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 급변사태를 어떻게 통일로 이어갈 것인가. 신동아는 김대중 정부 초기인 1999년 2월 몇몇 부처가 북한 급변사태와 통일 대비책을 정리한 비밀문건을 입수했다. 햇볕정책을 추진한 정부에서 흡수통일 등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문건을 만들어놓았다는 것은 흥미롭다.
문건은 북한 급변사태를 대개 위기관리-통일추진-실질통합의 3단계로 나누고, 단계별 상황을 설명한 후 그 대책을 밝히고 있다. 문건들은 개조식 문장으로 돼 있고 시안(試案)적 성격도 있어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별로 연결하고 약간의 해설을 덧붙여 기사를 작성했음을 밝혀둔다. 통상 정부기관 관계자들은 이런 문건의 존재에 대해 부인한다. 북한을 자극할 수 있고 존재 여부 자체가 기밀사항이기 때문이다. 시기별로 대비책의 내용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상당부분 공통성을 갖고 계속 자료로 축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13년 전 작성된 이 문건의 내용은 김정일 사망,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 출범 등 한반도 상황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등 정부 기관이 비상상황에 대비해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 만하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고 했다. 통일은 종합적인 사태이기에 부처별 대비로는 크게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실 중심의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P(President)-Plan’을 갖고 있어야 하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새로 집권하는 정부는 이런 시나리오가 만일의 사태에 즉각 적용될 수 있도록 치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 국가정보원
평정대책반 가동… 북한 통치 ‘古堂계획’ 집행
●통일 저항세력을 회유하고 관리하는 문제를 다룬 국가정보원의 문건은 두 개다. 그런데 예민한 주제를 다룬 것을 숨기기 위해서인 듯 밋밋하게 ‘연구과제(정책과제)’‘연구과제(해외사례)’란 제목을 붙여놓았다. 두 문건의 내용은 지엽적인 분야에서만 차이가 있어 함께 설명한다. 1958년 북한은 전체 주민의 출신성분을 조사한 이래, 1967년 4월부터 1970년 6월 사이 당성과 출신성분에 따라 주민을 ‘3계층 51개 부류’로 나눠 차별대우를 했다. 3계층이란 ‘핵심계층’ ‘동요(動搖)계층’ ‘적대계층’이다.
핵심계층은 김씨 일가를 중심으로 한 당·정·군의 간부들로 북한 인구의 1%인 20여만 명 정도다. 이들은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에 거주하며 외국 방송과 외국 출판물을 즐길 권리를 갖는다. 이들의 자녀는 만경대 혁명유자녀학원이나 강반석 혁명유자녀학원 같은 특수학교에 다닌다. 핵심계층은 노동자, 고농(머슴), 빈농, 사무원, 노동당원, 혁명 유가족, 애국열사 유가족, 피살자 가족, 전사자 가족 출신 등 12개 부류로 세분된다.
동요계층은 핵심과 적대계층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기본군중을 가리킨다. 이들은 지방의 중소도시나 농촌에 거주하는데, 특별허가가 없으면 평양 여행을 하지 못한다. 제한된 수입과 배급식량으로 생활을 꾸려나가야 한다. 동요계층은 중소상인, 수공업인, 소(小)공장주, 중하층 접객업자, 무소속, 월남자 가족, 민족자본가, 중국 귀환민, 일본 귀환민, 8·15 이전에 양성된 인텔리, 안일·부화·방탕한 자, 접대부 및 미신 숭배자, 유학자(儒學者) 및 지방유지 등 18개 부류로 나눠진다.
