 한의사를 의료법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5월 16일에는 시민단체인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이 김 한의사와 안아키 카페 회원인 맘닥터들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안아키 카페 일부 회원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를 대구수성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과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팀에 각각 배당했다. 이와 함께 전국 지방경찰청에서 안아키 카페 운영진과 회원의 아동학대 피해사례를 제보받고 수사한다.

    엄마들이 혐의 인정해야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중요 사실관계는 안아키 카페를 개설하고 운영한 김 한의사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안아키 카페 회원들에게 소개하는 등 의료행위를 한 점, 일반인인 맘닥터들로 하여금 회원들과 상담을 하도록 한 점, 해당 한의사가 안아키 카페 회원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한의원을 방문하게 한 후 소개한 치료법으로 치료행위를 한 점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기자에게 “1차 가해자인 안아키 카페 회원인 엄마들이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해야 정범(正犯)인 이들에게 자연주의 치료법을 알려준 김 한의사를 공범(共犯)으로 처벌할 수 있다. 현재로선 카페 회원인 엄마들이 아동학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수사기간이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대구수성경찰서는 김 한의사와 맘닥터들의 불법의료 행위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수사팀은 5월 23일 김 한의사가 대구에서 운영한 ㅅ한의원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6월 9일 김 한의사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김 한의사의 노트북과 거래장부, 진료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민단체와 안아키 회원 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ㅅ한의원에 근무한 간호사, 김 한의사와 함께 능소화(소화제)를 공동 조제한 것으로 알려진 한의사 변모 씨, 유모 씨를 조사한 경찰은 김 한의사가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등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6월 안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로선 안아키 카페 운영진과 일부 회원의 아동학대 혐의보다 약사법 및 의료법 혐의에 대한 입증이 이른 시일 내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와주려고 한 일

    2013년 4월 개설된 안아키 카페는 ‘자연주의 치료’를 추구한다. 1987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한 김 한의사는 대구에서 31년간 ㅅ한의원을 운영했다. 한의원은 5월 8일 폐업한 상태. 안아키 카페는 이보다 앞서 5월 2일 카페매니저이자 김 한의사의 남편인 정모(49) 씨가 자진 폐쇄했다. 폐쇄 직전 카페 회원 수는 5만5000명을 웃돌았다.

    ‘신동아’는 시민단체인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으로부터 안아키 카페에 올라온 글과 사진 200여 건을 입수했다. 이 자료는 안아키 카페 폐쇄 직전까지 올라온 게시물을 취합한 것인 데다 경찰이 이를 근거로 수사하고 있어 신빙성이 높다. 자료를 살펴보면 몇 가지 특이사항이 눈에 띄는데, 그중 하나가 김 한의사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능소화다. 안아키 카페에선 자연주의 치료법 중 하나인 능소화가 소화제로 통한다.

    “열 경기(驚氣)는 소화장애가 겹쳐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매실액, 능소화로 도움을 주면 됩니다.(맘닥터 혜*엄마**)”

    “손발이 차갑다면 체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능소화를 먹이고 손발 합곡 자리를 사혈해주는 것이 좋습니다.(맘닥터 지*엄마**)”

    소화제(능소화) 성분에 대한 질문에 김 한의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흑축(黑丑), 창출(蒼朮), 대황(大黃), 지각(枳殼), 귤피(橘皮), 신곡(神粬)이 들어가요. 이를 세척한 후 불려서 발효시키고 가공해 압력솥에 쪄서 건조기에 말려 분쇄합니다. 가루로 만들기까지 약 4일 걸립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일반 가루약보다 용량이 줄어 부피가 약 8분의 1이 됩니다.”

    김 한의사는 지난해 3월 능소화를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하지 않고 인터넷(안아키 카페)에서 판매하다 적발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00만 원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한의사는 안아키 카페에 글을 올려 회원들에게 서운한 심경을 토로했다.

    “카페 회원 수가 적을 땐 별문제 없었지만 회원이 늘어나니 불법 수익사업이라고 고발하는 분이 있습니다. 사실은 오히려 수익이 없는데도 도와주려고 한 일이었는데 말이죠.”

