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호

4·9 총선 후 야권 新기상도

혼돈 속 도토리 키재기… ‘민주당版 박근혜’가 오래 웃는다

  • 구자홍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08-05-09 1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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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드시 돌아가겠다”, 박지원 복당 놓고 동상이몽
    • 호남이냐, 비호남이냐…당권 둘러싼 정체성 대결
    • 차기 전대 장악=차기 대선주자 부상?
    • 손학규, ‘도토리’들과 체급 안 맞아 전대 불출마?
    • 친노, 소나기 피해 칩거하며 권토중래 기약
    4·9 총선 후  야권 新기상도

    강금실, 정세균, 문희상 (윗줄 왼쪽부터 차례로)<br>추미애, 김효석, 박상천 (아랫줄 왼쪽부터 차례로)

    대선 패배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처지가 바뀐 통합민주당은 공천과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판도에 일대 변화가 있었다. 열린우리당 시절 양대 산맥을 형성해온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는 눈에 띄게 쇠퇴한 반면, 손학규계가 비례대표 등을 통해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하며 최대 계파로 부상했다. 박상천 대표를 위시한 구 민주당계도 존재감을 높였다.

    그럼에도 당 전체를 아우를 만한 절대강자는 출현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당분간 춘추전국시대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앙시앵 레짐의 폐허 위에 꽃을 피우겠다’며 당권 도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이들은 벌써부터 서로 견제하며 세(勢) 규합에 나선 양상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속설이 민주당 전당대회(전대)에서 새로 선출될 대표에게도 적용될지 주목된다.

    ‘뜨거운 감자’, 박지원 복당

    총선 직후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당선자 복당 문제는 가벼운 설전 수준에서 비롯됐다. 전북 전주 완산 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무영 당선자가 4월10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에서 낙천시킨 것을 사과하면 복당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하자, 전북 남원·순창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3선에 성공한 이강래 의원이 “81명이나 82명이나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굳이 복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맞받았던 것.

    그런데 4월11일 유력 당권주자 가운데 한 명인 정세균 의원이 ‘이인제 복당 절대 불가’ 방침을 천명하면서 복당 문제는 당권 투쟁의 전초전으로 비화했다. 정 의원은 전북CBS ‘생방송 사람과 사람’과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 여당일 때는 국정을 책임 있게 뒷받침하기 위해 의석수가 대단히 중요했고, 이 때문에 원칙을 버린 측면도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 민주당의 의석수나 처한 위치로 볼 때 민주당에 절실한 것은 의석을 몇 석 늘리는 것보다 원칙과 가치를 지켜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 의원은 이인제 의원을 지목, “어떤 경우에도 (복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치 철새는 이제 정치권에 절대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정 의원의 복당 불가 발언은 표면적으로 이인제 의원을 향한 것이다. 그렇지만 당 안팎에서는 호남에서 당선된 무소속 당선자들, 그중에서도 박지원 당선자를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박지원 당선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 이 때문에 그의 민주당 복당은 곧 민주당 권력구조 재편에 김 전 대통령의 입김이 끼어들 여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비쳤다. 민주당의 한 고위 인사는 “여당에서 야당으로 처지가 바뀐 만큼 새 출발을 위해서는 뉴페이스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낡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 다시 등장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DJ는 민주당에 더 이상 울타리가 아니라 굴레이자 멍에”라며 “한나라당이 10년 만에 집권할 수 있었던 것도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박근혜, 이명박 등 새 인물이 전면에 나서 건강한 경쟁체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당선자의 복당 문제는 당분간 ‘뜨거운 감자’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 여론이 전당대회 이전 박 당선자의 복당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전대에서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후보들도 박지원 당선자의 복당을 껄끄러워하고 있다.

    “여우가 호랑이 될라”

    4·9 총선 후  야권 新기상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박지원 당선자의 복당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반대 기류가 강하다. 전남 목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박 후보가 환호하고 있다.

    이처럼 거센 반대 기류에도 박지원 당선자는 “기필코 통합민주당으로 돌아가겠다”며 복당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박 당선자의 최측근은 “민주당은 우리가 적금 부어 만든 정당”이라며 “가족도 모두 거기(민주당)에 있는 만큼, 반드시 돌아가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4월15일부터 열흘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는 박 당선자는 귀국 직후 복당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박 당선자가 민주당 복당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그가 내세운 복당 명분은 ‘DJ 정신의 계승 발전’이다. 또한 1997년 정권교체에 일익을 담당한 경험을 살려 강력한 야당 건설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도 피력하고 있다. 그는 DJ 재임 5년 동안 온갖 음해성 루머에 시달렸다. 그러나 DJ의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끝내 DJ 곁을 지켜냈다. 18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낙천을 딛고 무소속으로 당선, 끈질긴 생존력을 과시했다.