복잡군중을 가리키는 적대계층은 계급적 적대자와 민족적 적대자로 양분된다. 이들은 불순분자나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사회로부터 소외돼 인권유린의 대상이 된다. 대학에 들어가거나 노동당에 입당할 수 없으며, 군관(장교)도 되지 못한다. 탄광지대 등에서 강제노동을 하며 결혼과 출산에도 제약을 받는다. 적대계층에는 8·15 이후에 전락한 노동자, 부농, 지주, 친일·친미주의자, 반동관료배, 천도교 청우당원, 입북자, 기독교신자, 불교신자, 출당자, 철직자, 적 기관 복무자, 체포·투옥자 가족, 간첩 관계자, 처단자 가족, 자본가 출신 등 21개 부류가 있다.
이 가운데 통일저항세력은 핵심계층이 들어가는 노동당과 최고인민회의, 국방위와 군, 내각, 사법·검찰기관, 교육기관 출신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위기 시 이들은 해외로 도피해 망명정부를 세울 수 있으므로 원천봉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요국 정보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도피 여건을 제거하고 망명정부를 세울 기반을 와해시켜야 한다. 김정일이 도피성 해외망명을 시도한다면, 수구세력의 구심점을 와해시키고 통일의 걸림돌을 제거한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불간섭 태도를 견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 단계에서의 원칙은 김정일의 해외 망명정부 수립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망명 막기 위해 이간질 필요
위기관리 단계에서는 김정일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마카오 등에 분산 예치한 18억~54억 달러(추정)의 비자금을 동결하고 환수할 수 있도록 해당국 은행을 상대로 신속히 협상한다. 김정일 세력이 북한 내 재산을 들고 나가는 것도 봉쇄한다. 김정일과 해외의 친북세력을 이간시키는 모략활동도 전개한다. 조총련 등 해외 친북세력의 핵심을 회유 포섭해 친한(親韓) 세력이 되도록 유도한다. 해외에 있는 반북·반김 세력을 규합·연대시켜 ‘해외연합전선’을 구축한다. 김정일과 추종세력이 해외로 도주했다면 통일 후 해당국으로부터‘살인 및 인권유린 혐의’ 등을 저지른 범죄인으로 인도받아 국내에서 처벌한다.
국정원 등 몇몇 부처가 작성한 북한 급변사태 대비 문건의 표지와 목차. 작성자 이름 등은 보안을 위해 지웠음을 밝힌다.
통일추진 단계는 북한에서 개혁 정권이 출범한 때이니, 정보와 자금·장비를 제공해 개혁 정권이 통일저항세력을 격리해 체포 수감하도록 유도한다. 국정원은 유관 부서와 합동대책반을 만들어 북한 정권이 무너질 경우 ‘고당(古堂)계획’을 펼칠 준비를 한다. 조만식 선생의 호를 딴 고당계획은 북한 정권 붕괴 시 한국 주도로 비상통치를 하는 데 필요한 행정 조치와 경제 재건 방안을 펼치는 것이다.
국정원 내에는 원장 직속으로 정보·수사·보안·대북 요원들로 구성된 ‘북한지역 평정 합동대책반’을 운영한다. 그리고 평정요원을 파견해 북한에 심어놓은 우리 공작망(부식첩망)과 탈북자, 한국에 협조하는 북한 주민 등을 활용해 당·정·군의 핵심 통일저항세력을 분류 선정해 제거하거나 격리 체포 수감하도록 한다. 소극적 저항세력은 동향을 감시하며 회유 순화시킨다.
특히 인민무력부와 호위사령부(경호처에 해당), 평양방어사령부 등 군부 핵심 저항세력을 적극 장악한다. 북한 수구세력 사이에서는 내부 알력이 일어나도록 조장하고, 일부 저항세력과는 막후 접촉해 신변안전보장과 지원을 해주는 조건으로 저항세력을 회유하고 제거하게 한다. 반(反)공산 개혁 성향의 주민들로 지하조직체를 만들어 저항세력을 색출해 척결하도록 한다. 동요계층에 대해서는 흡수통일과 관련한 불안감과 열등감을 해소시키고 민주시민이라는 ‘대남 동경심’을 품도록 의식을 주입시킨다.
