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포커스

‘혁신도시 시즌2’ 에너지밸리…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 발돋움

  • 입력2017-12-1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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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까지 500개 기업 유치

    • 일자리 3만 개 창출

    • 글로벌 스마트 에너지 허브

    9월 12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에서 열린 에너지밸리 기업 투자 협약식.

    9월 12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에서 열린 에너지밸리 기업 투자 협약식.

    전라도는 전주의 전(全)과 나주의 라(羅)를 합해 지어진 이름이다. 2018년이 정명(定名) 1000년이다. 나주는 마한 시대부터 영산강 유역의 중심지였으나 근대화 및 산업화 과정에서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뎠다.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빛가람 혁신도시)가 전남 나주시에 들어서고 한국전력공사가 2014년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한적하던 시골 부락은 고층 건물 군락으로 변모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2006년 나주시 빛가람동 일대가 혁신도시로 지정된 후 한전, 한전KDN, 한전KPS,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15개 공공기관이 둥지를 텄다.

    가장 성공한 혁신도시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 전경[조영철 기자]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 전경[조영철 기자]

    한전은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를 ‘대한민국 에너지 신(新)산업 거점’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로 키워내려고 한다. 에너지밸리와 시너지를 일으킬 한전공대도 설립한다. 7월 1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에너지밸리가 포함됐다.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가장 성공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한전의 역할이 컸다. 지방으로의 공공기관 이전이 ‘혁신도시 시즌1’이라면 에너지밸리는 이전된 공공기관이 지역에 기여하는 ‘혁신도시 시즌2’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에너지밸리에 실리콘밸리(미국), 시스타사이언스파크(스웨덴)와 비슷한 형태의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빛가람혁신도시와 광주·전남 일원에서 3만 개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에너지밸리의 목표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에너지밸리를 통해 에너지 산업을 광주·전남의 특화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면서 “한전공대(KEPCO Teck 가칭)는 에너지에 특화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권식 한전 상생협력본부장은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2’ 방향에 부응해 빛가람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신산업 테스트베드(Test Bed)를 구축하고 기업 유치를 통해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기대도 크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에너지밸리가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고 지역을 뛰어넘어 국가 성장을 촉진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지역과 기업은 물론 국가를 살리고,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살리는 에너지밸리가 되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산학융합지구 유치, 에너지밸리 연구개발센터 설립, 소프트웨어융합클러스터 구축 등 산·학·연 클러스터의 집적화를 통해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찬균 전남도 일자리정책실장은 “238개 기업이 유치되면서 에너지밸리 조성이 속도를 내게 됐다”면서 “입주 기업의 성공을 유도해 에너지밸리가 조기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9월 12일 한전 본사(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서 윤장현 광주시장, 이재영 전남도지사 권한대행, 강인규 나주시장, 조환익 한전 사장, 임수경 한전KDN 사장이 참여한 가운데 크로스지커뮤니케이션 등 38개 에너지 기업과 에너지밸리 투자 유치 협약을 체결했다.

    누적 투자금액 1조 원

    이날 협약 체결을 통해 올해 에너지밸리 투자 유치 목표 250개 기업의 95%를 달성했으며 누적 투자금액 9561억 원과 6809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뒀다. 2020년까지 500개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 3만 개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박권식 상생협력본부장은 “에너지밸리 조성 사업 목적 중 하나인 지역 균형 발전 취지에 맞게 이번에 투자 협약을 체결한 38개 기업 중 22개 기업이 수도권에 소재한 에너지 관련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밸리에 투자를 약속한 협약 1호 기업인 보성파워텍은 지난해 4월 19일 나주공장을 착공해 올해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보성파워텍은 경기 안산시에 본사를 둔 전력기자재 분야 선도 기업이다. 보성파워텍이 나주혁신산단에 공장을 세운 것은 에너지 신산업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보성파워텍은 나주공장에서 배터리, 전력변환장치(PCS),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생산한다. 보성파워텍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에너지 분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면서 “에너지밸리 활성화와 지역경제 발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전이 설립키로 한 한전공대(KEPCO Tech)의 목표는 ‘세계 최고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이다. 조환익 사장은 “한전이 보유한 전력연구원 기초전력연구센터 등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인재개발원, 수도전기공고 등 인재 양성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R&D 및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을 설립할 것”이라면서 “한전이 기술적으로 도약하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도 한전공대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빛가람혁신센터의 스타트업

    한전은 또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용어로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한다) 300개를 2020년까지 찾아낼 계획이다. 스타트업 발굴·육성을 통해 혁신기술 개발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 창업 및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에너지밸리의 풀뿌리 역할을 한다. 