    민주당 사정에 정통한 한 원로 정치인은 “박지원씨가 기어이 정치권, 그것도 민주당에 컴백하려는 이유를 단순히 DJ를 대리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은 단견”이라며 “‘정치인 박지원’의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돌아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당선자 측 역시 당권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인사 가운데 박 당선자와 가까운 인사가 적지 않다”며 “복당이 이뤄지면 단기간에 세를 규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자신했다.

    박 당선자 측이 이런저런 인연으로 가깝다고 손꼽는 인사들은 비례대표로 원내 입성을 앞둔 박선숙·안규백·김유정 당선자, 수도권에서 당선된 김희철(서울 관악 을)·백재현(경기 광명 갑) 당선자, 광주 광산갑에서 당선된 김동철 당선자 등 10여 명에 달한다. 복당한 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독자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가 구축돼 있는 셈이다.

    당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 중진들이 박 당선자의 복당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세 규합 가능성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자칫 ‘호랑이’를 대신한 ‘여우’인 줄 알고 받아들였다가 나중에 ‘호랑이’로 성장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무소속 당선자의 입당은 일러야 전대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대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된 뒤 18대 국회 개원 준비 시점에 복당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인사는 “원 구성 시점에는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을 배분하기 때문에 단 몇 석이 아쉬울 수 있다”고 했다.

    無계파 시대의 수장은?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세력판도가 급변하면서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확실하게 거머쥘 만한 인물은 몇사람 되지 않는다. 손학규 정동영 김근태 한명숙 등 계파 수장 노릇을 할 만한 인사들이 모두 낙선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구 공천 과정에 무소불위의 공천 칼날을 휘두른 ‘박재승의 난(亂)’ 을 겪으면서 기존 계파들이 와해된 점도 유력 당권 주자를 점치기 어렵게 만든다.

    다만 현역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민주당의 각 지역 당원과 대의원 분포를 살펴보면 과거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지낸 정세균·문희상 의원이나, 구 민주당을 이끈 박상천 대표, 비례대표 등을 통해 다수의 당선자를 배출한 손학규 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손 대표는 이미 이번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대선까지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끈 정동영계는 공천 과정에서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고, 재야 수장이던 김근태계 역시 공천과 총선을 거치는 동안 생존자를 손에 꼽을 정도로 위축됐다.

    공천을 마무리한 뒤 공심위원들은 “이렇게까지 계파를 무력화시켰는데도 (총선 이후에) 당권을 잡는 사람이라면 정치력이 뛰어난 인물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심위가 공천 목표를 ‘계파 파괴’에 둔 것은 특정인 중심의 계파가 잔존하는 한 민주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날 수 없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4·9 총선 후  야권 新기상도

    4월9일 밤 정동영 후보가 낙선이 확실시되자 “당에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왼쪽). 손학규 대표는 10일 오전 비장한 표정으로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심위원들은 무엇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에 개입할 여지를 막는 데 주력했다. 범죄 전력자 공천 배제라는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도 박지원, 김홍업 등 DJ 직계를 낙천시키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공심위원을 지낸 한 인사는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결국 호남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며 “만약 김홍업과 박지원 두 사람에게 공천장이 돌아갔다면 DJ 시대로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결과가 초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총 81석을 얻었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대구와 경북, 울산을 제외하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강원·충청·제주, 부산·경남 등 호남 외에도 전국 13개 시도에서 고르게 당선자를 냈다. 그러나 지역 편중은 여전해 호남이 전체 의석의 과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 같은 의석 분포 때문에 차기 당권의 향배를 둘러싸고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하나는 견고한 지지기반을 다진 뒤에 지지세 확산에 나서야 한다는 현실론이고, 다른 하나는 호남 고립구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호남 출신 당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명분론이다. 전자는 정세균 의원이나 박상천 대표, 김효석 의원 등 호남 출신 당권 예비주자에게 유리하고, 후자는 문희상 의원과 추미애 당선자, 강금실 최고위원 등 비호남 출신 당권 주자에게 유리한 논리다.