개혁 정권에 대해서는 북한의 정보기관인 국가보위부장에 친한(親韓)인사를 임명하도록 유도해, 보위부가 비밀문건을 임의로 파기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야 북한 주요 인물들에 대한 동향자료가 보존되기 때문이다. 보위부 직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개혁에 동참하면 과거를 묻지 않고 신분보장을 해준다고 약속한다. 군과 사회안전부 등에 대해서도 개혁 정권이 유사한 조치를 취하게 한다.
공산잔재 청산대책위 가동해야
실질통합 단계에서는 정부가 ‘노동당 불법화’를 선언하고 정부대책반으로 하여금 노동당을 접수케 한다. 그리고 ‘노동당 처리 특별법’ 등을 만들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노동당을 해산하고 노동당의 재산은 국유화한다. 노동당의 우당(友黨)인 사회민주당 등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고, 대체 정당 결성을 금지한다. 노동신문 등의 기관지는 폐간한다. 국가보위부와 노동당의 대남공작 문건은 국정원에서 별도 관리하고 국가보위부와 사회안전부 북한군, 북한 검찰도 해산 조치한다.
‘공산 잔재 청산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잔재 청산대책위’를 만들어 잔존 공산세력을 척결한다. 독재체제 수호에 적극 가담한 자는 최우선으로 배격하지만, 단순 가담한 문예인(文藝人)은 수용해 선무요원으로 활용한다. 조총련과 범민련 등 해외친북단체와 인물에 대해서는 그 나라 당국과 협의해 자금원을 차단한다. 청산대책위는 청산대상자를 1~6등급으로 구분한 후 3급까지는 법률에 따라 처리한다. 당·정·군의 책임자와 반인륜 범죄행위자는 선거직 공무원에 나갈 수 없게 법률로 제한한다. 베트남은 적화통일했지만 성공적으로 민족통합을 해오고 있으니 사례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 과학기술부
북한의 核·안보 전문가 대대적 암살 막아라
●지금은 교육과학기술부로 합쳐진 과학기술부가 작성한 ‘남북통일에 따른 북한 과학기술 인력 재교육 활용방안’ 문건은 북한의 과학기술 인력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재교육시켜 활용함으로써 통일한국의 발전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의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을 적극 활용하면 남북 과학기술 통합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북한이 뛰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과학기술 분야는 원자력과 우주항공, 기계공학 등 국방기술 쪽이다. 이 분야 종사자들은 대개 국가원자력위원회의 원자력연구소와 인민무력부 산하의 국방과학원, 그리고 그냥 과학원 소속으로 있다. 김일성대학과 김책공대에도 우수한 교수 인력이 있다고 본다.
北 과학자 해외 유출도 차단
김대중 정부는 북한 급변사태 대책문건을 만든 이듬해 1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었다.
우리는 이들에게 신변안전 방안을 제의하는 데 주력한다. 북한 위기가 고조되면 이들은 동요할 수 있는데, 이때 대북방송과 삐라, 북한을 출입하는 중국 교포 등을 통해 한국이 유리한 조건으로 이들을 영입하려 한다는 내용을 유포시키는 것이다. 과거의 경력은 따지지 않고 영입하는데, 중요 정보를 제공하면 상응하는 대가를 추가 지급한다는 것을 함께 알린다. 본인과 가족의 신변안전과 윤택한 생활, 연구자로서의 자긍심 보장은 물론이고, 새로운 연구기관 알선 방안도 제시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면 통일 시 이들에게 북한에서 받는 보수의 400%를 주겠다고 제시한다. 그러나 5년 후부터는 매년 60%씩 하향 조정해 비슷한 연구 직책에 종사하는 사람과 같은 보수를 받게 한다. 이 시기 일부 연구인력이 중국 일본 미국 싱가포르 러시아 등과 접촉해 망명할 수도 있으므로 이를 막는 공작을 펼쳐야 한다. 북한의 연구인력 가운데 상당수는 조총련계 출신이므로, 일본의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연구인력은 주재국과 접촉해 망명하려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대사관이 먼저 접촉해 신변안전과 윤택한 생활 보장을 제시해 망명을 저지하고, 한국으로 오게 해야 한다.