    한전은 스타트업에 대해 기업별로 2년 동안 2억 원 한도에서 자금을 지원한다. 빛가람혁신센터, 광주 창업지원센터에서 창업 기업에 스타트업 오피스와 시제품 생산 및 테스트가 이뤄지는 오픈 테스트 랩(Open Test Lap) 등의 공간을 제공하고 예비 창업자를 위한 창업비즈스쿨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한전과 스타트업 간 협업도 이뤄진다. 전기차충전소 위치 안내 앱을 개발하는 이비온(대표 유병훈)은 한전 신사업기획처 EV&인프라 부서와 함께 앱을 공동 개발 중이다. 태양광패널 세척솔루션을 개발하는 리셋컴퍼니(대표 정성대)는 한전 신태백 변전소 내 태양광 설비에 개발한 제품을 설치해 테스트 베드(Test Bed·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하는 것)를 수행 중이다.

    interview | 윤장현 광주시장
    “4차 산업혁명時代 핵심은 에너지”



    윤장현 광주시장은 “에너지밸리가 지역을 뛰어넘어 국가 성장을 촉진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어느 도시보다 기업하기 좋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빛가람 혁신도시가 성공모델로 주목받습니다. 비결은?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유일한 초광역 혁신도시로서 지역 간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혁신도시 선정 당시 광주·전남 상생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 한국전력공사를 혁신도시에 유치하고 혁신도시 입지마저 전남(나주시)에 양보한 광주의 상생 정신이 공동 혁신도시 발전의 모티프가 됐습니다. 공동 혁신도시에 이전한 기관들이 힘을 모아 지역 발전 과제를 풀어낸 것이 현재의 혁신도시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너지밸리가 지역 및 국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어떻게 예상합니까.
    “2014년 12월 한전 등 공공기관 이전을 계기로 에너지밸리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R&D) 지원이 연간 100억 원에 달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에너지라고 하겠습니다. 에너지밸리는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고 지역을 뛰어넘어 국가 성장을 촉진할 것입니다.” 

    광주시는 에너지밸리 성공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합니까.

    “광주시는 남구 도시첨단산업단지에 44만 평 규모의 에너지밸리 전용산단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R&D 인프라 구축, 에너지 특화 사업 및 지역 협력 R&D 발굴, 전력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 많은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다각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한전공대 유치는 지역과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까요.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과제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한전공대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한전의 글로벌 경쟁력과 광주 지역이 보유한 교육, 산업, 연구개발 역량이 결합하면 에너지 분야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新)산업 창출, 선도기술 개발과 함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전공대는 에너지에 특화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이 될 것입니다.”

    interview |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한전공대 목표는 세계 최고 에너지 특화 대학”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에너지밸리를 통해 지역 경제를 재도약시키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룩하겠다”면서 “실리콘밸리 유수 대학과 경쟁할 ‘세계 최고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이 한전공대의 목표”라고 말했다.

    에너지밸리에 기업을 유치하는 데 한전의 역할이 컸습니다.

    “한전은 에너지밸리 조성 사업을 통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목적을 달성하고 세계 에너지 신(新)산업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지역 발전 측면에서 한전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목표인 공공기관을 활용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에너지밸리 조성 사업을 추진합니다. 에너지밸리를 통해 에너지 산업을 광주·전남의 특화산업으로 발전시켜 관련 기업 유치와 고용 창출을 통해 지역 경제를 재도약시키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룩하고자 합니다. 한전의 미래 성장과 관련해서도 에너지밸리는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에너지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중요성이 증대되는 글로벌 에너지 신(新)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에너지밸리 조성에 나선 것입니다. 한전은 에너지밸리 투자 기업과 연구소, 지역 대학 등과 협업해 에너지 관련 신기술 개발, 이를 활용한 사업모델 발굴 및 세계시장 진출을 통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한전은 금융 지원, 판로 확보, 채용 연계 인력 양성 등 기업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지원 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300개 발굴

    에너지 신산업 ‘스타트업’ 300개 발굴에도 나섰습니다.

    “한전은 기존에도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습니다. 에너지밸리를 중심으로 한 전력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에너지 신산업 분야 창업 지원 기반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전남 지역에 추가로 빛가람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설립하고 창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에너지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합니다. 에너지 신산업 분야 세계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합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R&D 투자뿐 아니라 스타트업 육성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KEPCO 에너지 스타트업 65개사를 선발·육성 중이며 연말까지 100개사로 늘릴 예정입니다.” 

    한전공대는 어떤 학교를 지향합니까.
    “전라남도가 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으로 발굴해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채택된 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광주·전남 상생 지역 공약으로 확정됐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세계적 수준의 에너지 분야 전문 인재 양성 기관이 필요합니다. 중부권의 KAIST, 동부권의 포항공대와 함께 서부권에 세계적 수준의 공과대학이 생기면 지역 균형발전은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2017년 6월 ‘한전공대 추진 TF’를 구성했습니다. 실리콘밸리 유수 대학과 경쟁할 ‘세계 최고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이 한전공대의 목표입니다. 해외 석학 초빙, 글로벌 인재 유치, 실용기술 중심의 연구형 대학 설립을 통해 에너지밸리를 세계적 산·학·연 클러스터로 키워내려고 합니다. 한전공대는 한전의 기술적 도약과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BIXPO(빛가람 전력기술 엑스포)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11월 1~3일 ‘BIXPO 2017’을 치렀습니다. 올해가 3회째인데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행사 첫날 2만8000명이 관람하는 등 지난해 관람객 5만여 명보다 많은 7만여 명이 행사장을 찾아 전력 분야의 현재와 미래 모습을 관람하고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국내외 기업 간 190건의 비즈니스 상담으로 14억7000만 달러 상당의 수출 상담이 이뤄졌습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과 12건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독일 지멘스와 계통운영기술 공동연구를 해나가기로 하는 등 큰 성과도 거뒀고요. BIXPO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에서 에너지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BIXPO는 국내 전력기업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 구실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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