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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교수의 비유로 설득하라

그럴듯한 세계와 있는 그대로의 세계

플라톤의 알레고리

  • 배철현 |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baech@snu.ac.kr

그럴듯한 세계와 있는 그대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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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프랑스에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처럼, 신고전주의 예술이 등장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을 다시 발견해 프랑스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지적인 운동이 신고전주의다. 다비드는 신고전주의 감성을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통해 가장 완벽하게 표현했다.

그림을 자세히 보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생명을 끝내는 독배(毒杯)를 받지만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는 왼손 검지를 위로 치켜올린다. 그렇다고 하늘에 대고 영생을 달라고 기원하지도 않는다. 하늘도 보지 않는다. 자신을 둘러싼 지인들도 보지 않는다. 이 그림을 쳐다보는 나를 응시하지도 않는다. 화면 오른쪽 아래 허공을 향한 그의 눈길은 자신이 정한 길을 초연하게 가겠다는 단호한 선언으로 읽힌다. 인간의 모든 것을 앗아가버리는 최후의 심판자이며 우승자인 죽음도 그의 의연함 앞에 초라해 보인다.

소크라테스의 왼쪽 허벅지를 그의 친구인 크리토가 부여잡으려 한다. 그는 “감옥의 간수를 매수했으니 지금이라도 도망치자”고 말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다비드는 설득되지 않는 소크라테스의 결심을 움켜쥐지 않는 크리토의 오른손과 소크라테스를 응시하는 크리토의 눈으로 표현했다. 플라톤은 침대 왼편에 허리를 대고 의자에 앉아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왼쪽 뒤로는 그의 가족들이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이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유사하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예루살렘으로 들어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하기 전에 제자들에 둘러싸여 식사하는 모습을 그린 ‘최후의 만찬’과 그림의 구성이나 주제가 깊이 연관된다. 소크라테스나 예수는 자신이 깨달은 삶의 소중한 원칙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위인들이다.





 ‘국가’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죽은 후 교육에 헌신한다. 기원전 385년 서양에서 첫 번째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아카데미(Academy)가 건립됐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고대 아테네 사상가들을 훈련시켰다. 플라톤의 ‘국가’는 그의 사상을 집대성한 저서로 국가와 공동체, 그 안에서 생존하며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인간의 인생 교과서다. 고대 그리스어로 기록된 ‘국가’의 파피루스가 이집트의 옥시륀쿠스(Oxyrhynchus)라는 지역에서 발굴됐다. 이 문헌은 기원후 3세기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는 플라톤이 저술한 약 30편의 대화 글 중 하나다. 그의 글쓰기는 철학적 논증 형식이 아니라 대화 형식이다. 대화는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이성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전달하는, 언어의 형식을 빌린 사적인 의견이다. 그 의견을 받는 사람은 그 사람의 말에 동의하거나, 혹은 첨가할 말이나 반박할 말, 혹은 더 나은 제안을 건넬 수 있다.

대화는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에 근거나 설득력이 부족하면 그 즉시 수정하는 연습이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로부터 ‘엔렌쿠스(enlenchus)’라는 대화 방법을 배워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겼다. 대화 형식으로 상상 가능한 모든 철학적인 주제들, 예를 들어 지식의 본질, 진리의 근거, 사랑의 내용, 우정의 중요성을 다뤘다.

‘국가’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 자신이 가진 소질을 최대한 신장해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국가’는 10권으로 구성돼 있다. ‘국가’ 2권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형제들인 글라우콘과 아데이만투스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소크라테스와 글라우콘이, 나중에는 플라톤과 아데이만투스가 대화한다. 이 대화 내용은 지난 2500년 동안 서구 사회의 리더가 되려는 사람들의 묵상 거리였다.



정의의 본질

플라톤의 형제 글라우콘은 소크라테스의 질문에 대답한다. 대화 내용은 정의(正義)의 본질과 기원에 대한 문제다. 글라우콘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정의롭게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정의로운 행동을 하려는 이유는 명성을 얻기 위해서다. 그리고 사람들은 정의롭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하는 일엔 세 종류의 가치가 있다. 첫째는 그 일 자체가 목적이 되는 가치가 내재한 것들이다. 소크라테스는 기쁨,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쾌락과 같은 것들을 예로 든다. 이러한 것들은 다른 어떤 것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바로 목적이다.

둘째는 수단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다른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돈이 가장 적절한 예다. 돈은 가치가 있지만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돈은 유용하고 선한 일에 사용하기 위해 존재한다. 또 다른 예는 군대다. 군대는 자신이 속한 국가를 다른 나라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주는 기능을 한다. 군대가 목적이 된다면, 전쟁을 일삼는 악을 행하게 된다.

셋째는 수단이자 동시에 목적으로서 가치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건강, 배움, 지식은 수단이자 목적이 된다. 글라우콘은 소크라테스에게 ‘정의’는 이 세 가지 가치 중에 어디에 속하는지 묻는다.

글라우콘은 상상력을 동원해 알레고리로 소크라테스에게 묻는다. 어떤 사람이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면 그는 도덕적으로 행동한다고 사람들에게 칭송받을 것이다. 반대로 그가 비도덕적으로 행동하면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비도덕적인 행위를 아무도 인식할 수 없고 그의 명성도 유지된다면 그는 어떻게 행동할까. 그의 비도덕적인 행위가 들키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에게 부와 권력, 명예를 가져다준다면 그는 어떻게 행동할까. 글라우콘은 알레고리(우화)로 이것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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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baec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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