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호

2007년 북한, 제2의 ‘고난의 행군’ 겪나

최하위계층 600만 아사 위기… 치안붕괴, 대량탈북 가능성

  • 법 륜 (사)좋은벗들 이사장 goodfriends@jungto.org

    입력2007-02-05 1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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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며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사업을 벌여온 (사)좋은벗들의 법륜 이사장이 최근 북한의 식량사정을 배급체계와 연결해 종합적으로 계량화한 글을 ‘신동아’에 기고했다. 예년보다 좋지 않은 작황에 북핵 문제로 인한 국제사회의 식량지원 중단에 따라 극심한 식량부족 사태가 예상된다는 게 골자다. 특히 신분에 따라 배급량에 차이를 두는 분배시스템을 감안하면 평양 주민이나 군사인원, 군수공업 종사자 등을 제외한 이른바 ‘4순위 계층’의 일반 주민은 대량 아사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이는 치안붕괴와 대량 탈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07년 북한, 제2의 ‘고난의 행군’ 겪나

    1997년 이른바 ‘고난의 행군’ 당시 북한 희천시의 한 고아원에서 촬영된 사진. 어린이의 피부가 영양실조로 쭈글쭈글해졌다.

    올해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떨지를 놓고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작황이 평년작이라는 진단이 있는가 하면 평년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어떤 처지에 있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대폭 줄임으로써 식량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사실 자체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추수 이후 쌀 가격이 떨어지는 예년의 일반적인 현상과는 달리, 지난 가을걷이 이후에도 앞으로 여전히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떠돌면서 북한 시장에서 쌀 가격은 Kg당 1100원대까지 오르고 있다. 북한 내부에서는 ‘엄혹해진’ 국내외 정세와 식량 부족으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는 두려움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그에 따라 1990년대 중반과 같은 대량 탈북행렬을 막기 위한 국경 단속도 전례 없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정부의 식량정책 실패와 북한 주민의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 이에 따른 민심(民心) 이반 등으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북한 사회 내부에서는 갈수록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 정부가 대외적으로 밝힌 곡물 생산량은 한국의 통일부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추정하는 양과 크게 다르다. 1973년까지의 북한 식량생산 통계는 농업위원회에서 올린 자료를 근거로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의 식량생산은 연평균 460만~500만t에 이른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당 사업을 맡은 1974년부터 생산량 통계에 허수가 많아졌고 1980년대부터는 대외선전용으로 통계를 부풀려 발표했기 때문에 그 자료를 신뢰하기가 어렵다. 반면 식량난을 맞은 1995년부터 1999년까지의 통계는 큰물 피해와 냉해 등 계속된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 생산량 감소치를 오히려 현실적 수치로 표현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행태를 보였다.

    그렇다면 북한이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는 곡물량은 얼마이고, 필요한 양은 얼마일까. 북한의 경지면적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200만정보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토 건설 등으로 인한 경지면적 축소로 2000년대에 들어와 논은 58만7000정보로 줄었고, 밭은 뙈기밭 등의 확대로 62만6000정보 규모로 늘었다. 그외 채소, 뽕나무, 과일 생산을 위한 63만7000정보까지 합치면 현재 북한의 총 경지면적은 약 185만정보로 추산되며, 이 중 곡물 생산 농경지인 논과 밭은 약 121만정보로 추정된다.



    1980년대까지는 농민의 생산의지가 강했고 비료 생산과 전력 등 에너지의 공급이 원활했기 때문에, 논에서 정보당 평균 4t, 옥수수밭에서 정보당 평균 3~4t을 생산해 연간 총 460만~500만t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1980년 열린 제6차 당대회 이후 북한은 정치·경제·문화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10대 전망목표를 설정하고 식량 생산목표를 연간 1000만t으로 늘려 잡았으나 그 달성에는 완전히 실패했다.

    현재 북한은 비료 부족으로 정보당 평균 2~2.5t, 최고 3t까지 곡물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연 280만~350만t을 생산할 수 있고, 외부에서 30만t 이상의 비료지원이 있으면 최고 450만t까지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러한 생산능력으로는 북한의 식량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통일부와 WFP, 미국 농무성은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에너지 권장량을 기준으로 하여 식량수요량의 추정치를 산출했다. 이들 기관의 추정치는, 유엔에서 정한 1일 정상 에너지 권장량 기준인 2130kcal로 권장 소요량을 계산하느냐, 최소 에너지 권장량 기준인 1600kcal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순위에 따라 배급량 차이

    2007년 북한, 제2의 ‘고난의 행군’ 겪나

    2003년 3월 남포항에서 부두 노동자들이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을 하역하고 있다.