    민주당 당원과 대의원들이 어떤 논리에 힘을 실어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민주당의 한 실무당직자는 “우리 당은 총선을 불과 2개월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과 구 민주당이 당대 당 통합을 통해 급조됐기 때문에 하부단위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며 “이번 전대 준비과정을 통해 당원과 대의원이 확정되면 당내 여론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야당 대표는 차기주자 보증수표

    총선 직후 전대 불출마 선언을 한 손학규 대표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멀리 내다보고 잘한 결정”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당에 뿌리를 견고히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 전문가는 “손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려는 후보군보다 스스로 한 체급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한 것 아니겠느냐”며 “잠시 휴지기를 가진 뒤 본격적으로 차기 행보를 하려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손 대표가 전대 이후에도 마냥 손 놓고 물러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르면 내년 초, 늦어도 내년 하반기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재보선이 있게 되면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위 인사는 “만약 이번 전대에 나선다면 당 구석 구석까지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판단 미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손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 등을 통해 측근 인사를 10명 이상 당선시켰다는 점에서 언제든 컴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뒀다는 평가다.

    가장 답답한 시간을 보내게 된 이는 정동영 전 후보다.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거푸 낙선의 쓴맛을 본 그는 한동안 외국에 체류할 예정이다. 정 전 후보의 한 측근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안 나왔지만, 해외에 머물며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전 후보 역시 재보선 등을 통해 정치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의 패배로 차기에 대한 꿈마저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내 유력 차기주자인 손학규, 정동영 두 사람이 자의반 타의반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관심은 두 사람의 공백을 누가 메울지에 모아진다. 차기 당 대표는 2년 동안 당을 이끌며 재보선은 물론 2010년 지방선거까지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004년 총선 직전 당 대표를 맡은 뒤 탄핵 후폭풍을 뚫고 120석을 만들어낸 뒤 다시 당 대표에 당선돼 재보선 연승행진을 이끌어내며 단숨에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 역시 앞으로 어떻게 당을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차기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폴컴의 윤경주 대표는 “여당 정치인의 경우 입각 등을 통해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여럿 있지만, 야당의 경우는 여당에 비해 제한적”이라며 “야당에서 당권을 잡는 것은 여러 모로 차기주자로 성장하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누구든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등극하면 차기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요건은 갖추게 되는 것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자천타천으로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는 열린우리당 당의장 출신의 4선 정세균·문희상 의원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서울 등 수도권 선거를 진두지휘한 강금실 최고위원, 3선에 성공한 추미애 당선자 등이 있다. 여기에 김효석 원내대표와 박상천 대표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저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야당의 길을 걷게 된 통합민주당의 ‘야성’을 가장 강력하게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권력지형 재편과 맞물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친노(親盧) 세력의 움직임이다. 노무현 정부 중반 ‘노해민(노무현·이해찬·유시민) 정권’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여론의 비난이 집중된 세 사람은 이명박 정부 들어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대로 재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에 비해 세력은 눈에 띄게 약화됐지만, 절치부심하며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신’ 재평가받을 날 온다”

    퇴임 뒤 낙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정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향후 친노세력화가 현실화할 시점에 매개로 등장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관광객들과의 만남을 통해 친노 지지층의 관심을 여전히 붙들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 친노 인사는 “‘노무현 정신’은 언젠가 재평가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18대 총선에 불출마한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해 대선 경선 때 전국적으로 조직했던 지지자 모임 ‘광장’을 대선 이후 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광장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인사 다수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언제든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는 인재풀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으로 대구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유시민 전 장관 역시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TK에서 자력으로 30%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향후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

    다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작 심판받아야 할 사람들이 모두 당을 빠져나가 책임을 모면하고 있다”는 등 대표적 친노 세 사람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결과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컸다”며 “그런데 정작 심판받아야 할 사람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고, 뒤치다꺼리하던 사람만 줄줄이 낙선의 고배를 들었다”고 개탄했다.

    그렇다고 당장 민주당에서 친노세력이 독자세력을 구축할 것 같지는 않다. 몇몇 친노 의원이 재선의 기쁨을 맛보기는 했지만, 당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지역적 기반이나 세력 규모가 미약한 편이다. 당권 도전 의사를 피력한 한 유력 인사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야당으로 거듭나려는 마당에 더 이상 친노 논쟁은 무의미하다”며 “친노든 반노(反盧)든 모두를 껴안아야 강력한 야당을 건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총선 뒤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아 강력한 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민주당은 전대 시기를 당초 7월에서 5, 6월로 한두 달 앞당길 예정이다. 계파가 사라진 민주당의 새 간판은 누가 될까. 이번 전대에서 웃는 사람은 꽤 오랫동안 만면에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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