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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연재 | 김정운 교수의 ‘재미학’ 강의

아침형 인간들이여 잠 좀 자라,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

  • 김정운 명지대 교수·여가경영학 entebrust@naver.com

아침형 인간들이여 잠 좀 자라,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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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ECD 국가 중 한국의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그럼에도 한국은 왜 아직도 선진국 클럽에 가입하지 못할까. 창조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잘 놀아야 창조적인 인간이 되고 성공하는 시대가 왔다.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이 한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있다. 참고 인내하는 근면·성실의 가치가 21세기 시대정신인 재미·행복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아침형 인간들이여 잠 좀 자라,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
OECD 국가들 중 한국의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그러나 생산성은 꼴찌다. 도대체 원인이 뭘까. 한국은 왜 아직도 선진국 클럽에 가입하지 못할까.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은 ‘창조경영’을 외치고,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는 한결같이 ‘창의시정’을 부르짖는다. 그러나 창조적 행위를 위한 한국사회의 액션플랜은 일사불란 그 자체다. 그저 ‘열씨미 하자’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출근시간을 앞당기며 모든 공무원에게 ‘아침형 인간’이 되라 한다. 아, 정말 이건 아니다.

독일에서 13년을 산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라인강의 기적’과 ‘한강의 기적’을 비교하는 일이다. 이건 한국인에 대한 정말 참을 수 없는 모독이다. 독일이 어떤 나라인가.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일으킨 나라다. 잠수함을 만들고, 탱크, 비행기를 만들던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나라다. 비록 전쟁에 패했지만, 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한국은 어떠했는가. 보릿고개도 스스로 못 넘던 민족이다. 해외 원조로 살아가다가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치렀다. 그 전쟁도 다 남의 나라에서 빌린 무기로 했다. 그 후에도 한동안 굶주린 배 움켜잡고 나무껍질이나 벗겨 먹어야 했던 민족이다.

이런 대한민국과 독일은 그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물론 이제 한국과 독일은 많은 영역에서 대등하다. 한 급 아래로 내려보던 독일이 이제 내놓고 한국을 시샘한다. 그럼에도 ‘토끼와 거북이 달리기’ 수준의 게임인데 누가 감히 두 나라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역사상 대한민국 같은 경우는 없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우뚝 선 나라는 없다. 충분히 자랑스럽다. 하지만 그건 거기까지다. 빨리 흥한 나라일수록 빨리 망한다. 정말이다. 세계사 책의 연보만 살펴봐도 이는 분명하다.

근면성실한 사람이 불쌍하다

왜 그럴까. 한 시대를 발전시킨 동력은 그 다음 시대 발전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역사의 변증법’이라고 했다. 근대성이 역사적 발전을 가능케 했으나, 새로운 시대정신에 미치지 못한 유럽의 계몽주의는 결국 나치즘이라는 야만의 형태로 몰락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20세기 후반, 역사상 유례없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능케 한 동력은 다음 시대의 발목을 잡게 되어 있다. 산업사회의 압축성장을 가능케 한 근면, 성실이라는 가치가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를 가로막는다는 이야기다. 근면, 성실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참고 인내하는 근면, 성실은 아무 소용없다는 뜻이다. 참고 인내하는 방식으로는 아무도 창조적이 될 수 없다.

심리학적으로 재미와 창의성은 동의어다. 한국사회가 창의적이지 못한 이유는 사는 게 재미있는 사람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정치 문제가 아니다. 모여 앉으면 모두 정치 이야기뿐이다. 그 내용도 더 나은 사회의 신념과는 전혀 무관하다. 그저 정치인들에 대한 욕뿐이다. 우리는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다. 그 한심한 정치인들을 모두 우리가 뽑았다는 사실이다. 이 과도한 정치적 관심의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내 일상의 삶이 재미없어서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는지 아무도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에게 정치 이야기는 아주 중요한 여가 소비행동이 된다.

행복하면 죄의식을 느끼고, 재미있으면 불안해지는 각 개인이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다. 휴일 잠시 낮잠만 자고 일어나도 뭔가 찝찝하다. ‘이렇게 쉬어도 되는 건가’ 싶은 것이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아이들과 함께 나선 놀이터에서도 손으로는 연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인터넷도 접속되는 신형 휴대전화로 업무 관련 기사검색까지 한다. 아, 이것도 정말 아니다.

21세기 가장 불쌍한 사람은 근면성실하기만 한 사람이다. 왜? 근면성실해서 되는 일들은 이제 기계가 다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구조조정할 때, 가장 먼저 정리되는 부서는 근면성실하기만 한 부서다. 그런 종류의 일들은 이제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우리가 1960, 70년대에 중동으로 달러를 벌기 위해 나갔던 것처럼, 우리보다 훨씬 근면성실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의 CEO들은 직원들에게 여전히 근면성실하라고 한다. 고속성장의 산업화 시대에 성공을 경험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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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명지대 교수·여가경영학 entebru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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