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별책부록 | 글로벌 스탠더드 NEXT 경기

“집은 불편하게 지어라”

J턴 현장 / 영릉백가

  • 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입력2016-07-08 11: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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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집을 짓는 건설가였다. 도심에서 살던 집은 아파트였다. 차곡차곡 돈을 모아 살기 편한 집을 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는 경기 여주 한적한 곳에 전원주택을 지었다. 무엇이 박돈윤(60) 씨를 서울에서 여주로 J턴하게 만들었을까.

    2011년, 집을 짓기 전만 해도 그는 자신만만했다. 토지와 주택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1년간 구상한 건축기본설계는 3번이나 수정됐고, 에너지 제로를 콘셉트로 삼은 전원주택은 주상복합으로 바뀌었다.

    복병은 또 있었다. 당초 건물 1층은 카페와 펜션으로 꾸밀 계획이었다. 하지만 외진 곳인 데다 차량이 빠른 속도 통과하는 길목이어서 적합하지 않았다. 인근에 영릉(英陵)이 있어 문화재청 건축심의를 받느라 계획에 없던 시간과 돈까지 지출했다. 중간에 자금이 부족해 6개월이면 끝날 공사가 1년6개월이나 걸렸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집 ‘영릉백가(英陵百家)’는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1~2층 바닥을 걸레로 닦고 마당의 잡초를 뽑다보면 땀이 흥건하게 났다. 몸을 부지런하게 움직인 덕분에 혈압이 낮아졌다. 집 하나로 삶의 질이 한 뼘 올라간 것이다.

    그는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인간적인 삶을 살려면 집이 약간 불편해야 한다는 거다. 때론 불편한 것이 삶을 싱싱하게 만든다. 영릉백가가 그렇다.  






    J턴 현장 / 잔서완석루
    “평수 대신 삶을 넓혀라”
    김건희 객원기자|kkh4792@hanmail.net




    그의 집은 독특하다. 흡사 마야 유적지를 보는 듯하다. 새로 지었는데 오래된 것 같고, 낡은 듯 정겨운 느낌이 난다. 알쏭달쏭한 이 집, 이름하여 잔서완석루다. 집 주인 송승훈(42) 씨는 “이 집은 밖에서 보면 잘 모르지만 가까이 보면 아름다움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독특한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그가 원래 살던 서울 집은 허름한 상가건물의 옥탑방이었다. 밤이면 별이 보이는 게 장관이었다. 그런 곳을 놔두고 돌연 경기 남양주로 귀촌한 이유는 뭘까. ‘집을 지어보라’는 어머니의 권유와 직장 때문이다. 교사인 송씨는 당시 서울 중랑구에서 경기 남양주의 고등학교로 출근했다. 송씨가 경기로 J턴하게 된 배경이다.

    집을 짓기 전 송씨는 평소 마음에 뒀던 이일훈 건축가에게 e메일을 보냈다. 두 사람의 대화는 2년간 이어졌다. 건축가와의 대화엔 집에 대한 그의 철학이 담겼다. 송씨에게 집은 거주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송씨는 “장마철이면 억세게 자란 풀을 조금 뽑다가도 도저히 이길 재간이 없을 땐 그냥 놔둔다”며 “적당히 풀을 베고, 적당히 풀을 방치할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집은 만족스러울까. 그의 답은 “Yes”다. 몇 평의 집을 짓겠다고 목표를 세운 게 아니라 자신 삶의 여건에 맞는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집은 어떻게 살 것인지 결정하는 요체다. 잔서완석루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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