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서구 체형 + 동양 손 감각 안병훈 세대, ‘세계 3강’ 가능

한국 남자골프의 한계와 가능성

  • 이강래 | 헤럴드스포츠 대표 altimus@naver.com

    입력2015-06-25 1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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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 안병훈이 PGA투어와 쌍벽을 이루는 유러피언투어의 메이저 대회 BMW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침체일로의 한국 남자프로골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한국 여자선수들은 세계 무대를 휩쓸고 다니는데 왜 남자선수들은 기를 못 펼까. 이런 현실에서 안재훈의 우승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걸까. 한국 남자골프의 한계와 가능성을 진단한다.
    서구 체형 + 동양 손 감각 안병훈 세대, ‘세계 3강’ 가능

    유러피언투어에서 우승한 안병훈.

    한국 남자프로골프 최다승(43승) 보유자인 최상호는 1980년대 중반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 도전장을 던졌다. 국내 투어를 중단한 채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훈련 캠프를 차리고 현지 적응훈련에 돌입했다. 교민들의 도움으로 훈련 틈틈이 인근 지역에서 열리는 미니 투어에도 출전하며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준비했다. ‘한국인 최초 PGA투어 진출’이라는 풍운의 꿈을 꾸던 최상호는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보따리를 쌌다.

    갑작스러운 귀국 결심은 180cm가 훌쩍 넘는 덩치 큰 미국 선수와의 동반 라운드 때문이었다. 최상호의 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깊은 러프 지역에 떨어졌다. 170cm의 단신인 최상호는 풀이 너무 자라 샌드웨지로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 선수는 같은 러프 지역에서 5번 아이언으로 샷을 했다. 볼은 거침없이 빠져나와 그린 위로 올라갔다. 최상호는 “그 광경을 본 순간 ‘아! 나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파워의 차이가 극복할 수 없는 벽으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스윙 크기부터 달라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1996년과 1998년 아시안투어 상금왕에 오른 강욱순은 2004년 PGA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투어로 옮겼다. PGA투어 진출을 위한 ‘일보 후퇴’였다. 그런데 미국의 소도시를 돌며 열리는 네이션와이드투어는 일정을 소화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입이 짧은 강욱순에게 얼마 안 가 체력의 한계가 찾아왔다. 대회가 열리는 도시엔 대개 한식당이 없었다. 마땅히 먹을 만한 음식이 없었다고 한다. 모텔급 숙소는 방음이 안돼 숙면을 취하기 어려웠다. 이동 거리도 엄청났다. 결국 삼성그룹의 든든한 후원에도 강욱순은 아메리칸 드림을 접고 소리 없이 국내 무대로 유턴했다.

    이후 강욱순은 1999년부터 3년 연속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4년 연속 평균타수 1위에 올랐다. 강욱순은 미국 생활에 대해 “음식이 입에 안 맞아 건강이 나빠지는 것 같았다. 골프에 대한 흥미마저 떨어졌다. 후원사인 삼성전자에서 잡아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때 골프를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호와 강욱순의 실패는 왜 한국남자선수들에게 PGA투어의 벽이 높은지 잘 보여준다. 평균적으로 한국 남성은 서양 남성에 비해 신체적으로 열세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서양인에 비해 어깨가 좁고 팔 다리가 짧다. 골프의 스윙 크기와 직접 관련되는 부분이다. 밸런스를 잡는 데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골프 스윙에서 파워의 원천인 등 근육도 서양인에 비해 작고 약하다.

    필자는 어니 엘스나 프레드 커플스 같은 세계적 선수들과 악수를 하며 두 가지에 놀랐다. 엄청나게 큰 손, 그리고 악력이었다. 골프 스윙에서 그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면 그들이 얼마나 유리한 신체 조건을 갖췄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유명 교습가들은 골프 스윙의 핵심을 ‘그립과 템포’로 정의한다. 한국 남성은 서양 남성에 비해 ‘타고난 밑천’이 달린다고 봐야 한다.

    반론도 있다. 국가대표를 거쳐 일본 프로골프투어에서 선수로 뛴 김주형은 “체격으로 공을 치는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김주형은 한국 남자프로 중 최장타를 친 선수다. 하지만 그는 187cm의 키에 골프장갑 사이즈가 27, 두 팔을 벌린 길이가 자신의 키보다 12~14cm가 긴 서구적 신체를 가졌다.