    북한의 식량 수요량을 산정할 때 우리가 또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는데, 북한은 그간 전 인구에게 동일한 기준으로 식량을 배급하는 것이 아니라 연령별, 직업별, 계층별로 다르게 해왔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용도별로 필요한 양, 즉 해당년도의 식용 수요량, 사료용과 종자용과 공업용 수요량, 기타 조기 수확이나 수확 후 손실분 따위도 고려해야 한다.

    유엔 권장 정상 에너지 섭취기준으로 계산하면 북한은 총 640만t의 식량이 필요하다. 이는 북한의 정상 배급기준량과 동일하다. 그러나 북한이 식량부족 국가로 유엔의 지원을 받는 만큼 식량 수요량을 유엔 권장 최소에너지 섭취기준으로 따지면 520만t이 필요한데, 이는 북한의 절약 배급기준과 동일하다. 지난 10여 년간 식량난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 북한에서는 절약 배급기준량이 사실상 정상 배급기준량이 됐다.

    앞서 말했듯 북한 당국은 주민의 순위를 매겨 자체 생산 곡물과 외부 지원 곡물을 다르게 나눠준다. 북한의 현재 인구는 2000여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은 4개의 배급 순위로 나뉜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식량의 배급순위는 다음과 같다.

    1순위는 당 중앙기관, 각급 당위원회 소속 구성원과 평양 중심구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 100만명 정도에 이른다. 2순위는 군대를 포함한 기타 군사 인원으로 150만명 정도다. 3순위는 특급기업소와 제2경제 군수생산 부문의 종사자와 그 가족들로서 약 400만명에 달한다. 4순위는 일반 주민 약 600만명으로 시·군 량정사업소를 통해 배급을 받는다. 이 외에 배급 대상에는 속하지 않으나 식량을 우선적으로 분배받는 약 800만명의 농민이 있다.

    인구 구성별 필요량을 살펴보면, 우선 1, 2순위에 해당하는 약 250만명이 배급시스템에 속하는 핵심 인구층을 이루는데 이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2%이다. 평양 중심구역 시민 100만명과 군대를 포함한 기타 군사인원 150만명에 대해서는 농업위원회에서 무조건적으로 식량공급을 보장한다. 이를 위해 평양시민과 외빈 접대를 위한 호텔 등에 소요되는 것까지 포함해서 연 36만t이, 군대를 포함한 기타 군사인원에 대해서도 연 36만t의 식량이 확보돼야 한다.

    배급 대상에 속하지 않는 농민 인구 800만명의 경우, 원래는 1년에 250kg을 지급했지만 최근에는 200kg이 분배되므로 160만t이 우선 지급된다. 그러나 수해지역이나 기타 손실을 입은 지역의 경우 농업 생산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분배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 경우 외부로부터 지원이 있어야 특별지정대상이 된다.

    그러고도 남은 양으로 3, 4순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데, 만일 식량 생산량이 350만t이라고 하면 식용으로는 최대 290만t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3순위마저 하루에 400g씩 배급할 수밖에 없게 된다.

    3순위에 해당하는 군수공장 종사자와 그 가족 250만명에 대해서는 쌀 30대 옥수수 70의 비율로 1인당 400g이 지급됨으로써 연간 총 36만5000t이 배급된다. 마찬가지로 3순위에 해당하는 특급기업소 종사자와 그 가족 150만명에 대해서는 옥수수 또는 감자 100%로 1인당 400g이 지급됨으로써 연간 총 21만9000t이 배급된다.

    여기까지만 합산해도 이미 북한의 평년 자체 식량 생산량을 넘어선다. 4순위에 해당하는 일반 노동자 및 그 가족 600만명에게는 배급이 거의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은 사실상 배급과는 상관없이 생활하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장사를 통해 상층보다 잘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일반 노동자는 구조적으로 아사(餓死)의 위험에 놓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외부의 원조식량을 받아 이를 배급할 때도 앞서의 배급순위를 그대로 적용한다. 외부 지원식량 배급순위는 1순위에 특별지정대상과 평양시민, 2순위에 군대를 포함한 기타 군사인원, 3순위에 특급기업소, 4순위에 시·군 량정사업소 등을 놓고 있다. 여기서 ‘특별지정대상’은 수해지역이나 군대, 병원 등 당중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꼭 필요하고 중요한 곳으로 지정된 곳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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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1] 곡물생산량 추산에 따른 식량배급 및 인도적 위기상황

    그러나 배급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 양과 질은 중요한 변수가 된다. 외부 지원식량이 쌀일 경우에는 1, 2순위에게 먼저 10만t가량을 배분한다. 자체 생산량이 부족할 때는 1, 2순위에게도 배급기준에서 10만t 정도 부족하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반면 외부지원이 쌀이 아닌 옥수수일 경우에는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한 3순위에 우선 배분된다. 1, 2 순위에게는 옥수수가 필요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가운데 일부는 시장으로 흘러나간다. 한국에서 지원하는 쌀도 3, 4년 묵은 데다 도정을 많이 해서 보기에는 하얗고 좋지만 북한산 쌀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북한의 고위계층은 먹지 않는다.

