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인터뷰

“검·경 수사권 조정, 최소한은 피하기 어려워”

‘검찰개혁 쌍두마차’ 송두환 대검 검찰개혁위원장

  • 입력2017-11-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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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 정부의 검찰개혁 행보…노무현 정부 데자뷔?

    •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도입…검찰 정당성 확보

    • ‘내부 의사 결정 투명화’로 상부 부당 지시 없애야

    • 盧 때보다 국민 열망, 검사 자각 높아 검찰개혁 적기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개혁 대상 1호’로 검찰을 지목했다. 그동안의 검찰 행태가 적폐청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검찰 출신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데 이어, 좌고우면하지 않는 수사로 유명한 문무일 고검장을 검찰총장에 앉혔다. 7월 25일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치검찰의 오명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며 ‘속도감 있고 강력한’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또한 법무부와 대검에 각각 검찰개혁위원회를 설치했다. 

    정부의 검찰개혁 행보를 보면 2003년 노무현 정부 첫해를 연상케 한다. 검찰개혁 의지가 강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검찰 출신인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검찰총장엔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송광수 고검장을 임명했다. 검찰개혁자문위원회도 출범시켰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향방이 주목받는 이유다. 

    헌법재판관, 민변 회장

    검찰개혁은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와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투 트랙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가운데 9월 19일 발족한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이하 개혁위)는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 선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 확대’ ‘중대부패범죄 기소법정주의’ ‘검찰 조직문화 개선’ 등 민감한 사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매주 1회 모여 개혁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10월 30일엔 제1,2차 권고안을 검찰총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개혁위를 이끌고 있는 송두환(68·연수원 12기) 위원장은 판사 출신으로 진보 성향의 변호사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냈다. 2003년 대북송금의혹사건 특별검사를 맡았다. 2007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됐으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2011년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국가의 제도 미비 등을 지적하는 진보적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현재 법무법인 한결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검찰과는 1998년 검찰제도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연이 있다. 11월 10일 광화문 교보빌딩 16층에 있는 법무법인 한결 사무실에서 송 위원장을 만나 검찰개혁의 방향과 전망에 대해 들었다. 

    개혁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개혁이란게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 솔직히 나도 이 자리를 맡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앞에서 다른 분들이 다들 고사한 것으로 안다. 나마저 사양하면 출범 자체가 어렵게 될 것 같았다. 그렇게까지 돼서는 안 되겠다 싶어 수락했다.” 



    지금이 검찰개혁 적기

    ▼노무현 정부 때도 검찰개혁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미묘하고 어려운 질문이다. 복합적이라고 본다. 우선 당시는 검찰 스스로의 개혁 의지가 부족했다. 국민도 필요성은 인식했지만 지금처럼 검찰개혁이 안 되면 나라가 큰일 나겠다는 생각까지는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의지는 강했지만 힘으로 개혁을 강제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검찰 스스로 개혁하라는 차원에 머물렀다.” 

    ▼이번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나.
    “그때와는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지난 1년 동안의 과정을 겪으면서 검찰이 제 역할을 했으면 우리나라가 이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국민 여론이 높다. 이번에야말로 검찰개혁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훨씬 강해졌다. 또한 검찰조직이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지 못했다, 제 기능을 못했다는 차원을 넘어 검사 개인 비리나 일탈 문제까지 드러나고 있다. 검찰 스스로도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내 희망 사항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무현 정부 때와는 다르다. 지금이 검찰개혁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에 비해 채찍을 들고 강하게 재촉하는 모양새다.
    “검찰 스스로 자체 개혁을 하도록 하는 건 노 전 대통령과 같지만, 개혁 주문을 더 강하게 의사 표시하는 건 맞다.” 

    ▼그래서 개혁위원장으로서 부담이 더 클 것 같다.
    “17명의 위원과 함께 우리 대한민국 검찰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국민의 인권 보호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만드는 초석을 다지려 한다.” 

    ▼개혁위의 로드맵은.
    “임기가 1년이지만, 개혁 작업의 특성상 빨리 논의해서 바로 시행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그래서 연말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해서 소기의 성과를 얻고, 2018년은 논의된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시기로 삼기로 했다.” 


    따로 또 같이

    9월 19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찰개혁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문무일 검찰총장(앞줄 왼쪽 세 번째)과 송두환 위원장(앞줄 네 번째) 등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9월 19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찰개혁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문무일 검찰총장(앞줄 왼쪽 세 번째)과 송두환 위원장(앞줄 네 번째) 등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법무부와 검찰 두 곳에 개혁위원회를 설치한 이유는.
    “나도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은 바가 없다. 짐작건대 처음엔 국가 차원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개혁추진기구를 구성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검찰, 경찰, 국정원, 법무부, 군, 관료사회 등 모든 분야를 총괄하는 개혁추진기구를 만들면 그 내용이 일방통행적이 되고 타율적인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 충분한 의견 수렴이 안 되고 자칫 반발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을 택하지 않았나 싶다.”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나.
    “법무부의 법무·검찰개혁위는 이를테면 우리보다는 큰 틀, 예를 들면 입법이나 헌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를 다루게 될 것 같다. 우리는 법 개정 없이도 검찰 스스로 결정해 시행할 수 있는 범위의 개혁 과제를 우선으로 다룰 예정이다. 물론 입법이나 헌법 개정과 연결되더라도 검찰총장에 추진을 권고할 수 있어 논의 범위가 한정돼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지난 10월 30일 검찰총장한테 권고안을 전달했던데.
    “1차 권고안과 2차 권고안을 전달했다. 제1차 권고안은 검찰 과거사와 관련해 피해자에 대한 검찰총장의 직접 사과 및 조사위원회 설치다. 인혁당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 등 검찰의 수사 과정이 적절하지 못했던 일, 국민이 아닌 당시 집권층 의중에 맞춰 직무를 수행한 부끄러운 과거 등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이 필요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장으로서 유감을 표명하긴 했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사건 피해자와 유족에 대해 직접 진정성 있는 사과의 뜻을 표명하는 게 정말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2차 권고안은 어떤 내용인가.
    “수사 적정성 확보 방안 마련, 시행이다. 우선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칭)도입을 권고했다. 권력형 비리 등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경우 검찰 자체의 결정만으로는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그런 경우에 대비해 사법, 정치, 사회, 경제 등 각 분야 전문가 집단 풀을 만들어 현안이 생기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이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참고해 검찰이 수사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전문가의 도움도 받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효과도 있어 검찰의 결정에 좀 더 정당성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과거 김대중 대통령 관련 대북송금 의혹이 제기됐을 때 검찰에서 고민하다가 수사를 안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국회에서 특별검사제를 시행했다. 내가 그 특검을 맡았는데,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런 경우 유용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인력 풀은 어느 정도?