    행정처분을 받은 이후 그는 능소화를 자신이 운영하는 대구 ㅅ한의원에서만 판매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꾼다. 능소화는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만들까. 김 한의사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능소화 성분과 제조 과정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자택에서 능소화 조제

    “약재는 한의원 탕재실에서 조제하게 돼 있지만, 그런 시설을 만들자면 비현실적이다. 넓은 공간이 필요해 한의원에서 약재를 챙겨 집에서 만들었다. 한두 달에 한 번 ㄱ한의원 원장과 ㅇ한의원 원장이 대구로 내려와 공동 조제한다.”

    현직 한의사도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할 수 있다. 자체 개발한 자연주의 치료법을 제품화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규제를 어기면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수익사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사팀 역시 이 점을 주목한다. 경찰이 6월 9일 김 한의사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이유도 능소화 제조시설을 살펴보려는 것이었다고 알려진다. 수사팀 관계자는 “한의사는 환자를 진료한 후 처방에 따라 약을 조제한다. 김 한의사는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자택에서 능소화를 조제해 상비약으로 판매했다.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한의사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항변한다. “진료를 하다 보니 소화가 안 되는 아이가 많았다. 성장기 아이들한테 소화는 시급한 문제인데, 일반 소화제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능소화를 만들었다. 지금 아이가 안 아프지만 안아키 카페 회원이 능소화가 필요하다고 하면 처방해줘야 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다. 배 아플 때 오라고 하면 그게 맞는 건지 의문이다.”

    안아키 카페에 올라온 글을 살펴보면 김 한의사가 치질 수술을 집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안아키 카페 회원들에게 10개월 아기 치질(치루)을 수술했고 본인이 직접 치질수술 도구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치루는 항문선 안쪽과 바깥쪽 피부 사이에 터널 같은 누관이 생겨 분비물이 새는 병이다.

    김 한의사는 “수십 년 전 중국 고서(古書)에 나오는 결찰술(結紮術·고무 밴드나 링 따위로 난관이나 정관, 동맥 따위를 묶는 수술법)을 활용해 수술했다. 시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마취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면허 있는 한의사로서 ‘야메 시술’ 하면 안 될 것 같아 포기하고 약을 연구했다. 그게 좌약(坐藥·항문이나 요도, 질 속에 끼워 넣는 알약)이다.”

    진료 없이 인터넷으로 의약품 판매

    실제로 안아키 카페에선 회원들이 김 한의사가 운영하는 ㅅ한의원에서 진료 없이 전화 상담 후 인터넷으로 좌약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주고받는다. 안아키 카페 회원이 “한의원에서 치질 좌약을 구입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또 다른 안아키 카페 회원이 “한의원에 전화해 문의하고 구입하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진료 안 받은 사람도 주문이 가능하냐”란 질문엔 “가능하다”라는 댓글이 달린다. “좌약 10개 주문해서 사용해봤는데 놀랐다”라는 후기 글도 보인다. 김 한의사와 안아키 카페 회원들이 진료 없이 인터넷에서 의약품을 사고팔았다는 의혹을 받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 한의사는 “좌약은 난유(계란기름)와 밀랍(蜜蠟) 등 천연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의약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감초나 인삼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 재료로 만든다. 가정에서 천연 재료로 화장품 만드는 것과 같다. 지난해 대구달성보건소 담당 공무원이 나와 조사할 당시 좌약을 인터넷으로 파는 게 문제 될 것 같아 이후로는 판매하지 않고 안아키 카페 회원들에게 좌약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김 한의사가 출산한 산모에게 산후 어혈제를 인터넷으로 판매한 정황도 포착된다. 올 4월 25일 안아키 카페 회원이 “산후 어혈제 신청한다. 자연주의 출산했다”고 밝히자 김 한의사가 “자연분만이면 어혈제만 먹으면 된다. 롤러침은 선물로 보낸다”고 답변한다. 그는 ㅅ금융사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약값 22만5000원 입금하라고 안내한다. 카페 회원이 입금 사실을 알리며 “언제 받을 수 있느냐”고 문의하자 김 한의사가 “내일 발송하니까 모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다.