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가 출범한 1989~1992년 사이, 러시아의 연구 활동 종사자의 10%(7만5000여 명)가량이 해외로 이주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에서는 무려 17%의 연구자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1994년 11월 각 부처에 과학기술자의 (해외) 이동 규제에 관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권의 위기가 고조되면 북한은 원자력과 생화학, 미사일 같은 국가보안 관련 분야 연구인력을 대대적으로 암살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북한 정권과 비공식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세계인권기구 등을 통해 북한에 (암살이나 학살을 하지 말라고) 사전 경고할 필요가 있다. 그 시기 북한은 핵심 연구인력이 해놓은 주요 연구 성과를 파기할 수 있으니, 연구 기록물을 보유하고 있으면 더 많은 혜택을 준다고 밝혀놓아야 한다.
골수 공산기관장 모두 해임
두 번째 통일 추진(여건 조성) 단계에서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통일한국에 필요한 과학기술인력의 활용과 수급 계획을 작성한다. 북한 연구인력에 대한 정밀 평가를 실시해 그들을 재활용하는 계획을 수립한다. 북한 과학기술인력 평가를 위한 위원회는 독일과 동구권 출신을 포함한 남북한과 해외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한시(限時) 독립기구로 만든다. 그리고 생명공학, 화학, 지구과학, 수학, 정보통신, 물리, 기계공학, 의학 등 분야별로 소위원회를 둔다.
이 위원회는 독일 등의 평가기준을 참고해 북한의 과학기술인력을 과학기술 행정 담당자, 대학 종사자, 공공 연구기관 종사자, 산업체 연구기관 종사자 그리고 일반 노동자로 전환할 자의 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이때 김일성대와 김책공대 등의 연구인력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부여한다. 북한의 과학기술인력은 과학원에 집중돼 있으므로 과학원 연구인력은 정밀 평가를 한다. 평가결과에 따라 북한 연구기관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고, 연구인력을 유지할지 해직할지를 결정한다.
‘학위 및 직위결정 소위원회’를 만들어 북한 연구자들의 논문을 분석한 후 북한의 박사와 연구원 준박사 등을 그에 준하는 우리 학위로 인정해줄지 결정한다. 연구소의 원사, 후보원사, 명예원사는 우리의 연구소장, 부소장 등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은 핵심 공산당원이므로 그 지위는 인정하지 않는다.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에 해당하는 북한의 교수와 부교수, 상급교원, 조교원은 사상적인 문제가 없어야만 직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북한 연구자들이 갖고 있는 발명권은 특허청 심사를 거쳐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인정해준다. 북한에서 발행된 각종 자격증은 우리의 자격증과 비교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정해준다. 북한 주요 도시의 1고등중학은 우리의 과학고 체제로 편입시켜 계속 과학영재를 양성하게 한다.
세 번째 실질통합 단계에서는 북한의 과학기술인력을 재교육시켜 통일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준다. 필요한 북한 연구기관은 유지하지만, 연구소 기관장들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해임한다. 과학원과 순수 기초연구단체를 제외한 북한의 연구기관은 대부분 해체된다. 그리고 통일한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첨단 연구기관을 설립한다. 한국에 있는 연구소의 분소를 설치해 북한 연구인력을 흡수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
연구소를 떠나게 된 상당수의 북한 과학기술인력은 산업계가 수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들에게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경영관리 등을 교육시킨다. 민간 기관이 이들을 고용하면 (정부는) 임금의 30% 정도를 3년 정도 보조한다. 연구지원이나 서비스 등 비(非)연구 분야에 종사한 이들은 한국중소기업진흥공단 같은 교육훈련기관에서 교육을 받게 한 후 여러 분야에 취업하게 한다.