    일각에는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북한에 지원하는 식량이 모두 군량미로 전용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식량의 일부가 군대로 지원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군대가 다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군대를 비롯한 군사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량은 36만t 정도면 족하다. 북한의 자체 생산분만으로도 군대 배급은 해결할 수 있다. 만일 흉작으로 군사부문에 36만t 이상이 보장되지 않을 때는 그 부족분만큼 외부 식량이 군대로 들어간다고 볼 수는 있다.

    軍 불법 전용 문제

    일부 곡물을 군대가 불법적으로 전용하는 경우도 있다. 주식인 쌀은 배급을 받지만 부식은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간장, 된장, 소금을 먹기 위해서는 지원받은 쌀 일부를 시장에 내다 팔아 찬거리나 양념류를 구매해야 한다. 또한 군인의 식량배급은 보장하면서도 군관가족의 생계는 보장하기 어려운 상태이므로 가족이 있는 군관은 가족 부양과 아이 양육, 현금수요를 위해 군대의 식량 일부를 시장에 빼돌리게 된다. 그래서 하급 군인들 일부는 식량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심신 허약상태가 되어 종종 민간인의 식량을 수탈하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외부 지원식량이 평양에 많이 지원되는 것은 운송수단과 유류 확보, 거리, 모니터링 등의 문제 때문이다. 배급 1순위에 해당하는 평양 중심구역의 경우 황해도 쌀을 선호하지만, 운반 문제 등 현실 여건상 평양과 가까운 남포항으로 들어온 한국 지원 쌀이 더 접근하기가 쉽다. 타 지역의 경우는 지원받은 물량을 가져가고 싶어도 운반할 수가 없기 때문에 포기하거나, 일부를 팔아서 운반비용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국내외 사회가 제기하는 분배 모니터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니터링 요원의 파견과 감독도 중요하지만 물량을 지원할 지역의 근거리까지 운반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당장 우리측의 수송 용이를 위해 특정 항구 1~2곳에 ‘몰아주는’ 것은 전체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식량을 전달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량을 남포, 해주, 함흥, 청진, 원산항 등으로 분산 배달하면 운반거리가 줄어 수송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주민에게도 식량이 더 쉽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왜 다시 식량위기인가

    2005~06년에는 전년도 농사가 잘된데다 한국으로부터 식량이 지원되어 2006년 가을까지 그럭저럭 식량을 수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6년에는 비료와 농약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해와 가뭄까지 겹쳤다. 북한 전체 식량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 평안남북도의 식량 생산량이 대부분 2005년의 60% 수준에 그쳤다. 2006년 가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11월말 집계된 것을 기준으로 합계가 189만t에 불과하다.

    그밖에 개인 소토지 생산량 약 30만t, 농민 보유식량 약 10만t, 교화소 및 관리소의 생산량 약 15만t, 예비곡물 5만~6만t을 합하면 총 250만t이 된다. 이모작 생산량 약 30만t을 합친다 하더라도 2006년 총생산량은 280만t으로 추산된다. 이를 기준으로 올해 북한의 식량 소비량을 추산해보면 사료 및 종자용으로 최소한 32만t이 필요하고 나머지 248만t만이 식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2006년분 식량 생산량 280만t, 여기에 예년 기준으로 잡은 중국으로부터의 지원량이 약 20만t, WFP의 2007년 지원 계획량인 7만5000t을 모두 합쳐도 북한에는 총 307만5000t의 식량밖에 없다. 아사를 막는 데 필요한 최소량인 430만t(그 가운데 식용이 350만t)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식용으로 사용가능한 식량이 최소 350만t 정도가 되면 내구력이 강한 북한 주민들이 그런대로 견딜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올해는 자체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외부의 지원마저 대폭 줄어들어, 식량난으로 300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 못지 않은 대량아사가 닥칠 위험이 있다.