    “100명 이상으로만 권고했다. 검찰에서는 가급적 여론을 폭넓게 듣기 위해 250명 정도로 상정하고 있다고 들었다. 심의위원회는 15명 정도로 꾸리면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수사 진행 중인 사건은 물론 종료된 사건까지 모두 점검하도록 권고했다. 수사가 끝났어도 검찰 안팎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에 대해선 점검위원회라는 소위를 통해 사후 심사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피의자 방어권 확대

    ▼피의자의 방어권 확대 방안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법원에서는 이미 변호인이 피고인 옆에 앉아 조언할 수 있고, 경찰도 최근 들어 변호사가 피의자 옆에 앉아 조언하는 걸 허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피의자가 경찰 또는 검사의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 동석해서 조력을 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검찰은 ‘변호인은 심문받고 있는 피의자 후방 또는 심문을 방해하지 않는 적절한 장소에서 조언할 수 있다’는 내부 규정을 바꾸지 않고 있다. 많은 일선 검사가 변호인이 피의자 옆에서 조언하도록 허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참에 이 부분을 명확하게 정리하도록 의견을 냈다. 

    또한 피의자도 심문받을 때 필요한 내용을 메모할 권리를 주도록 권고했다. 이외에도 검사가 구금 중인 피의자를 갑자기 부를 경우 변호인은 이를 알 수 없어 동석하기 힘들다. 적어도 선임계를 제출한 변호사에겐 자동적으로 연락하게 해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해주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변호사가 바로 알게 하도록 권고했다.” 

    ▼논의 중인 개혁 방안은 어떤 게 있나.
    “내부 의사 결정 투명화를 논의하고 있다. 상급자나 상급기관의 부당한 지시에 굽히지 않고 검사가 소신껏 사건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중요하다. 우선, 부당한 지시 자체를 어렵게 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사후에 검증이 가능하도록 하려 한다. 또한 현 규정에 검사는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받았을 때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만 되어 있지 이를 뒷받침할 세부 규정이 없다. 인사 등 불이익을 받아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뒷받침하는 절차 규정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업무, 법무부의 영역까지 포함되는 부분이라 검찰총장의 선을 넘어서는 사안이지만 우리의 생각을 정리할 필요는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송두환 대검 검찰개혁위원장은 국민의 열망이 높고 검찰 내부에 자성분위기가 고조된 지금이 검찰개혁의 적기라고 말했다.[박해윤 기자]

    송두환 대검 검찰개혁위원장은 국민의 열망이 높고 검찰 내부에 자성분위기가 고조된 지금이 검찰개혁의 적기라고 말했다.[박해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0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본격 추진 의사를 밝혔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재개와 원전 축소 정책을 권고한 ‘공론화위원회’처럼 국민이 직접 수사권 조정의 큰 틀을 짜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에서도 줄곧 논의됐지만 그때마다 검찰의 강한 반발로 중단되곤 했다.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위원장의 생각은 어떤가.
    “검찰이 국민을 많이 실망시킨 면이 있어 최소한의 조정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민생경제 부분만 수사권을 주는 방안 등 여러 절충안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도 과거보다는 많이 달라졌고 법조인의 자격을 갖춘 인력도 어느 정도 확보돼 있어 옛날처럼 불신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냉철하게 보면 아직 안심하고 모든 수사권을 맡길 단계는 아니지 않나 싶다. 지금은 중간 단계에서의 현명한 절충점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새로운 권력기관을 하나 더 만드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아주 지당한 염려라고 생각한다. 검찰에서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검찰이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공수처 설치가 바람직하다는 차원이 아니라 지금 검찰 조직으로는 공정무사(公正無私)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안을 만들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법부·검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것에 비해 법무부가 만든 안이 규모 등에서 많이 축소돼 조금 염려스럽다.” 

    일각에선 국정원 수사와 관련해 자살하는 사람이 잇따르는 것을 두고 ‘무리한 수사를 하는 모습이 벌써 새 정부의 정치시녀가 된 것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런 이야기는 아주 적절치 않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

    ▼검찰개혁 관련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 구성원 개개인의 자질과 품성이 더 중요하다. 사람들이 바르면 개혁할 필요도 없다. 최순실 사태에서 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며 느낀 게, 검찰과 경찰뿐 아니라 청와대 보좌진, 각 부처 공무원 등 연관된 공직자가 무수히 많았다. 이들 중 몇 명이라도 ‘이상하다, 나에게 부여된 역할이 정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고 이의를 제기했다면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헌법 제7조 1항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는 자기의 인사권을 가진 사람에게만 충성하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검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의 수호자고 사회정의 실현의 최일선에 선 전사라는 인식을 가져야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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