◆ 경찰청
북한지역 경찰본부 신설, 무기 550만 정 압수
●‘통일 추진기 북한지역 비(非)군용무기 회수대책’이라는 제목을 단 경찰청 문건은 북한의 경찰조직인 사회안전부 등 군을 제외한 기관과 개인이 보유한 무기 회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내용이 흥미롭다. 문건은 사회안전부는 23만 정, 우리의 예비군과 비슷한 노동적위대와 붉은청년근위대는 각각 414만 정과 118만 정의 개인화기를 갖고 있으며 수 미상(未詳)의 공용화기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청은 이 무기 회수를 제일의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북한지역 경찰본부’를 만들어 북한으로 보내 사회안전부를 접수한다. 그리고 파견단원을 지역별·기관별 책임자로 지정해 무장해제를 담당하게 한다. 경찰본부에는 ‘무기회수 총괄반’을 운영하고, 직할시와 도, 시·군의 사회안전부에는 ‘무기회수 전담팀’을 보내는 것이다. 담당자들은 그때까지 무기를 관리해온 북한 요원들을 전원 대면(對面) 조사해, 북한의 무기관리 실태를 파악한다. 이들이 관리해온 무기고는 봉인조치하고 경비인력을 배치한다.
경찰청은 제때에 회수하지 못하면 무기는 통일저항세력과 불만집단 등 반(反)사회세력으로 흘러가 보복범죄를 하거나 통일저항 활동을 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무기를 보유하거나 관리하던 자가 무기를 유출하면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의 ‘북한지역 치안질서 확립을 위한 특별법’제정을 요구한다. 그리고 국방부와 법무부, 국가정보원 등의 협조를 받아 무장차량을 보내 신속히 무기를 회수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 간부나 비밀요원 출신 등은 무기를 숨겨놓을 수 있으니, ‘무기 소지자 자진 신고 기간’을 설정해 기간 중에 신고하지 않으면 강력히 처벌한다. 무기를 은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자들에 대해서는 전담 관찰요원을 지정해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일제수색을 실시한다. 통일된 상황을 이용해 사적(私的)인 보복을 하려는 자와 조직폭력배들도 특별 관리한다. 은닉 무기 회수에 적극 협조한 사회안전원은 한국 경찰로 임용하는 혜택을 줌으로써 사회안전원 사이에서 협조 경쟁이 일어나게 유도한다.
북한산 무기는 국외로 유출될 수도 있으니, 국경지대와 공항 항만에는 밀거래 단속센터를 운영한다. 불법무기 거래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함정수사 기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 법무부
한국인 소유 북한땅은 유상몰수 무상분배
●법무부의 ‘정책과제 연구계획’ 문건은 ‘통일 후 북한지역의 경제 사유화(私有化)에 대한 법적 대비’라는 중요한 문제를 주제로 잡았다. 현재 한국에는 북한의 땅문서를 갖고 월남한 사람의 후손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 땅은 북한이 무상 몰수해 무상 분배했기에 다른 사람들이 차지해 살고 있다. 일부는 북한 국유지가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통일 후 이러한 땅 소유권을 정부가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문건은 폭발성 있는 주제를 다룬 탓인지 원칙만 나열하고 있다. 북한의 국공유 재산을 처리하는 기본 원칙은 ‘일정 기간 국공유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과 ‘바우처(voucher)로 불리는 사유화(私有化)증권을 무상 분배한다’는 방안 등을 거론했다. 북한과 같은 공산국가에서 ‘협동농장이나 기업 공장 등에 속해 일해온 사람들은 그 기관에 대해 일정한 지분을 갖는다’는 것이 바우처다. 협동농장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고향을 지키며 협동농장에 속해 일해온 사람은 그 농장을 분배할 때 일정한 몫을 받지만, 타향에 나가 일한 사람은 받지 못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북한의 국공유재산은 그 재산을 지키면서 관리해온 사람에게만 무상분배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원소유자의 권리도 보호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북한이 그 땅과 기업을 국공유화하기 전에 소유하고 있었던 사람에게도 일정한 보상을 해준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광복 후 한국은 ‘유상몰수-무상분배’의 토지개혁을 했으므로 그에 준해서 북한 재산을 분배하겠다는 취지다. 이때 법무부는 심사기관을 만들어 원소유자가 북에서 갖고 온 권리를 평가한다. 문건은 바우처 할 수 없는 순수한 북한의 국공유재산에 대해서는 매각해 통일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 보건복지부
결핵 방치 땐 2년 만에 한국인 1000만 명 감염
●별도로 입수한 ‘통일 대비 보건 분야 자료’는 보건복지부가 만든 것으로 보인다(제작 시기는 미상). 이 문건은 통일이 되면 적대계층으로 분류됐던 북한 주민의 27%가 취업 전선에 나서면서 큰 인구 이동이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북한 인구의 8%인 180여만 명이 한국으로 오고, 장기적으로는 600여만 명이 몰려올 것으로 보았다.
