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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태안 원유유출사고

“가만있자니 어민들 울리고, 보상하자니 보험사만 돕는 격”

  • 김일동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ildong@donga.com

겹눈으로 본 태안 원유유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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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태안 원유유출사고

만리포 해수욕장이 기름유출사고 한 달 만에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원유 유출량은 최종적으로 1만2547㎘로 판정났는데, 원 적재량에서 하역량을 뺀 수치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모든 선박 유류사고의 유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2007년 단일 원유유출사고 가운데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쏟아진 기름은 처음에는 남쪽으로 20km쯤 내려가다가 밤늦게 방향을 틀어 만리포 등 태안 지역을 덮쳤다. 태안 지역 사람들에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태안 원유유출사고 후 많이 얘기되는 곳이 일본 후쿠이(福井)현 미쿠니(三國) 마을이다. 태안처럼 어처구니없이 한 방 먹었으나 3개월 만에 3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려가는 기적으로 원상을 회복했다는 곳이다.

1997년 1월7일. 러시아 유조선 나홋카호가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던 중 동해상인 시마네(島根)현 앞바다에서 좌초했다. 이 사고로 중유 6240㎘가 유출됐는데, 강한 북서풍을 타고 기름이 미쿠니 마을로 몰려왔다. 기름유출사고의 경우 해안으로 기름이 몰려오는 것을 보면서도 손을 쓰지 못한다.

오일펜스의 힘

반면 이번 태안에서는 초기에 천수만, 가로림만 등 굴 양식장 밀집지역을 막는 데 성공했다고 해경방제대책본부 채홍기과장은 설명했다. 오일펜스를 3중, 4중으로 설치해 피해를 극소화했다는 것이다.



오일펜스는 A형, B형, C형이 있다. 높이에 따른 분류로, A형은 50cm(수면 위 20cm, 수면 아래 30cm), B형은 70cm(수면 위 30cm, 수면 아래 40cm), C형은 그 이상 크기로 1m, 1m30cm, 1m80cm 등이 있다. 가로림만의 경우 이번에 1세트 20m짜리 B형 70개를 붙여 1.4km에 달하는 만을 완전 봉쇄했다는 것이다.

이런 준비는 어떻게 했을까. 지난해 8월 을지훈련 때 연습한 것이라고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사건 초기 언론에서는 해수부가 지난 여름 훈련 때는 이상무라고 해놓고 막상 사건이 터지자 우왕좌왕했다고 비난했다. 우동식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팀장의 이야기다.

“모의훈련은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것이다. 해양방제 훈련을 한다고 바다에 기름을 부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사건이 났다고 가정하고 방제선이 제 시간에 오는가, 관계기관 간 협조는 잘 되고 있는가 등을 살피는 것이다. 이걸 실제훈련으로 오해한 것 같다. 그런데 이 훈련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매뉴얼대로 관계기관에 연락하고, 가로림만, 천수만, 태안화력발전소 등 민감한 지역부터 막은 것도 이 훈련 덕분이다.”

씨프린스호 사건 때와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1995년 7월23일 씨프린스호는 여수 앞바다를 지나다 3호 태풍 페이의 영향으로 좌초해 원유 4000㎘와 선박연료유 1000㎘를 바다로 쏟아냈다. 기름 유출량으로 보면 태안 사건은 씨프린스호 사건의 두 배가 넘는 셈이다. 씨프린스호 사건 때는 현장 책임자가 닥치는 대로 조치했다. 지형적 고려나 과학적 정보 없이, 환경적으로 뒷날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은 관심 밖이었다. 기름을 뒤집어쓴 조개나 물고기 등은 사고 초기 상황을 알게 하기 때문에 보존조치가 필요한 데도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깨끗하게 치워버리는 잘못을 범하기도 했다. 또한 눈에 보이는 곳을 중점적으로 치우다보니 구석진 곳은 차츰 썩어갔고, 이 때문에 뒷날 추가 방제가 불가피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지형적 특징, 지역용도 등을 따져 방제에 순위를 매겼다. 또 응급방제를 마친 지금은 자연정화에 맡기는 곳이 크게 늘어난 것도 씨프린스호 때와 다른 점이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방제방법부터 방제종료에 이르기까지 이해당사자들이 한데 모여 협의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이전에는 관계당국이 이 모든 것을 주도했고, 이 때문에 뒤끝이 매끄럽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번에는 관계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방제종료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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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동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il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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