    골프에선 공을 멀리 보내는 체격 못지않게 공을 홀 주변에 붙이는 쇼트게임의 잔 기술이 중요하다. 신체 조건이 뛰어난 흑인이 골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후자 때문이다. 흑인들은 무산소운동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 골프는 유산소운동인 것처럼 보여도 스윙하는 순간은 무산소운동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흑인 골퍼는 드라이버는 잘 쳐놓고도 이후 쇼트게임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흑인 골퍼 중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있지만 그는 군계일학의 슈퍼스타일 뿐 골프 역사를 지배해온 이들은 대부분 백인이다. 단적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게리 플레이어, 어니 엘스, 레티프 구슨, 루이 우스투이젠, 찰 슈워첼 같은 메이저 챔피언을 끊임없이 배출했는데 이들은 모두 백인이다. 뛰어난 흑인 캐디는 많지만, 뛰어난 흑인 선수는 아직 드문 현실이다.

    ‘레벨이 다른 타법’

    일본 투어를 접고 미국으로 건너가 오랜 시간 PGA투어 진출을 준비한 김주형은 자신이 목격한 광경을 필자에게 들려줬다. 2000년대 중반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김주형은 애덤 스캇(호주)의 최종 라운드를 18홀 내내 따라 다니며 관찰했는데, 아이언샷 때 디봇(공 앞의 잔디가 파이는 것)이 하나도 나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김 프로는 “7차례 웨지샷을 포함해 18홀 동안 한 번도 디봇을 내지 않더라. 우리와는 다른 타법을 구사한 것이다. ‘레벨’이 다르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클럽이 공에 부딪힐 때의 각도가 다르기 때문인 듯하다. 공을 그만큼 정교하게 친다는 뜻이다. 요즘은 한국 선수들도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레슨을 받아 좋은 스윙을 하는 선수가 많지만 이 정도는 못 된다. 애덤 스캇은 지난해 5월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들이 PGA투어나 유러피언투어에서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쇼트게임 실력이 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상급 서양 선수들은 볼 터치감이 좋고 공을 다루는 감각이 뛰어나다. 김주형은 “아이언샷 타구감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동양 선수들은 ‘퍽’ 하는 소리가 나는 데 비해 미국 선수들은 탁구공을 치듯 경쾌한 소리가 난다. 볼 컨택트가 깨끗하게 이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런 타법의 차이는 골프 환경에 기인한다. 미국 아이들은 학교 다녀와 책가방 던지고 울타리를 넘어가면 골프장이다. 골프를 배우는 순서도 우리와 다르다. 그린 주변에서 퍼팅을 포함한 쇼트게임을 익히고 팅 그라운드 쪽으로 이동해 드라이버샷을 포함한 롱게임을 배운다. 반면 우리는 드라이브샷부터 시작해 쇼트게임 쪽으로 이동한다. 세계 무대에서 우승을 좌우하는 것은 롱게임이 아니라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다. 오죽하면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머니’라는 골프계 격언이 있겠는가!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 200개 가까운 나라에 3만3236개의 골프장이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골프장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으로 1만6000개에 달한다. 전 세계 골프장의 절반이 미국에 있다는 얘기다. 미국 골프가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골프의 발상지로 알려진 영국은 2756개로 2위다. 3위 일본은 2440개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많다. 이어 캐나다(2100개), 호주(1520개), 독일(748개), 프랑스(559개) 순이다. 골프 성적은 공교롭게도 골프장 숫자와 비례한다.

    ‘골프다이제스트’ 조사 당시 한국은 뉴질랜드(420개), 스페인(359개)에 이어 세계 13위였다. 하지만 조만간 500개를 돌파해 7, 8위권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그래도 미국처럼 아이들이 편하게 골프장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특별소비세 등이 붙어 골프를 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골프장의 상당수는 연습 그린에 ‘어프로치 금지’ ‘칩샷 금지’라는 푯말을 붙여놓았다. 연습 그린에 홀을 뚫어놓지 않은 골프장도 많다. 골퍼보다는 관리의 용이성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벙커샷을 연습할 공간을 갖춘 골프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 선수를 능가할 선수를 양성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인은 연습장의 플라스틱 매트 위에서 골프를 배운다. 타석마다 자동 티업기가 설치돼 있어 반복 연습으로 스윙 자세를 만들기엔 좋다. 그러나 경기는 천연 잔디 위에서 한다. 이런 ‘닭장 연습장’에선 미세한 감각 차이를 익히기 어렵다. 재미교포 선수인 찰리 위는 “TV 중계를 보면서 놀랄 때가 많다. 특히 타이거 우즈의 경기를 보면 나는 도저히 파 세이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파를 잡는다. 저절로 존경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구 체형 + 동양 손 감각 안병훈 세대, ‘세계 3강’ 가능

    지난해 11월 박근헤 대통령이 ‘프레지던트컵’ 최경주 인터내셔널팀 부단장으로부터 기념1호 티켓을 선물받았다.