한국에서는 결핵환자가 거의 없지만 북한에서는 인구의 5% 정도가 결핵환자로 추정된다. 통일 후 3년 내 200만 명의 북한인이 일자리를 찾아 남한으로 오는데 적절한 치료와 예방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남한에 온 북한의 결핵 환자는 1년에 약 10명을 전염시킨다. 다음 1년에 이 10명이 또 10명을 전염시키기 때문에 2년이 지나면 결핵환자는 100여 명으로 늘어난다. 200여만 북한인 가운데 5%가 결핵환자라면 2년 후 한국에서는 1000만 명의 결핵환자가 발생한다.
남한에서는 말라리아 환자와 기생충 감염자도 찾기 힘들다. 한반도에서 발견되는 삼일열 말라리아는 2주 이상의 잠복기를 갖고 있어, 잠복기 때의 감염자는 쉽게 인구밀집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다. 이들의 피를 빤 모기가 다른 사람의 피를 빨면 그도 말라리아에 걸리게 된다. 북한은 인분(人糞)을 비료로 사용하기에 기생충 감염자가 많다. 함경북도 일부 주민의 대변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회충 보유자는 무려 43.2%였다.
통일 후 남한은 북한으로부터 결핵과 말라리아, 기생충 감염이 전파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기생충 유입을 막으려면 북한산 채소에 대한 철저한 방역이 필요하다. 반면 북한으로는 선진국형 질병을 가진 한국인들이 이주함에 따라 선진국형 질병이 옮겨가니 이것도 막아야 한다고 문건은 지적하고 있다.
◆ 환경부
수원지 오염 막아 전염병 창궐 차단
●통일 후 북한 주민의 생활환경 개선은 상당히 중요한 과제다. 위기가 발생하면 수원지(水源池) 등을 오염시키는 분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음용수와 하수 관리에 실패하면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한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통일 후 북한지역 상하수도 시설 개량확충 및 운영대책’문건을 만들었다. 환경부는 상수원 보호와 상하수도시설 운영실태 파악을 시급한 안건으로 본다.
북한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그곳에 있는 대학실험실 등을 활용해 음용수 수질 분석 등에 들어간다. 실험을 하려면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는데, 북한의 전기사정은 긴박하다. 따라서 별도로 발전기를 준비하거나 한국전력에 비상전력 마련을 요청한다. 각 권역에 투입되는 실험센터 요원은 지방환경청과 국립환경연구원, 한국수자원공사, 시도의 상수도 사업본부와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차출한 20여 명으로 구성한다. 이들은 북한 지역에 익숙하지 않으니 현지 안내자 1인을 동행시킨다. 실험센터와는 별도로 5명으로 구성된 상수도시설 조사반과 3명의 시료채취반으로 구성된 현장조사반으로 현장조사를 시킨다.
