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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미의 달콤쌉쌀한 스위스

탄탄한 노인복지 꽃보다 부부!

은퇴는 ‘새 황금기’의 시작

  • 신성미 | 在스위스 교민 ssm0321@hanmail.net

탄탄한 노인복지 꽃보다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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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도 양로시설 입주  

탄탄한 노인복지  꽃보다 부부!

양로원에서 체조를 함께 하는 노인들. [사나퓌어스덴란드]

스위스 노인들은 자택에서 살다가 건강이 나빠지거나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할 때가 되면 요양원, 양로원 같은 시설로 보금자리를 옮긴다. 양로시설에는 대개 개인별 방이 있고 식사, 청소, 세탁 등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와 스포츠 시설, 의료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소박한 공립부터 초호화 사립까지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한 달 비용도 3000스위스프랑(약 346만 원)부터 1만1000프랑(약 1270만 원)까지 다양하다.

스위스 노인이라고 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건 아니다. 개인의 연금만으로 양로시설 비용을 충당할 수 없을 경우 칸톤(주정부)에서 보조금을 받는다. 스위스 공영방송 SRF의 보도에 따르면 전체 양로시설 거주 노인의 절반이 보조금을 받는데, 매달 수령하는 평균 보조금이 3000프랑(약 346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정부 보조금을 받기에 앞서 자식이나 가족, 친척이 우선적으로 요양시설 비용을 낼 ‘의무’는 없다. 1인 가정의 경우 연 소득 12만 프랑(약 1억3850만 원) 이상, 부부의 경우에는 18만 프랑(약 2억776만 원) 이상이 돼야 부양 의무가 생긴다. 노후의 생계를 자녀의 도움이 아닌 노인 당사자의 연금과 정부 보조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허리가 다 굽은 노인이 생계를 위해 길에서 폐지를 줍거나 거리의 좌판에서 싸구려 물건을 파는 안타까운 광경을 스위스에선 본 적이 없다.

양로시설에 가지 않고 자택에서 거주할 경우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노인은 스피텍스(Spitex)라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용한다. 집으로 간병인이나 도우미가 와서 간병뿐 아니라 산책, 식사 배달, 쇼핑 등을 도와주며, 그 비용의 상당수는 의료보험과 지역정부에서 지원해 준다.

카를과 리니는 오랜 세월 살아온 지금의 아파트를 조만간 정리하고 일종의 실버타운인 노인 전용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다. 두 분이 아직은 건강한 편이지만 80대 중반인 만큼 긴급한 상황이 생길 때 언제든 의료진과 도우미를 부를 수 있는 곳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리니는 40년 넘게 간직해온 귀한 다기(茶器) 세트를 내게 물려줬다. “우리가 세상을 떠나면 이 찻잔들은 전부 버려지거나 벼룩시장으로 갈 텐데, 그러기엔 아주 소중한 찻잔들이란다. 성미, 네가 원한다면 이걸 너한테 물려주고 싶구나.” 언젠가 자신들이 떠날 때를 염두에 두고 조금씩 정리를 하는 것 같아 슬픔이 밀려왔다.





자식보다 배우자 먼저

스위스는 겨울이 길고 독일과 영국처럼 비가 자주 내려 모두들 해에 굶주려 있다. 조금이라도 날씨가 맑고 해가 나면 야외로 나가고 카페나 식당에서도 야외 테이블을 선호한다. 아예 여생을 태양이 내리쬐는 따뜻한 나라에서 보내는 사람도 많다.

그런 스위스인들이 특히 선호하는 따뜻한 여행지 혹은 노후 거주지는 태국이다. 내 친구인 제이드의 시부모님은 은퇴 후 태국의 한 섬에 집을 구입해 그곳에 살면서 1년에 한두 번만 스위스 고향을 방문한다. 흥미로운 건 그 섬과 주변에 상당수의 스위스인이 모여 사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이다. 스위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8만 달러를 넘는 세계 최상위권의 부자 나라인 데다 스위스프랑은 여전히 강세다. 그러니 물가가 싼 태국에서 따뜻한 햇살을 즐기는 것은 물론 저렴한 가격에 안락한 생활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태국에는 스위스인이 대부분인 실버타운까지 있다. 스위스 신문에서 태국 후아힌의 한 실버타운을 방문한 기사를 읽었는데, 거주자 160명 중 80%가 독일어권 스위스인이었다. 이들은 골프와 수영, 일광욕을 즐기고 인건비가 싼 간병인까지 고용해서 자기들 표현대로 ‘천국처럼’ 살고 있는데, 부부가 두 사람 몫으로 매달 내는 비용은 4200프랑(약 485만 원)에 불과하다. 스위스인의 기준으로는 저렴한 수준이다, 스위스의 웬만한 양로시설은 1인당 비용이 3000프랑을 넘는다. 게다가 이웃과 직원 대부분이 독일어를 쓰니 언어 장벽도 없다.

탄탄한 복지제도와 경제적 여유가 행복한 노후의 밑바탕인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내가 보기엔 스위스에서 가족의 중심추가 자녀가 아닌 부부 혹은 파트너십에 있다는 점도 행복한 노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장년층, 노년층 부부 중 상당수는 사이가 좋지 않아도 그냥 같이 산다. 무엇보다 자식 때문에 또는 체면 때문에 갈라서지 못한다. 늙어서도 배우자와 함께하는 즐거움보다는 자식, 손자 보는 재미를 더 큰 가치로 여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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