    천연 잔디 감각 못 익혀

    골프에선 정신력도 중요하다. 승부처에서 우열을 가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 선수들이 ‘멘털’에서 강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부모 그늘 아래서 운동한 선수들이 많다보니 부모의 보호막이 미치지 못하는 경기장에 서면 멘털이 약해지곤 한다. 미국 선수들은 대개 멘털도 강하다. 어려서부터 자립심을 키우는 문화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결혼한 미국 선수들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훈련도 열심히 하고 경기에도 집중한다. 예전엔 총각 선수들이 여자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PGA투어에서 아시아 선수 최다승(8승)을 기록 중인 최경주는 “미국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한다. 1000만 달러의 우승 보너스가 걸린 페덱스컵 때문인지 총각 선수들도 한눈을 팔지 않는다. 한 경기에만 빠져도 세계 랭킹이 10계단, 20계단씩 내려간다”며 혀를 내둘렀다.

    우리 남자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못내는 데는 국내 투어의 침체 탓도 있다. KPGA투어는 2005년 SBS 코리안투어 출범으로 부흥기를 맞는다. SBS가 5년간 150억 원을 투자하면서 대회를 신설해 안정적인 투어 운영이 가능했다. 연간 16~20개 대회가 치러지면서 이 시기에 좋은 선수가 여럿 배출됐다. 김경태와 배상문이 대표적이다. 배상문은 미국 PGA투어로 진출해 프라이스닷컴오픈 우승 등 2승을 올렸다.

    하지만 파벌 싸움으로 협회가 내분에 휩싸인 데다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2012년부터 대회가 연간 13~14개 로 축소됐다. 국내 대회 중엔 아시안투어나 원아시아투어와 함께 열리는 것도 많다. 이 때문에 신인 선수들이나 하위 시드 선수들은 출전 기회가 연간 5~6회밖에 안 된다. 이러니 “남자프로골퍼는 청년백수”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대회가 많아야 훈련양도 늘고 경기기량도 향상되는 법이다.

    이런 사정 탓에 남자 주니어 골퍼의 숫자도 급감하고 있다. 2015년 중·고교에 재학 중인 남자선수는 400명이나 감소했다. 비전이 없다고 보고 골프를 그만두는 남자 주니어 골퍼가 늘고 있는 것. 반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늘고 있는 여자의 경우 주니어 선수 숫자는 거의 줄지 않고 있다.

    위험부담 작은 일본 선택

    한국 남자 프로들의 해외 진출 러시도 국내 투어 침체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일본골프투어(JGTO) Q스쿨 최종 예선엔 양용은을 비롯해 황인춘, 김대현, 문경준, 김태훈, 박일환, 강지만, 이기상 같은 국내 투어 주력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지난 1월 태국 후아힌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퀄리파잉 스쿨 파이널에도 김도훈, 이창우, 이수민, 장동규, 박효원, 김기환, 이승만, 김봉섭 등 한국 선수 18명이 출전했다.

    올 시즌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는 30명에 달한다. 일본 투어 메이저 대회인 JPGA선수권과 국내 메이저 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이 같은 시기에 열렸는데, 한국 선수들이 주로 일본 대회를 택하는 바람에 매경오픈이 흥행에 참패했을 정도다. 매년 1만 명 이상의 갤러리가 몰리던 대회장인 남서울CC엔 마지막날에도 4000여 명만 입장했다.

    도전의식의 결여도 큰 문제다. 남자 선수들은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미국 PGA투어 도전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그 결과 많은 선수가 위험부담이 작은 일본 무대를 선택한다. 최경주나 양용은은 국내 투어와 일본 투어에서 번 상금을 종잣돈 삼아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요즘 젊은 선수들에겐 이런 패기가 부족하다. 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제도가 폐지되고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를 거쳐야 하는 등 진출 과정이 까다로워진 점도 있다. 그러나 남자 선수 대부분은 기업의 후원이 따라야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식이다.

    병역 문제도 걸림돌

    이와 관련해 일본 투어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0년대 초반 일본 남자 투어는 연간 40개 이상의 대회를 개최했다. PGA투어에 뒤지지 않는 상금과 대회 숫자였다. 하지만 최근엔 대회 수가 24개로 급감했다. 일본 남자 프로 대다수는 자국 투어에 안주했다. 일본에서만 뛰어도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투어에서 뛴 임진한 프로는 “젊은 선수들은 돈을 벌면 벤츠부터 샀다. 대회를 개최하는 기업과 팬들은 도전의식 없는 남자 프로들의 행태에 염증을 느꼈다”고 전했다.