    1996~98년 당시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250만~280만t이었고 외부에서의 수입 및 지원 곡물을 포함하면 350만t 이상의 식량이 공급되었다(표 2 참조). 그럼에도 300만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볼 때, 올해는 자체 식량 생산량과 외부 도입량을 모두 합쳐 최소 430만t 이상의 식량이 공급되어야만 아사자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자체 생산 식량의 배급순서와 외부지원 식량의 배급순서를 종합한 표3을 살펴보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280만t인 상황에서 외부지원이 없을 경우에는 1순위라 하더라도 1일 500g밖에 먹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2순위인 군대도 마찬가지로 1일 500g만 배급받게 된다. 그나마 배급이 유지되던 3순위의 군수공장과 특급기업소 계층은 1일 250g씩 6개월밖에 배급받지 못함으로써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일반주민에게 돌아갈 식량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자체 곡물 생산량 280만t만 가지고 배급할 경우 절대적으로 식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3순위의 400만 인구는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놓이게 되고 4순위의 600만 인구는 대량 아사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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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2]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의 식량생산량과 외부도입량, 당시 사망자수 비교 (단위 : 1000t / 1000명)<br>* 식량 생산량은 남성욱, ‘현대 북한의 식량난과 협동농장 개혁’(2004)에서 북한이 발표한 식량생산량을 재인용.<br>* 외부도입량은 정광민, ‘북한기근의 정치경제학’(2005)에서 인용. 북한의 수입량과 원조곡물을 포함함.<br>* 북한 내 식량공급량은 북한 식량생산량과 외부도입량(FAO와 한국정부의 통계)을 합산한 결과임.<br>* 사망자수는 좋은벗들, ‘사람답게 살고 싶소’(1999)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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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3] 북한 생산 식량의 배급순서와 외부지원 식량의 배급순서 (단위: t)<br>* 외부지원량이 50만t일 때, 100만t일 때, 150만t일 때를 가정하여, 각각 2006년의 북한 자체생산량과 합산해 총공급량으로 표기함.



    최소 150만t 지원 필요

    한국을 비롯한 외부로부터 50만t의 식량이 지원된다 해도 4순위 일반 주민에게까지 식량이 분배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이들 중 개인 장사나 소토지 생산 등으로 독자적인 생존능력이 있는 약 50만명과 그 가족을 포함한 200만명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400만명은 심각한 영양실조와 대량 아사의 위험에 놓인다.

    외부로부터 100만t의 식량이 지원되면 전체 식량 공급량은 380만t이 된다. 이 경우 4순위에 40만t 이상이 공급되어 1일 300g의 식량을 배급할 수 있다. 여전히 600만명 중 400만명은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게 되고, 이 중 극빈층 200만명은 여전히 아사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실제 아사자는 10만명 이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외부로부터 150만t의 식량을 지원받을 경우 전체 식량 공급량은 430만t이 된다. 4순위 600만명 중 400만명이 여전히 영양실조 상태를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대량 아사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최소 150만t 이상의 외부지원이 있어야 대량아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아가 영양부족 상태까지 막으려면 최소 520만t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중국과 WFP 등의 외부지원 27만5000t을 합하더라도 212만t이 더 있어야 한다.

    지원 곡물의 종류를 선택할 때에는 배급 4순위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50만t 이하의 적은 양을 지원할 경우 쌀을 주게 되면 1, 2순위에 약 10만t이 가게 되어 4순위에 분배되는 양이 적어진다. 취약계층 위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쌀보다는 옥수수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100만t 이상의 많은 양을 지원할 경우에는 곡물의 종류에 상관없이 아래 배급순위까지 식량이 내려갈 수 있으므로 옥수수, 쌀을 특별히 구분할 필요가 없다. 대량 아사를 막기 위해서는 분배의 투명성도 중요하지만 대량 지원(최소 150만t 이상)이 더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모니터링을 강화해도 취약계층에까지 식량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제2 고난의 행군’, 무엇이 다른가

    1990년대 중반에 북한에서 발생한 대량 아사의 경우 아무런 대책 없이 배급만 기다리던 주민들이 배급이 중단되자 갑작스레 한꺼번에 ‘맥없이’ 죽어 나갔다. 그러나 ‘제2 고난의 행군’은 이와 다르게 진행될 것이다. 그간 북한 주민들은 식량난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장사와 뙈기밭 경작, 한국이나 중국으로 간 친척들의 도움을 통해 자생적 생존력을 어느 정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007년부터 예상되는 ‘제2 고난의 행군’ 시기의 아사사태는 1차 때와는 달리 서서히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배급제 시스템에서 제외된 4순위 사회계층 중 장사를 하지 못하거나 경작지가 없거나 외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취약계층’에서부터 아사가 시작될 것이다. 식량 부족으로 시장에서 식량가격이 폭등하고 땔감 문제가 심각해지면 대량 아사의 징조라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중반보다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으로는 외부지원의 전면 중단, 심각한 에너지 부족(1990년대 중반에는 미국으로부터 50만t의 중유가 공급됐다), 금융제재, 국경차단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1990년대보다 사태를 좀더 완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자생력 강화, 국내이동 용이, 인구감소, 외부 정보 유입, 탈북자 송금 등을 들 수 있다.