    김 한의사는 능소화, 산후 어혈제 등 의약품을 판매하면서 현금으로만 결제하고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아 탈세 의혹을 받는다. 하지만 김 한의사는 “돈을 벌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한다. “능소화는 상비약인데, 한번 구매하면 몇 년씩 사용한다. 돈벌이가 안 된다. 수익을 생각했다면 한약을 팔았을 거다. 위법이라면 처벌받겠다.”

    김 한의사는 안아키 카페 회원들에게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에게 로션이나 약 대신 햇볕을 쬐이거나 숯가루를 바르라고 말한다. 알레르기가 생긴 아이에겐 물에 숯가루를 타서 먹이라고 알려준다. 그가 말하는 약용(藥用) 숯가루는 ㅎ제약회사 제품. 김 한의사가 지방에 사는 안아키 카페 회원을 위해 ㅂ약국에서 숯가루를 구매해 택배로 부친 것으로 확인된다.

    김 한의사는 이에 대해 “ㅎ제약회사 측에서 밝히길, 한의원에서 약을 만드는 데 숯을 재료로 하는 경우 판매 가능하지만 구매한 것을 완제품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주는 건 안 된다고 했다. 수량이 얼마 안 되니까 설마 누가 조사할까 싶어 지방에 사는 안아키 카페 회원들에게 보내줬다. 위법이지만 내가 남긴 이익이 없으니까 정상참작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아키 카페 회원들이 자연주의 치료법을 설명하면서 특정 회사 제품들을 자주 거론한다는 점도 특이사항이다. 대표적인 게 순비누. 김 한의사가 3000번 연구 끝에 개발했다고 알려진 제품이다. 순비누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를 묻는 글에 김 한의사는 “순비누 꼭 사용해달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ㅅ순비누 꼭 사용해달라”

    “비누를 사용하는 것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입니다. 워낙 미세먼지가 많고 화학 분진이 많기 때문입니다. 외출이 아니어도 실내에서도 피할 수 없습니다. 주변에 수많은 전자기기들 때문에 전자파가 모으는 미세먼지가 있거든요. 왜 순비누를 사용하라고 권하느냐 하면요. 순비누는 피부 내재균을 사멸시키지 않는 순한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안아키 카페에선 순비누뿐만 아니라 김 한의사가 추천하는 윤포진액, 청포, 샴푸 등을 회원들이 즐겨 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 제품은 주식회사 ㅅ사가 생산하고, 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ㅅ화장품쇼핑몰에서만 판매한다.

    취재를 해보니, 이 회사는 현직 개원 한의사들로 구성된 ㅅ한의학연구원을 모태로 2003년 10월 설립됐다. ㅅ한의학연구원은 김 한의사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스터디그룹. 일부 매체는 김 한의사가 ㅅ회사 제품개발이사 직함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 한의사는 “제품개발이사로 재직한 기간은 2003년 회사가 설립되고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회사와는 아무 관련 없다. 지분도 없다”며 언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그런데 회사 홈페이지에는 ㅅ한의학연구원에서 개발한 ‘해독생기요법’ ‘청정활성제거’가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 등재 요청을 받았다고 나와 있다. 그중 해독생기요법은 김 한의사가 개발했다고 알려진 치료법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치료법은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에 등재돼 있지 않았다.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 관계자는 “신의료평가사업본부는 신청자가 신의료기술평가사업위원회에 평가를 신청하면 해당 의료기술이 안전하고 유용한지 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보건복지부가 먼저 신의료기술로 등재해달라고 요청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한의사는 “여건이 안 돼 해독생기요법의 신의료기술 등재를 신청하지 못했다. 현재 경희대 한의대 대학원 교수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은 수정하겠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순비누를 판매하는 주식회사 ㅅ사 대표는 안아키 카페매니저이자 김 한의사의 남편인 정씨다. 그는 ㅅ사의 ㅅ화장품쇼핑몰뿐만 아니라 ㅈ반찬쇼핑몰도 운영한다. 올해 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두 개의 사업체와 안아키 카페 회원이 운영하는 ㅅ식품쇼핑몰을 한데 모은 통합 쇼핑몰을 열었는데, 그 브랜드명이 ‘안아키랜드(ANAKI LAND)’다. 안아키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등록된 상품이 순비누와 엿기름이 전부였다. 쇼핑몰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