    병역 문제도 한국 남자골프 세계화의 걸림돌이다. 한창 물이 오를 나이에 모든 걸 내려놓고 훈련소로 향해야 한다. 박찬호, 박지성, 추신수, 박태환 등 다른 종목 스타들이 병역 혜택을 주는 아시아경기대회와 올림픽에 총력을 기울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배상문은 결국 입대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며 적당한 시기를 저울질하다 곤경에 빠졌다고 봐야 한다. 2004년 US주니어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시환은 지난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병역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현재 미국과 유럽 무대에서 뛰는 병역 미필 선수는 배상문, 안병훈, 노승열, 정연진, 김시우다. 일본까지 확대하면 그 숫자는 크게 늘어난다. 우리 국민 정서는 병역 문제에 특히 민감하다. 배상문이 여론의 도마에 올라 난도질당하는 것을 지켜봤기에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남자 골퍼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 남자선수의 세계 무대 정복은 요원한 것일까. 이미 최경주(8승)와 양용은(2승), 배상문(2승), 노승열(1승) 등 PGA투어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있다. 앤서니 김(3승)과 케빈 나(1승), 존 허(1승), 제임스 한(1승) 등 재미교포 우승자들을 포함하면 19승을 합작했다. 2002년 최경주의 컴팩 클래식 우승으로 시작된 한국 남자선수들의 우승행진은 이제 통산 20승을 목전에 뒀다. 요즘 우리 남자선수들은 서양인에 비해 신체적으로 그리 뒤지지 않는다. 따라서 타법의 차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안병훈의 BMW PGA챔피언십 우승은 세계 무대 정복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안병훈은 탁구 스타인 안재형-자오즈민 커플의 외아들로 2005년 부친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플로리다 주 브래든턴에 있는 데이비드 리드베터 골프 아카데미에서 기량을 쌓았다. 그는 186cm, 96㎏의 서구적 체형을 지녔고 양친으로부터 섬세한 ‘동양적 손 감각’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타고난 자질만으로 BMW PGA챔피언십 우승을 일궈낸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3년간 유러피언투어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스윙과 멘털을 단련했다.

    우리 남자선수들에겐 골프 강국 호주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호주는 그렉 노먼을 비롯해 스튜어트 애플비, 로버트 앨런비, 애런 배들리, 애덤 스캇, 제이슨 데이 같은 세계적 선수들은 배출했지만 자국 투어는 부실하다. 연간 9개 대회만 치르며 상금액수도 적다. 메이저 대회인 호주PGA챔피언십만 우승상금이 125만 호주달러(약 10억 원)일 뿐 10만 호주 달러(약 1억원)나 12만 호주달러(약 1억 320만원)짜리 대회도 있다. 사정이 이러니 유망주는 일찌감치 미국이나 유럽으로 진출한다. 우리도 이런 과정을 밟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국내 투어가 부실한 탓에, 잘 치는 선수들은 미국, 유럽, 일본 투어에 도전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 따면 …

    문제는 정부와 협회 차원의 지원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오로지 부모의 희생, 선수 본인의 노력으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골프는 2016년 브라질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다. 한국 남녀선수들이 나란히 금메달을 딴다면 한국 골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이다. 정부와 협회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골프협회, 한국프로골프협회도 해외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을 위한 지원책을 논의해야 한다.

    한국 여자골프계에선 ‘세리 키즈’라는 큰 흐름이 형성돼 있다. 반면 남자골프계에선 ‘최경주 키즈’라는 말이 없다.

    서구 체형 + 동양 손 감각 안병훈 세대, ‘세계 3강’ 가능
    이강래

    1964년 서울 출생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스포츠서울 골프팀장 골프다이제스트 베스트코스 패널

    現 헤럴드스포츠 대표, 2015 프레지던츠컵 컨설턴트

    골프칼럼 ‘그늘집에서’ 15년 연재


    LPGA투어와 PGA투어의 상금은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더 큰 부와 명예는 PGA투어에 있다. 안병훈은 요즘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서구적 체형과 동양적 손 감각을 지닌 안병훈 같은 선수가 차세대 한국 남자프로골프의 모델이다. 이런 선수가 다수 배출되면 한국 남자골프는 영미권에 이은 세계 3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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