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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수 텃밭’에서 진보 꽃피우는 박종훈 경남교육감

“미래지향적 교육에 보수, 진보 논쟁 무의미”

  •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보수 텃밭’에서 진보 꽃피우는 박종훈 경남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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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2017년 6월 창원시 신월초 안전덮개 교통캠페인에 참여한 박종훈 교육감. 탈부착이 가능한 안전덮개는 방수 기능도 있다. [경남도교육청 홍보실 제공]

2017년 6월 창원시 신월초 안전덮개 교통캠페인에 참여한 박종훈 교육감. 탈부착이 가능한 안전덮개는 방수 기능도 있다. [경남도교육청 홍보실 제공]

은발이 잘 어울리는 그는 내일모레가 환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동안(童顔)이다. 얼굴에 구김이 없고 말투가 부드럽고 조곤조곤하다. 주변에서 말하는 그의 강점은 스스럼없는 만남과 대화다. 학부모나 주민이 부르는 자리는 마다않고 달려간다. 주말에도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보수 성향이 강한 경남에서 진보적 교육정책을 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대한민국 미래가 달린 교육 문제에 보수, 진보를 따질 이유가 없다. 낡은 교육과 새로운 교육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념이 아닌, 본질과 비본질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교사가 출근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행정처리를 어떻게 하고 어떤 보고서를 작성할지를 걱정한다면 그것은 교육의 본질이 아니다. 교사가 비본질적 요소에 투입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교육부 공모사업도 여러 학교가 나눠 지원하도록 해 부담을 덜도록 했다. 내가 가진 진보적 생각이 교육의 본질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걸 확인할 수 있어 행복했다.” 

교육 현장에서 더러 이념 문제로 충돌이 벌어지는데. 

“최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경남교육청에서 만든 조례는 인권친화적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선생이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아이들이 선생을 존경하는 바람직한 문화가 조성되면 교권과 학생 인권이 동반 상승한다. 그런 문화 속에서 아이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그것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다. (인권조례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념적으로 접근해 그것이 제정되면 학교에서 동성애가 허용되거나 김일성 찬양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부모와 주민 여러분께 안심해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2015년 경남도의 무상급식 파동은 전국적 화제가 됐다. 현 자유한국당 대표인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가 지원을 끊으면서 급식 중단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일선 학교의 거센 반발과 시민단체 및 학부모들의 항의 시위에 이어 도지사 주민소환운동까지 벌어졌지만 홍 지사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박 교육감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봤다.


‘홍준표 시대’의 그림자

“도에서 교육청에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감사를 받으라고 했다. 우리가 거부하자 지원금을 중단했다. 그래서 2015년 1년간 급식이 중단됐다. 이후 재개했지만, 분담금 비율을 조정하면서 교육청 부담이 커졌다. 원래 비율은 교육청과 도, 시군이 3대 3대 4였다. 그런데 도의 압력으로 5대 1대 4로 바뀌었다. 도에서 줄인 만큼의 차액이 고스란히 교육청 몫이 된 것이다. 2017년 새로 부임한 행정부지사는 원상복구를 시도했으나 도의회의 견제를 받았다. 최근 도와 교육청은 4대 2대 4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도의회가 또 제동을 건다. 홍 지사 재임 중 결정한 5대 1대 4로 하자며.” 

도의회는 아직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나 보다.(웃음) 

“도의원 55명 중 자유한국당 소속이 50명이다.” 

홍 전 지사와 갈등을 겪은 사례를 들려달라고 하자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여러 가지로 힘들긴 했지만, 카운터파트너였던 사람을 비난하는 건 내 얼굴에 침 뱉는 일 같아 조심스럽다. 한 예로, 3·1절 행사 때 홍 지사는 교육감인 나를 초청하지 않았다. 다른 기관장들은 다 부르면서. 그 바람에 교육청은 따로 기념식을 치러야 했다. 이전까지 도에서 주관하는 행사에는 교육감이 참석해 도지사와 나란히 앉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홍 지사 때부터 교육감을 아예 초청하지 않거나 불러도 구석 자리에 앉게 했다. 정책을 놓고 서로 비판하고 부딪칠 수는 있지만, 기관장 회의에 안 부르는 건 좀….” 

우리나라 중고등 교육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용하지 않고 정부 주도로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해왔다는 점이다. 누리과정 예산, 국정교과서 등이 대표 사례다. 초중고 교과 내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것도 문제다. 보통 수준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교육비가 더욱 늘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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