북한에는 전력과 소독제인 염소가 부족해 가동하지 못하는 정수장이 많다.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응급복구해 사용하고, 불가능한 것은 폐쇄한다. 북한 정수장에 한국의 먹는 물 기준을 적용하면,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이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3년간 한국 법 적용을 유예하고, 기본적인 조건만 갖추면 재활용하게 한다.
한국 음용수 기준 적용 3년 유예
북한의 수도관은 대부분 노후화해 재활용할 수 없기에 전량 새것으로 바꾼다. 수도전(栓)이나 우물 등은 분뇨 등으로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비상급수로 해결해야 할 지역을 위해서 한국에서 비상급수차를 동원해 시군구별로 한 대 이상씩 배치한다.
이러한 시도를 위해 ‘북한지역 환경보전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만든다. 그리하여 북한의 상수도 보급률을 10년 내에 우리 수준인 80%에 이르게 한다. 북한의 대형 건물에는 중(中)수도 설치를 의무화해 개발 초기부터 절수(節水) 체제를 갖추게 한다. 북한의 하수시설 개선에도 노력한다. 북한의 하수 처리율은 통일 후 10년 내 65%에 이르게 한다. 이를 위해 주요 도시에 하수처리시설을 건설한다.
◆ 교육부
북한 우수생 南대학에 진학 기회 열어줘야
●교육부 문건인 ‘북한 지역 취득 학력 및 학위 인정 대책’에는 ‘99 통일기획요원 정책과제’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작성자는 이 문건을 만든 목적을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체계적으로 위기를 관리하고 21세기 발전된 한민족 교육공동체를 형성하자’는 것과 ‘북한의 사회주의 교육제도를 폐지하고 자유민주주의 교육제도로 개편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학력과 학위를 어떻게 인정하고 북한 학생을 한국 학교 단위로 어떻게 편입할지에 대해 밝히고 있다.
2년간 전원 유급시켜 學制 통일
1단계로 북한에서 대량으로 탈북자가 발생하면 교육비상대책위를 만들고, 북한 교육체제를 한국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본법으로 ‘북한 교육체제 개혁법’ 초안을 만든다. 탈북한 북한 학생의 학력은 수학 연한에 따라 인정해준다. 탈북 후 수용소에 머무르는 학생들을 위해 교사를 파견한다. 한국에 들어와 한국 학교로 편입하는 탈북학생에 대해 진단 평가를 실시해 실력을 살펴보고, 특별반에 넣어 보충교육을 받게 한다.
북한의 학제(學制)는 유아-인민(4년)-고등중(6)-대학(4)이고, 한국은 유아-초등(6)-중등(3)·고등(3)-대학(4)으로 차이가 있다. 북한 학생들은 인민학교에서 한국의 초등학교보다 2년 교육을 덜 받는다. 따라서 통일이 되면, 인민학교는 통일 후 두 번째로 맞는 신학년도까지 학년 진급을 시키지 않다가 6년제 학교로 전환한다. 고등중학과 대학의 학생들도 통일 후 두 번째로 맞는 신학년도까지는 진급을 시키지 않음으로써 한국 학생과 수학 연한을 일치시킨다. 그때까지 학생들은 자기 학년에 머물며 재교육과 학력보충 교육을 받는다. 유치원 1년-인민학교 4년-고등중 6년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11년 무상 의무교육은 초등 6년-중등 3년의 한국식 9년 의무교육 기한에 맞춰 바꾼다.
대학 입학은, 한국 학생의 북한 대학 지원을 제한하기 위해 남북한을 분리해 실시한다. 북한 출신의 우수한 학생에게는 한국 대학 진학 기회를 준다. 한국 대학에 대해서는 북한 학생 할당제를 실시한다. 북한의 교사 양성 기관도 한국식으로 개편한다. 북한의 4년제 대학 졸업자는 한국 대졸자보다 2년 교육을 덜 받았지만, 학사 학위자로 인정한다. 그러나 사회주의 관련학과 출신자들은 별도로 보충교육을 받아야 학위를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