    지금의 북한 주민들은 당과 국가가 생존을 책임져주지 못하는데다 외부 정보 유입 등으로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처럼 가만히 앉아서 죽지는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절도, 강도 등 불법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생존을 위해 싸울 것이고 탈북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해 북한 당국은 치안유지를 위하여 불법행위를 강력히 단속하고 국경을 봉쇄하고 탈북자를 강력히 처벌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일반 주민과 치안질서를 유지하려는 당국 간에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심각한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2006년 북한의 식량 생산량 감소와 외부지원 중단으로 2007년 북한 사회의 인도적 상황이 매우 열악해질 것은 분명하다. 이는 고스란히 북한 사회의 불안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도적 위기상황과 대량 아사 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해 면밀하게 관찰하고 그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배급을 받지 못하는 일반 주민의 경우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해야 하므로 식량가격 추이가 그러한 관찰에 가장 중요한 지표 노릇을 한다.

    예상되는 인도적 위기와 대량 아사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아사사태를 알고 난 후 지원을 결정하면, 실제로 지원식량이 도착하기까지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린다. 굶주린 사람은 며칠만 더 굶어도 죽는다. 이때는 무엇보다도 시간이 생명의 연장 여부를 결정짓는다. 북한 당국이 인도적 위기상황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을 때에는 외부의 인도적 지원만이 대량 아사를 막을 수 있으므로 국제사회의 책임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지원의 이유

    북한의 식량위기는 매우 분명하다. 단지 먹을 것이 없다는 이유로 또다시 수백만명이 굶어죽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1990년대 당시 북한 정부는 아사위기에 대한 정보를 국제사회에 공개하지 않았고 국제사회 또한 현지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 비록 인도적 지원이 뒤늦게 시작되었으나, 지난 10년간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북한 주민의 대량 아사를 막았다는 무시할 수 없는 성과를 남겼다.

    지금은 북한 안에서 일어나는 인도적 위기상황을 북한 정부가 감추려 해도, 또는 다른 어떤 나라가 덮어두려 해도, 최소한 2주 이내에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수많은 한국 NGO가 북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으며, 탈북자가 10만 여 명, 한국 내 정착자가 1만명이 넘어 그 가족들과 수시로 연락하고 있다. 과거보다 훨씬 유리한 여건에 있는 만큼, 북한 주민의 대량 아사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난 12월 초 필자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캐서린 스티븐스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와 존 브라우스 USAID(미 국제개발처) 정책담당관은 “북한의 식량위기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며 “인도적 지원은 인도적 상황에 따라 이루어진다. 6자회담 진행 정도와 유엔 제재와는 무관하다. 다만 미국 법에 합당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북한이 모니터링만 허용한다면 50만t 이상의 대량 지원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 주민도 인류의 일원으로서 생존할 권리가 있다. 식량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북한 정부를 비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의 인도적 위기상황을 예견할 수 있는 한국과 국제사회에는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2007년 북한, 제2의 ‘고난의 행군’ 겪나
    법륜

    1953년 울산 출생

    (사)좋은벗들 이사장, (재)정토회 이사장, (재)평화재단 이사장, (사)한국 JTS 이사장, (사)에코붓다 이사장

    교보환경문화상, 만해상, 막사 이사이상, DMZ 평화상 수상

    저서 및 논문 : ‘실천적 불교사상’ ‘마음의 평화와 자비의 사회화’ ‘불교와 환경윤리’ 등


    북한 정부 역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모니터링을 허용함으로써 외부 지원을 받아 주민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 나아가 북한 정부는 수해피해 상황, 식량 생산량, 식량 부족상황 등 인도적 위기 상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국제사회에 솔직히 알리고 지원을 요청하여 신속히 인도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 국민과 정부, 여야 정치인, 진보·보수 세력은 정치적 견해나 이념을 떠나 북한 주민의 대량 아사 위기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 재개에 합의하고 신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는 우선은 생존권이라는 원칙의 문제요, 대량 탈북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는다는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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