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기 회장은 파워풀하지만 보기 드문 독특한 스윙 동작을 갖고 있다. 이스트 코스 파4 2번홀.
진기록을 갖고 있는 이준기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 회장(70)은 아마추어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골프를 시작한 지 4년 만인 1978년 ‘대구칸트리클럽’에서 처음 싱글을 기록했고, 1985년 경주신라컨트리클럽 챔피언이 된 이후 클럽챔피언에 6차례 올랐다. 이후 송암배 한국미드아마추어선수권·세계시니어아마추어선수권 우승 등 국내외 대회에서 40회 이상 우승을 기록해 아마추어 골프 부문에서 최다승 기록 보유자가 됐다. 지난해에도 볼빅골프대회에 참가해 챔피언티에서 67타를 기록했다.
10월 31일 경북 상주시 블루원 상주CC(파 72, 6737m)에서 이 회장과 골프 라운드에 나섰다. 블루원 상주는 설계할 때 자연적 조건을 최대한 살리고 인공적 요소를 덜 가미한 골프장이다. 맑은 날씨에 단풍으로 물든 산자락과 10여 종의 억새, 자연 계곡과 호수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켰다. 같은 형태의 홀이 하나도 없고, 그린의 언듈레이션이 심하며, 벙커가 많아 실력자들이 선호하는 남성적 코스다.

20년 전 순간근육경련증(입스증후군)이 찾아온 뒤부터 그는 롱 퍼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스트 코스 1번홀 파 4의 티잉 그라운드에서였다. 이 회장의 드라이브 스윙을 보고 자칫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아마추어의 꿈인 에이지슈트(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더 적은 스코어)를 하루가 멀다 하고 기록하는 실력의 보유자인데도 스윙 동작은 좀 엉뚱했다. 교과서적인 스윙 동작이 아니라 클럽이 수직으로 들리고 임팩트 공간을 지나면서 숙인 상체가 그대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럼에도 드라이브 샷은 ‘짱짱’했고, 아이언 샷은 스팅어 미사일처럼 위협적으로 그린을 향해 날아갔다.
“세계에서 저 같은 스윙 동작을 가진 이는 거의 없어요. 허리를 잘 못쓰는데 임팩트 존을 유지하려다보니 지금과 같은 동작이 나옵니다.”
라운드 내내 그는 골프 정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골프를 잘하는 것과 골프공을 잘 치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프를 잘하려면 공을 잘 쳐야겠지만 그보다 먼저 규칙과 에티켓을 잘 지켜야 해요. 룰을 무시하고 남을 속이는 사람은 결코 골프가 늘지 않아요. 아마추어라고 룰을 따르지 않고 공을 대충 치면 골프의 진정한 묘미를 느끼기 힘듭니다. 영국 왕립골프협회(R·A)도 골프의 정신이 ‘정직, 진실, 공손함’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20년 전 순간근육경련증(입스증후군)이 찾아온 뒤부터 그는 롱 퍼트를 사용하고 있다. 롱 퍼트가 크지 않은 그의 몸에 붙어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이날 그는 73타를 기록했다. 필자가 라운드 내내 붙어 다니며 질문을 해대고, 카메라 셔터가 정신을 산만하게 했음에도 그는 버디 두 개와 12개의 파를 기록했다.

블루원 상주CC는 그린의 언듈레이션이 심한 편이다.
그의 골프 사랑은 끝간 데 없다. 십수 년 전 골프 라운드를 한 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길이었는데 깜빡 졸다가 건너편 가로수를 들이받아 차가 한 바퀴 굴렀다. 겨우 정신을 차린 뒤 차문을 열고 내려서 그가 한 첫 동작은 너무 엉뚱했다.
“앞으로 골프를 계속할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돼서 골프 스윙 동작을 해봤어요. 몸이 부드럽게 돌아가는 걸 확인하고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하하.”
2008년 그는 감기인 줄 알고 병원에 갔다가 폐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다른 조직으로 암이 전이되지 않아 오른쪽 중폐만 떼어내고 1주일 만에 퇴원했다. 퇴원 뒤 열흘 만에 그는 다시 골프장을 찾았다. 이후 여러 차례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골프를 치며 잠시나마 괴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골프지론은 체력·머리·근성의 삼위일체다.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부족하면 안 돼요. 특히 강한 정신력이 중요해요. 또 계산을 잘해야 합니다. 퍼트는 오차범위로 mm를 따지고, 아이언 샷은 cm를 따질 수 있어야 해요. 드라이버의 좌우 오차범위는 5~10m, 장단은 2, 3m를 봐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