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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운동 40주년 특집

철학의 새 천년, 1968년 파리에서 시작되다

“도망쳐라, 동지여! 낡은 세계가 너를 뒤쫓고 있다”

  • 정재영 철학 저술가 seoulforum@naver.com

철학의 새 천년, 1968년 파리에서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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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8운동 40돌을 맞아 전세계적으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다. ‘상상력에 권력을’ ‘지루함은 반혁명이다’ ‘행복이야말로 새로운 이념이다’ 같은 발랄한 구호를 들고 나온 68운동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그 가치를 발하고 있다. 또한 생태 노동 문화 여성 등 다양한 영역의 사회운동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는 토대가 됐다. 68세대는 “TV도 있고, 냉장고도 있고, 한때 그렇게 갖고 싶어하던 폭스바겐도 갖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그런 것들을 위해 싸우던 삶이 쓰레기 같다고도 했다. 그들은 인류의 행복과 진보를 약속한 근대라는 이름의 신화에 돌을 던졌다. 그러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새 패러다임을 낳았다.
철학의 새 천년, 1968년 파리에서 시작되다

독일 베를린대 교정에 나붙은 68운동 40주년 기념 포스터와 헤겔 동상. 위쪽은 68운동 당시 파리 시내 중심가의 시위 현장.

낭테르 대학 운동장에 차를 세운다. 이곳이 파리 철학여행의 출발점이다. 낭테르 대학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랑스 파리 서부 낭테르라는 곳에 있다. 지금의 공식 명칭은 ‘파리 10대학’.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낭테르 대학이라 부른다. 학교 옆 전철역 이름도 ‘낭테르 대학’이다.

왜 여기에서 여행을 시작하는가. 현대 사회의 흐름을 바꾼 하나의 사건이 이 대학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유럽과 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세계를 한 바퀴 돈 1968년 운동의 진원지가 바로 낭테르 대학이다.

큰 기대는 하지 말자. 솔직하게 말해서 낭테르 대학에는 볼거리가 별로 없다. 명성이 높은 곳도 아니고, 역사가 오랜 대학도 아니다. 캠퍼스가 아름답지도 않다. 과장을 좀 섞자면, 파리에서 이렇게 못생긴 곳도 드물다. 본때 없이 큰 운동장과 공장 같은 학교 건물이 전부다. 이 대학 안내 책자를 보면, 자랑거리라고 꼽을 수 있는 것이 두세 가지쯤 된다.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대학이라는 것이 그 하나다.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을 갖고 있으며, 스포츠 시설이 뛰어나다는 것이 그 다음쯤 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학의 자랑거리감은 아닌 것 같다.

운동장에서 돌멩이를 하나 집어서 힘껏 던져본다. 포물선 궤적을 그리며 떨어진다. 1968년 봄, 이 운동장에는 돌멩이와 최루탄이 난무했다. 학생들을 설득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교육부 장관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에 내던져졌다. 68운동의 시작이었다. 경찰 당국이 낭테르 대학을 봉쇄하자 시위대는 파리 시내로 무대를 옮겼다. 지금은 파리4대학으로 이름이 바뀐 소르본 대학이 새로운 시위 본부가 됐다. 노동자들이 시위에 합류하면서 시위 군중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시 기록을 보면 100만명을 넘는 숫자라고 적혀 있다.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쌓고 투석전을 벌였다. 지금은 아주 익숙한 장면이다. 1980년대 치열한 민주화 가두시위를 경험한 우리 눈으로 보면 더 그렇다.

가벼운 의문이 고개를 든다. 이 평범한 시위가 왜 그렇게 유명해졌는가. 도대체 이 시위가 어떻게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는 말인가.

‘서른 넘은 사람과는 얘기하지 말라’

68운동은 이전의 사회운동 또는 사회혁명과는 달리 그 주장이 선명하지 않다. 시위에 등장한 구호는 어지럽고 산만하다. ‘자유 평등 박애’로 요약되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 ‘공화국 건설’을 요구한 1848년 유럽 시민혁명, ‘자본주의 타도와 사회주의 건설’로 정리되는 1917년 러시아 혁명 등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분명한 주장을 68운동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그 무엇도 주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점거한다.” “지루함은 반혁명이다.” “상상력에 권력을” “행복은 살 수 없다. 그것을 훔쳐라.”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 “행복이야말로 새로운 이념이다.”…. 68시위에 등장한 구호 몇 가지다. 이것이 시위 구호인가. 마치 요즈음 TV 광고 카피 같지 않은가.

물론 엄숙한 이념이 없어도, 체계화된 주장이 없어도 시위는 일어날 수 있다. 때로는 혁명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배고픔에 굶주릴 때 특히 그렇다. 아니, 대부분의 혁명은 굶주림에서 시작한다. “빵을 달라”는 절박한 욕구보다 더 큰 폭발력을 가진 사회적 힘은 없다. 그러나 68운동은 굶주림과는 거리가 멀다. 68운동에 참여한 한 노동자의 주장은 이를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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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철학 저술가 seoulfor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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